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남동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다녀왔다. 많은 품목이 있었지만 80% 이상의 매대가 액세서리를 취급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매대 앞으로 손님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눈만은 판매 의욕에 아주 뜨거워 보였다. 어떤 매대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고, 심지어 줄 서서 기다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매대에는 구경하는 이 하나 없었다.
온라인상에서 ‘왜 안 팔릴까?’라는 질문을 하도 해서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액세서리를 하지는 않지만 매대 하나하나 돌아다녀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난 어느 매대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함과 동시에, 물건을 하나 사버렸다. 난 왜 사버렸을까?
“요즘 잘 나가는 제품이 이거랑 요 제품이에요”
내가 구매하기로 결정한 매대에 있던 사장님이 해주었던 말이었다. 내가 구경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던 다른 사장님들과는 다르게 나에게 최근 잘 나가는 상품, 이번에 들어온 신제품을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다.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은 멈추었고 시선은 액세서리로 향했다. 사장님의 자연스러운 제품 큐레이션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제품을 하나씩 살피고 있었다. “아 그래요~?”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는 바로 구매를 결정해버렸다.
내가 여기서 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분들은 더더욱 알 것이다. 액세서리는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을.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장님에게 구매를 했다는 것을.
제품이 너무 많다
는 것이 구매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봤을 때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이 문제점을 해결한 ‘해결책’은 바로 사장님의 <큐레이션>이었다.
비단 이 문제는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한 매대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접속하는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제품가짓수가 많은 패션 쇼핑몰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유명한 쇼핑몰들이 ‘NEW’ 혹은 ‘신상 할인 5%’를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었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고민의 흔적 중 하나다.
그래서 필요하다. 큐레이션 콘텐츠
패션 쇼핑몰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발행하는 ‘행위’는 내가 플리마켓에 갔을 때 사장님이 나에게 건네었던 기본적인 ‘큐레이션’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쇼핑몰에 있는 수많은 제품 중 몇 가지를 유저들에게 콘텐츠에 녹여 소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요즘 잘 나가는 제품, 신상 제품을 추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피부톤에 맞는 제품 추천, 알레르기까지 감안한 제품 추천 등의 다양한 키워드로 큐레이션을 고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다가온다면, 당신이 직접 무언가를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고객에게 어떠한 말을 건네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큐레이션’ 콘텐츠는 종류가 많아 고르기가 어려워 사이트를 이탈해버리는 선택 장애 유저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콘텐츠임과 동시에 유저들을 프레임의 함정에 가두기도 한다. 즉 여러 가지 제품을 큐레이션 하면 유저들은 이 제품을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품을 살지 말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광고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큐레이션’ 콘텐츠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클라이언트의 매출이 저조했을 때 꺼내는 최후의 보루. 그만큼 콘텐츠의 인게이지먼트가 확실하다. 혹시 매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오늘 당장 내가 쓰는 ‘최후의 보루’를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원문: 진민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