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및 도시의 물가를 비교하는 통계 사이트 NUMBEO를 보다 보면 각국의 도시의 물가는 가끔 꽤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물론 같은 나라, 같은 도시, 같은 마을 안에서도 입지에 따라 주택의 가격은 상이하고 대파 한 단의 가격은 우리 동네 이마트와 그 담장 너머 전통시장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통계를 맹신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 및 사회의 경향성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고민할 가치가 있다. 한국의 수도 서울과 미국의 경제 수도라 할 수 있는 뉴욕의 2월 15일 기준 코스트 오브 리빙(Cost of Living) 비교 자료를 보자. 왼쪽이 서울, 오른쪽이 뉴욕이다. 뉴욕의 아파트 월세(Rent)는 대략 한국에 비해 1.5~2.5배가량 높은데 아파트 구매가(Buy)는 대동소이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어떤 이유에서 오는 것일까. 뉴욕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제한된 정보를 활용해 그 이유를 더듬어보았다.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저 데이터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금액인지 서울을 기준으로 알아보자.
3 베드룸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24평-32평대의 아파트를 말한다. 여기서는 24평으로 가정해보자. 24평은 전용면적으로 보통 59㎡이며 강북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이하 마래푸)의 59㎡ 면적 시세는 2월 15일 기준 8억 3,000만 원가량이다(=(상한가+하한가)/2)). 그렇다면 단위면적(㎡)당 가격은 약 1,400만 원 (=8억 3,000만 원/59㎡) 가량이 된다.
다시 위의 NUMBEO 3베드룸 ㎥당 가격을 한번 살펴보자. 도심(City Center)의 경우 ㎡당 1,400만 원이고, 도심 외부(Outside of Center)의 경우 ㎡당 837만 원이다. 마래푸가 현재 강북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파트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자료의 신뢰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격 관점에서 보자면 서울의 도심은 강남 정도 될 것이며 도심 외부는 강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그러면 왜 뉴욕의 집값은 서울과 비슷한데 월 임대료는 서울의 1.5-2.5배나 될까. 그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뉴욕시 공식 웹사이트에 찾아갔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세계적인 도시답게 뉴욕시 웹사이트는 다양한 언어로 게시물에 접근 가능하다. 그중 뉴욕시 주거용 부동산세와 관련해서는 한글로 된 자료도 존재한다.
이 자료는 뉴욕시가 부동산세로만 거두어들인 세금이 전체 시 세금의 43%나 됨을 보여준다. 뉴욕시는 부동산의 등급에 따라 각기 세율을 달리해 적용하는데, 실제로 시장 가치가 46%에 달하는 등급 1(1-3가구 주거용 부동산)의 세율은 19.9991%에 달했다.
20%대에 달하는 세율을 보면 뜨악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시장가치 자체에 20%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가와 공제가치, 과세 가능 가치 등을 고려한 후 세율을 적용한다.
대략 7억 원에 가까운 시장 가치를 가진 아래 주택의 경우 그런 감정가 및 공제액을 제외한 과세 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연간 부동산세가 대략 635만 원가량 된다. 실질세율은 대략 연간 1% 조금 안 되는 수준.
그럼 서울의 보유세는 얼마나 될까. 앞서 언급한 마래푸 2단지 59㎡의 공동주택공시가격은 2017년 기준 4억 5,000만 원가량이다. 이 주택의 재산세/지방교육세/도시계획세 총 납부세액은 10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일 것이다. 주택 총 가액이 9억 원 이하므로 종합부동산세 납부대상도 아니다(과세표준 3억 원 초과분에 대한 세율: 57만 원+3억 원 초과 금액의 0.4%).
시세는 8억 원에 육박하고 실제 매물은 9억 원을 넘어도 구하기 어려운 마래푸라지만 재산세 관점으로 가자면 뉴욕시 7억 원 아파트의 대략 1/6에 불과하다. 물론 상기 계산은 이론적인 것으로, 실제 계산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만약 뉴욕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의 재산세를 두고 ‘그래 역시 재산세가 문제였어, 재산세율을 높여버리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하는 분께는 판단의 시기를 늦춰달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여기서 차이 나는 재산세 연간 차액 약 500만 원은 집주인에게 부과되는 것이지만 만약 이 주택이 타인에게 임차해준 것이라면 이 재산세 차액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자연재해 및 범죄 등에 따른 손상을 대비해 주택보험으로 연간 100-200만 원가량 발생하는데 이런 비용도 임대료 산정에 반영된다.
결국 그런 보유세나 보험과 같은 주택 관련 비용이 높아지면 주택 보유에 대한 기대 수익률 감소로 투자 가치가 떨어져 주택 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임차료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보유세 및 간접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수요-공급 및 거시경제 지표에 따른 부동산 가격 등락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얼마 전 뭄바이 부동산과 관련된 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주택 가격이 감소세에 이르면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중산층도 굳이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숏 포지션으로 돌아서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월세가 오르면 과연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지점이다.
이상으로 서울과 뉴욕의 주택 가격 및 임대료를 가지고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해 보았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근거를 통해 섣부르게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반대한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자는 건 절대 아니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선진국 대비 낮은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고, 큰 폭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조정은 정책상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주택 가격을 잡을 마술봉이라 생각하고 마음대로 휘두르다가는 오히려 정말 주택 시장 외곽에서 월세 내며 살아가는 서민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주택 정책의 목적은 주택 가격을 잡는 것인가, 주거 안정을 달성하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볼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