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 동안 활발한 어휘 연구가 이루어졌다. 사람들이 어휘 학습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중간에 의미를 찾지 마라. 대신 문맥(context)상 그 의미를 추측해내라.”는 주장이다.
사전을 찾지 않고 의미를 추론하기는 쉽지 않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문맥으로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맞추는 전략은 원어민에게 유효한 전략이다. 우리가 한국어 텍스트를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는가? 문맥상의 단서(contextual clue)를 이용하여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맞추는 게 ‘성공’인 지점은 텍스트에서 98%의 단어를 알고 2%의 단어만 모르는 경우다. 이 경우는 사전을 찾지 않고 자발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이는 원어민이나 가능한 일이다.
연구에 따르면 95%의 단어를 알고 5%를 모르는 경우에는 주변의 도움 없이도 독해할 수 있다. 또 85%를 알고 15%를 모르는 경우 사전이나 교사 등의 도움을 얻어 독해할 수 있다. 하지만 85%보다 아는 단어의 수가 적어지면? 이는 좌절의 단계라고 한다. 리딩의 궁극적 목적은 이해(comprehension)인데, 모르는 단어 때문에 멈출 때마다 이해의 끈(comprehension thread)은 끊어진다. 결국 15%보다 많은 단어를 모를 경우 멈춤 현상이 잦아져서 이해의 끈은 끊어져 복구되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가 15%보다 많으면 그 책을 읽으면 안 된다. 당신에게 맞는 책이 아니다(모르는 단어의 정의도 어린이와 성인 학습자 그룹이 다른데 이 글은 성인 학습자 중심의 경우다). 설사 모르는 단어가 5%보다 적다 쳐도 정말 무슨 뜻인지 몰라 이해에 지장이 생기는 단어는 부디, 그 뜻을 찾으시라. 특히나 학습이 목적이라면.
올바른 영어공부법: 수준에 맞는 지문을 읽자
모르는 단어가 5% 이하일 경우 이른바 다독(extensive reading)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모르는 단어가 5%보다 적은지 어떻게 가늠할까? 그나마 다른 수단이 없을 때에는 백 단어 중 모르는 단어 다섯 개 수준에 맞춰 억지로라도 지문을 고르자. 그렇게라도 맞는 지문을 고르는 게 없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러나 보다 과학적인 방법도 있다. 모르는 단어 수, 지문의 통사 구조 및 단어의 평균 음절 수를 고려해 지문의 난이도를 산출하고 상당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해서 읽을 지문이나 책을 선택할 때 독자가 맞는 책을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리딩지수(reading index)가 존재한다. 비판도 있지만 다독(extensive reading)과 즐거운 자발적 독서(pleasure reading)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를 사용해서 올바른 독해지문을 고르시라 권하고 싶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공교육기관에서도 채택되어 널리 사용되는 리딩지수는 AR(Accelerated Readers)지수다. AR지수는 자사에서 출판한 책들의 지수만 제공하는 여타 리딩지수와 달리,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책들을 포함한 시중에서 파는 여러 책들(trade books)의 리딩 지수를 제공한다.
세 줄 요약
- 애초에 수준에 맞는 지문을 고르자. 모르는 단어가 15% 이상이면 그 책을 읽지 말자.
- 문맥으로 추측할 수 있다면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지만, 이해의 끈이 끊기면 사전을 봐야 한다.
- 리딩지수의 활용은 다독과 자발적 독서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