아메리칸 어패럴은 의류를 기획해 만들고 직접 판매까지 하는 형태인 스파 브랜드의 원조 격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파산했고 지금은 캐나다 스포츠 의류 패션회사 길단에 인수되어 리론칭했다. 또한 미국 내 110개의 매장은 모두 문을 닫았다.
10년도 채 안 되어 직원 5,000명, 전 세계 270여 개의 매장, 매출 2억 달러 기록했던 아메리칸 어패럴은 왜 망했을까? 이 물음을 가지고 여러 자료를 뒤진 뒤에 문득 든 생각은 바로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지?’라는 물음이었다. 애초에 성공한 원동력이 궁금해진 것이다.
CEO의 혁신
아메리칸 어패럴은 성추행 CEO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논란이 많은 도브 차니(Dov Charney)와 그의 사업 파트너 샘 임(Sam Lim)이 창업한 의류 회사다. 당시 대부분 의류 회사는 저임금 국가에 공장을 세웠다. 땀으로 범벅이 된 공장을 빗대 부르는 말은 스웨트숍(Sweatshops). 이렇게 노동 조건이 열악한 환경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모습을 본 차니의 반기와 함께 아메리칸 어패럴은 등장한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이민자였던 차니는 관행에 반기를 들며 LA 한복판에 공장을 세웠다. 그리고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옷을 입는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차니의 생각 아래 이를 실천하는 행보가 하나씩 실현되었다. 그는 당시 ‘매우 파격적 행보’라는 수식어가 모든 사업적 행동에 붙을 정도로 ‘혁신가’의 면모를 띠며 아메리칸 어패럴을 성장시켜 나갔다.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8달러였다. 차니는 1998년 10명의 직원에게 시간당 13달러를 지불했고 질 좋은 작업복, 교통비, 마사지 시간, 외국 직원 연수 등의 직원 복지 또한 하나하나 만들어나갔다. 그들이 승승장구했던 2000년대 중후반 매 직원 공고에 대기자 1,000명이 넘었던 사실은 그의 복지 정책이 가히 성공적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메리칸 어패럴의 슬로건 3가지
- 패셔너블 베이직스(Fashionable Basics): 이 슬로건은 ‘몸매를 드러내는 베이직 아이템’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 2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이 2가지는 한국 1020 여성에게 더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다가간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제 당시 아메리칸 어패럴을 즐겨 입은 사람들에게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다른 단어이지만 뉘앙스는 위 2가지 키워드와 유사했다.
- 스웨트숍(Sweatshop): 앞에 언급한 것처럼 전 CEO의 생각임과 동시에 아메리칸 어패럴이 고수해온 슬로건이다. 브랜드 설립 당시 수많은 패션 기업들이 저임금으로 노동을 착취해 수익률을 높여가는 모습에 반기를 들었던 차니의 뚜렷한 생각을 알 수 있다.
- 메이드 인 USA(Made In USA): 스웨트숍 슬로건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타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했을 때 생기는 단점인 회전율 문제를 극복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히는 메이드 인 USA는 아메리칸 어패럴의 브랜드 이미지 자체이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메이드 인 USA라는 이유 때문에 아메리칸 어패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번에 리론칭된 아메리칸 어패럴은 메이드 인 USA 정책은 버렸지만 해당 라인업은 유지한다. 「아메리칸 어패럴 도브 차니 전 CEO, 의류업서 재기 노력」 같은 기사를 접하면 저임금이 아니라 정상적인 임금을 지불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왜 그들은 아메리칸 어패럴에 열광했을까
아메리칸 어패럴의 시작과 끝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파산과 실패 이야기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안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아메리칸 어패럴 웹사이트 및 광고에 사용한 사진에서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콘텐츠가 연상되었다. 특히 반응 있는 콘텐츠의 특징이 아메리칸 어패럴의 사진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이 SNS 콘텐츠에 대한 인사이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열광한 이유를 하나씩 건드려보자.
1. 베이직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
아메리칸 어패럴 특유의 베이직한 디자인은 데일리룩으로 편하게 입을 수 있으면서 유니크한 요소가 들어간 디자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편하게 입을 수 있으면서도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꾸미고 싶어 하는 많은 여성의 니즈를 적확하게 충족시켜주었다.
