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미친 듯이 무한도전을 보던 때가 있었다. 무한도전은 내게 도전정신을 불어넣어 주었고 나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장소는 홍대 유가네 앞 홍대 버스킹 거리 쪽이었고, 중학교 동창이자 ‘홍대팔찌언니’의 사장님이었던 희정이의 도움으로 팔찌·발찌 등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헤나를 그려주며 장사를 경험했다(혹시나 그곳에서 저를 찾을 분들은 없겠지만 3-4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비가 오는 날은 허탕 쳤고, 누군가가 노점상 신고라도 하는 날에는 판매대를 들고 허겁지겁 도망가야 했다. 판매가 안 되는 날은 몇 시간 동안 앉아만 있었다. 여러 가지 신나는(?) 일을 겪으면서 판매에 관해 피부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1년 동안 장사를 경험했고 그 시간을 통해 얻었던 인사이트를 판매 전략 6가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1. 고객을 잡아두자
여자 친구와의 주말 데이트, 지나가다가 맛있어 보이는 메뉴가 보여 문을 연 순간 내 동공에는 텅 빈 테이블만이 비친다. 식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렇다. 먹고 있는 손님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맛없겠지’라는 암묵적인 평가와 함께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길거리 장사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보다 1~2명이라도 있을 때 다른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객을 잡아두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여러 가지로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을 끄는 방법부터 손님의 다음 행선지에 관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까지 다양한 삽질을 했었다.
패션 쇼핑몰 사업자를 위한 SNS 매니징 실전 편인 만큼 SNS 채널과 위의 경험을 접목하면 어떻게 응용해볼 수 있을까? 예전 경험을 떠올리다 생각난 것은 바로 콘텐츠에 적힌 유저들의 댓글이었다. 아무런 댓글의 흔적이 없는 댓글에 용감하게 첫 번째로 글을 쓰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이미 꽤 쌓인 댓글에 댓글을 쓰는 것이 쉬울까?
스스로에게도 질문해보면 거의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의 군중심리도 이러한 결과의 이유 중의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길거리 장사를 하면서 팔찌를 천천히 만들면서까지 손님을 잡아두었던 것처럼, 페이스북 피드에서 유저를 잡아두는 장치를 하나씩 만들어나가면 반드시 구매 전환율도 조금씩 꿈틀거릴 것이다. 상승 곡선을 그리며.
2.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킨 상품 디스플레이
이 내용을 피부로 느꼈다. 귀찮아서 디피를 신경 쓰지 않았던 날에는 그만큼 손님들의 이탈률이 높았다. 하지만 가지런하게 제품을 디피하고, 사람들이 노점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인 가격을 아주 잘 보이게 매대에 배치한 날에는 방문한 손님의 70~80%가 제품을 구매했다.
SNS에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킨 상품 디피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 페이스북 피드에 올라오는 콘텐츠의 구성도 상품 디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상품을 본 고객들에게 정갈한 상품 디피가 어필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유입된 유저들에게 어필한 점이 비슷하니 콘텐츠 구성보다는 상세 페이지의 구성이 좀 더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패션 제품에서 유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은 1차적으로 페이스북 콘텐츠가 유저의 궁금함을 해소시켜 준다. 그다음 단계인 상세 페이지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정갈한 상품 디피(상세 페이지 구성)는 어떻게 할까? 디자인 다음에 유저들이 궁금할 만한 부분 핏, 사이즈, 재질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콘텐츠에서 이미 해소된 디자인만 똑같이 강조한다면 다음 단계가 궁금했던 유저들은 모두 이탈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3. 요일과 시간 데이터 적극 활용
홍대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날은 언제일까? 맞다. 불금이다. 정확히는 목·금·토가 가장 유동인구가 많았다. 쇼핑몰의 유입자가 많을수록 구매 건수가 많은 것처럼 버스킹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날 매출도 올랐었다. 그리고 막차를 타러 가는 시간인 10~11시 사이, 막차 시간이 훌쩍 지난 새벽 1~2시에 다른 시간보다는 찾는 손님이 많았다. 아직도 새벽 2시까지 일하다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10월에 있었던 와이즈버즈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주내 상품 배송을 기대하는 패턴을 보여주듯 월·화의 구매율 및 ROAS가 다른 요일보다 높았다. 또한 시간별 트렌드를 보면 아침 7시부터 점심 12시 전까지의 구매율 및 ROAS가 다른 시간대보다 더 높았다. 세밀하게 페이스북 광고비를 조정할 여력이 있는 사업자 혹은 마케터라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비 조정 등을 실천해보면 좋을 듯하다.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루 종일 광고 관리자만 잡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해당 내용을 인지하면서 운영을 해나가는 것만 해도 아주 큰 일을 해낸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일, 저 일에 치이다 보면 언제가 가장 효율 좋은 요일이고 시간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기 때문이다.
4. 부담 주지 않기
쇼핑하러 갔는데 점원이 말한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나는 답한다. “아뇨…ㅎ” 여기서 눈치껏 물러가면 좋으련만 그는 내 곁을 맴돈다. 무엇을 집으려는 찰나에 귓가로 스치는 “입어보셔도 돼요~” 속으로는 이미 나도 말하고 있다. ‘안 따라오셔도 돼요….’
