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Guardian에 Norman Miller가 기고한 「Soju: the most popular booze in the world」를 번역한 글입니다.
한국의 소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술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인들은 소주를 그냥 마시지 않는다. 뉴욕과 런던에서도 차가운 소주와 소주 칵테일을 시음해 볼 수 있다.
술에 관해 좀 안다고 생각한다면 잠깐 주목하라. 단일 브랜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뭔지 아는가? 2등의 두 배를 넘는 압도적인 차이로 말이다. ‘보드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이다. 정답은 한국의 국민주로 통하는 ‘소주‘다. 웨이트로즈(Waitrose)와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진로소주는 주류 전문지 《드링크 인터내셔널(Drinks International)》이 발표하는 연간 글로벌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수년째 1등을 차지해 왔다. 진로소주의 2013년 매출액은 6,500만 상자(9리터 기준)로, 스미노프(Smirnoff)의 세 배에 달한다.
오늘날 세계 8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주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의 슈퍼스타 싸이의 도움을 받아 시장을 점점 더 넓혔다. 싸이는 소주를 자신의 절친이라고 선언하는 것도 모자라 선글라스를 쓴 채 다양한 판촉에 등장해 시장공략을 도왔다. 미국 전역에 나붙은 ‘케이팝 케이샷(K-Pop K-Shot)’ 광고판에는 싸이가 참이슬 소주 한 병을 움켜쥔 모습이 그려졌다.
LA 다저스 구장에 신규 출점한 소주 아울렛에서는 세 게임이 끝난 후 소주가 동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뉴욕의 술집에서는 과일과 소주를 배합한 과일주를 반주(飯酒)나 슬러시 형태로 뉴욕 힙스터에게 제공한다. 싸이의 ’13가지 소주 마시는 방법’은 그가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익살스러운 안무 동작을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짐작게 한다. 내 말은, 소주 몇 잔을 마신 후 말을 탄 것처럼 껑충껑충 뛰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주는 몽골의 침략자들이 발효된 쌀을 이용하여 증류주 만드는 법을 가르친 14세기 이래 한국의 문화에 깊이 스며들었다. 오늘날 소주의 도수는 45%에서부터 25%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그중 25%짜리가 더 일반적이다.
대부분 술이 그렇듯 소주에도 고급과 저급이 있다. 보통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같은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며, 만약 당신이 한국에 있다면 안동소주를 찾아보라. 45%짜리 고급 소주로 한국 정부에 의해 무형문화재 12호로 지정되었다.
영국의 경우 한국식 술집과 레스토랑에서 약한 도수의 소주를 판매한다. 이곳을 찾는 고객 중 상당수는 작은 유리잔에 차가운 소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간단한 식사를 보충하는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기도 한다. 도수가 와인과 양주의 딱 중간인 데다가 미묘한 향이 있어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소주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거칠며 때로는 향이 나면서 살짝 단맛이 돌기도 한다’고 묘사된다.
한국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떡볶이나 새우 소금구이와 함께 소주를 마셔 보라. 한 레스토랑의 한식 주방장은 ‘한국인들은 종종 족발을 안주로 하여 소주를 마신다. 소주는 보쌈과도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소주는 다양한 향료와도 잘 어울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투나잇 소주 바(Tonight Soju Bar)’는 수박 소주나 파인애플 소주를 김치전이나 김치볶음밥과 함께 판매한다. 런던 동부의 한식 레스토랑 ‘주보(Jubo)’에서는 생강 소주와 블랙베리 소주 등을 판매한다. 주보의 소유주 레온 풍(Leon Foong)은 ‘과일주는 소주 속에 천연 과일을 3-4일 -담가 만든다. 우리는 소주 모히토(mojito)도 판매하며, 앞으로 소주 칵테일의 종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소주 칵테일 기술을 개발한 핵심 인물은 랭엄 아르테시안 바(Langham’s Artesian Bar)의 수석 바텐더인 알렉스 크라티나(Alex Kratena)다. 랭엄 아르테시안 바는 《드링크 인터내셔널》 독자들에 의해 세계 최고의 바로 선정되었다. 서울에서 소주 칵테일 기술을 직접 익혔다는 크라티나는 소주로 장난치는 것을 즐긴다.
“처음 아르테시안 바에서 소주 칵테일을 시도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주 칵테일의 핵심은 배합 비율이다. 우리는 소주가 망고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또한 소주 칵테일이 다른 칵테일보다 도수가 낮으면서도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소주의 특징은 덜 취하면서 다양한 칵테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저옥탄 칵테일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맥주를 사랑한다면 당연히 소맥을 배워야 한다. 소맥은 (한국인들 스스로 ‘제조’라고 표현하는) 공정을 거쳐 탄생하며 제조 방법은 다양하다. 소맥의 핵심 변수는 배합 비율과 배합 방식인데 가장 인기 있는 비율은 소주와 맥주를 3:7로 섞는 것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200mL짜리 표준 맥주병에는 소맥 제조를 돕기 위해 눈금이 또렷하게 그려져 있다.
소맥의 제조비법을 알기 위해 전통적 소맥인 ‘허리케인주(회오리주)’를 살펴보자. 소주와 맥주를 원하는 비율로 섞은 뒤, 티슈 한 장으로 잔을 덮는다. 그리고 잔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쳐서 막은 후 잔 안에서 작은 허리케인이 생기도록 재빨리 흔든다.
이때 티슈가 젖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티슈가 젖는 것은 당연하며, 덤으로 (한국인들의 습관대로) 젖은 티슈를 천장에 던져서 달라붙게 하는 놀이에도 몰두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