이 대목은 페이스북에서 반응 있는 의류 콘텐츠의 특징과도 상당히 겹친다. 실제 여성 쇼핑몰 매출을 뜯어보면 베이직 제품이 약 80%일 정도로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조금 다르다.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페이스북 피드에 ‘유니크한 요소’가 없는 의류 콘텐츠는 엄지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 아마추어 모델에 반응했던 이유
아메리칸 어패럴의 대다수 모델은 아마추어 모델이거나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캐스팅된 모델이라고 한다. 다소 자극적인 광고를 진행했을 때는 실제 포르노 모델을 섭외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을 쓰지 않고 이들을 기용함으로써 그들은 더 고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고객이 인식하기에 아마추어 모델은 유명 연예인보다 ‘예쁜 일반인’으로 그들과 더 밀접한 선상에 있다.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활약하는 아마추어 모델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풀어볼 수 있을까? 바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다. 실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과 만든 SNS 콘텐츠는 우리가 자주 쓰는 용어로 ‘후기 컷’이라고 표현하지만 아메리칸 어패럴의 사진 컷과 상당히 유사하다.
SNS에서 연예인이 착용했다는 사실보다 자신과 밀접한 선상에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착용했다는 사실을 콘텐츠에서 어필했을 때 더 좋은 구매 전환율이 형성된다. 아메리칸 어패럴이 진행했던 시도를 우리의 SNS 콘텐츠에 적용해보고 고민해보는 것이 유의미할 것이라는 꽤 괜찮은 가설이 될 수 있다.
3. 몸매 부각을 향한 니즈
몸매 부각은 남녀 모두 옷을 쇼핑할 때 고려하는 요소기도 하다. 특히 여성의 이런 니즈를 아메리칸 어패럴은 아주 잘 건드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성년을 포함해 여성을 성적으로만 표현했던 그들의 광고는 윤리적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굳이 인사이트 얻을 부분을 발췌해본다면 여성의 그런 니즈를 건드린 부분인 것 같다. 많은 여성이 잘 꾸미는 여자 연예인에 열광하는 모습은 이런 욕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단서다.
이 인사이트를 SNS에서 어떻게 활용해볼 수 있을까? 많은 여성에게 ‘한껏 예쁘게 꾸미는 날’이 있다는 사실은 여성들이 몸매를 부각하고 싶어 하는 상황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단추가 될 수 있다. 애인과의 기념일, 파티, 친구 생일 등을 주제로 기존의 데일리 제품 이외에 특별한 날 입는 제품을 콘텐츠에 반영해볼 수 있다. 실제 SNS에서 몸매를 부각하는 룩으로 유저들에게 꾸준히 반응을 얻어온 ‘클럽룩’은 충분히 실험해볼 필요가 있음을 증명한다.
맺는말: 여성의 소비가 가진 위력
남자들한테 유명한 카페 혹은 가게라는 말을 혹시 들어보았는가? 나도 사실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여자들한테 유명한 카페 혹은 가게라는 말은 수도 없고 페이스북 피드에서는 매 순간 이런 워딩과 만난다. 실제로 아무도 몰랐던 가게를 SNS 맛집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은 그들에 향한 탐구 정신을 장착시켜준다.
여자들한테 유명한 가게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과정을 지났을까. 여성의 콘텐츠 업로드, 댓글 등 수많은 SNS 활동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메리칸 어패럴이 2000년대 후반 전성기를 경험한 원동력은 그 여성들의 ‘위력’ 아니었을까?
원문: 진민우의 브런치
참고
- 「美 최고 SPA 브랜드서 추락한 ‘아메리칸 어패럴’」, 이코노미 조선
- 「아메리칸 어패럴, 본사를 포함해 미국내 110개 매장 모두 문닫아」, 이코노믹리뷰
- 「파산했던 아메리칸어패럴, 디자인만 살리고 ‘리론칭’」, 매일경제
- uniquedoor, 「아메리칸 어패럴의 성공 전략」, 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