나만 이런가 하는 약간의 민망함에 둘러싸일 때쯤 ‘언택트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덕분에 덜 민망하다. 친구 및 지인과 얘기하다 보면 쇼핑하다 부담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3-4년 전 판매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부담 주지 않기. 오는 고객에게 부담 주지 않는 것이 내 딴에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에 실천했다.
사람들이 데이트하거나 길을 걷다가 오프라인 상점 혹은 길거리 노점을 찾는 이유는 대개 ‘그냥 구경’인 아이쇼핑인 경우가 많다. 그런 그들에게 ‘뭐 찾으러 오셨어요?’ ‘어떤 거 보러 오셨나요?’라고 물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그 순간 다른 곳으로 이탈하거나 구경을 하더라도 사지 않으면 눈치를 줄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둘러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길거리 데이트를 하다 구경하는 이들에게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라고 뱉는 순간 그들은 차갑게 돌아섰다. 처음엔 내심 서운했지만 적응해나갔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 주변 상인분들과 우연히 얘기를 나누다 아주 좋은 인사를 찾았는데 바로 ‘구경해보세요’였다. 절정의 유레카는 아니었지만 적절한 유레카라고 해야 할까. 일단 고민이 풀려서 좋았다. 그렇게 고객들을 응대했고 내 첫 마디 때문에 고객들이 등 돌리는 일은 없어졌다.
온라인상에서의 유저들도 다를 바 없다. 그들에게 부담을 주면 이탈해버리기 마련이다. 콘텐츠나 광고에서 ‘지금 구매하세요’라는 콜 투 액션(Call to action)보다 ‘더 알아보세요’라는 콜 투 액션을 세팅했을 때 유저들의 이탈률이 적었던 이유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SNS를 통해 고객들과 마주한다면 ‘나는 과연 유저들에게 부담 주지 않는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 좋은 목 잡기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름 경쟁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종목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같은 라인에 있었고 그들보다 좋은 목을 잡는 것은 아주 중요했다. 목에 따라 매출이 아주 달라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입구 쪽에 위치한 날은 아주 좋았고 어중간한 자리에 있는 날이면 항상 바닥이었다. 특히 버스킹하는 분들과 자리가 꼬인 날이면 매출은 바닥을 뚫고 저 멀리 자리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좋은 목을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상위 노출일 것이다. SNS에서의 좋은 목은 어디일까?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에서는 진성 고객을 확보한 페이지, 인스타그램에서는 인기 게시물 또는 진성 고객을 확보한 계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상공인처럼 SNS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나 페이스북 광고비가 확보되지 않은 분이라면 ‘좋은 목’을 선점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준비해도 진성 고객이 있는 페이지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6. 착용하고 있기
내가 다루던 품목은 액세서리와 헤나·타투였다. 오프라인이어서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팔에 제품을 대보기도 하고 착용해보기도 하면서 직접 착용한 모습을 스스로 마주한다는 점이 온라인과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손에 제품을 대보고 예쁘다 싶으면 바로 구매했다. 이건 오프라인의 특성이라 내가 더 잘해서 매출이 오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언가 객단가를 올릴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매일 희정이에게 듣던 말이 떠올랐다.
간단하지만 놓치고 있었던 방법이었다. 바로 ‘착용하고 있기’. 자연스럽게 반지 하나 사려던 사람이 1~2개의 액세서리를 샀고, 10분 이상 헤나 타투 도안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고 바로 내 옆으로 앉았다. 반지와 여러 목걸이를 레이어드 해서 착용하자 사람들이 어떤 제품인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헤나는 직접 내 팔에 그려놨다. 제일 비싼 걸로. 액세서리나 헤나 도안은 종류가 너무 다양하기에 ‘착용하고 있기’라는 행동이 그들의 고민을 단축시켜 주면서 자연스럽게 매출을 상승시켜 주었다.
SNS에서 이를 바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은 크게 두 가지를 준비해야 이탈률을 줄이고 트래픽을 확보한다. 1차로 사이트 내부, 2차로 콘텐츠다. 의류 쇼핑몰이 페이스북 콘텐츠로 ‘핑크’ 제품을 큐레이션 해주는 콘셉트를 통해 트래픽을 확보했는데 사이트 내부에 이런 세팅이 되지 않아 한 번 더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들은 어김없이 이탈해버린다.
마치며
오프라인 판매와 온라인 판매의 방식은 차이가 있고 전략을 다르게 설정해야 하지만 판매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길거리에서 겪은 경험이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해나가며 가끔 막막할 거나 생각이 정리가 안 될 때 키잡이가 되어주곤 했다. 개인적인 장사 경험이 판매를 이끌어나가시는 분들에게 귀여운 키잡이이길 바란다.
마케팅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느끼는 건 판매라는 건 참 쉽지 않지만 매력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몇 년 전 경험했던 일을 회상하면서 쓴 내용이 판매에 관해 고민하는 분, 혹은 패션 쇼핑몰을 이끌어나가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의 인사이트가 되기를.
원문: 진민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