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뉴욕타임즈의 「The Follower Factory」를 번역한 글입니다.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너나 할 것 없이 수십만,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팔로워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모두가 짐작하다시피 진짜 사람이 아닌 봇 계정입니다. 봇 계정의 범람은 소셜미디어 회사에도 상당한 골칫거리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죠.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인기도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가격표가 붙습니다.
미네소타에 사는 제시카 리슐리는 환한 웃음이 눈에 띄고 머리는 살짝 웨이브가 진 10대 소녀입니다. 독서를 좋아하고 래퍼 포스트말론의 팬이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는 지루함에 대해 생각하거나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여느 10대 청소년처럼 가끔 귀여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셀카를 찍어 올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트위터상에는 또 다른 제시카 리슐리가 있습니다. 이름만 같을 뿐 아니라 프로필 사진도, 난데없이 “문제가 좀 있어.”라고 써놓은 프로필 메시지도 똑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제시카의 가족이나 친구는 두 번째 제시카를 아마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번째 트위터 계정은 뜬금없이 캐나다 부동산 투자를 홍보하는가 하면 암호화폐나 가나의 라디오 방송국 관련 트윗을 부지런히 올리기 때문입니다.
가짜 제시카는 또 아랍어나 인도네시아어를 하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거나 그 언어로 된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합니다. 미네소타에 사는 진짜 제시카는 당시 17살,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으로 아랍어도, 인도네시아어도 한마디도 못 했는데 말이죠. 트위터에만 있는 가짜 제시카는 또 온갖 포르노물을 홍보하기도 하고 선정적인 사진이나 링크를 퍼다 나르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의 계정들은 모두 데부미(Devumi)라는 베일에 싸인 미국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는 계정입니다. 데부미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각종 사기 행각을 벌이고 그 대가로 잘 드러나지 않은 암시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데부미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돈을 내는 고객에게 트위터 팔로워를 높여주거나 리트윗을 몰아주는 겁니다.
인기 관리가 중요한 연예인, 홍보가 절실한 기업, 혹은 그저 더 유명해지고 싶거나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개인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데부미가 자동으로 생성해 관리하거나 조종할 수 있는 계정은 약 350만 개로 추정됩니다. 뉴욕타임스 취재진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데부미는 가짜 계정을 활용해 고객의 트위터 팔로워 수를 총 2억 명 정도 늘렸습니다.
리슐리 씨처럼 진짜 사람, 실제 이용자를 빼닮은 가짜 계정이 상당히 많다는 건 그만큼 소셜미디어상에서 계정이 광범위하게 도용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데이터를 분석해 봤더니, 현재 트위터 계정 가운데 적어도 5만5천 개는 실제 트위터 이용자의 특징을 한 가지 이상 도용해 위장하고 있는 가짜 계정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짜 계정은 이름, 프로필 사진, 출신 지역 등 다양한 개인 정보를 가리지 않고 도용했으며, 미성년자의 신상을 도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19살이 된 제시카 리슐리는 실제 자신이 쓰지도 않는 계정에 자기 사진이 올라가고 자기 이름이 쓰인다는 것이 당연히 싫다고 말합니다.
“특히 누군가 그런 가짜 계정을 활용해 뭔가를 얻겠다며 돈까지 낸다는 사실을 정말 믿을 수 없습니다. 끔찍해요.”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고 인기를 끌면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으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팔로워가 많거나 인기가 있으면, 혹은 인기가 있어 보이면 그 자체로 소위 돈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짜 계정을 양산해 인기에 거품을 주입하는 기술은 곧 위조화폐를 찍어내는 기술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부나 범죄조직, 기업 등 실제 사람이 아닌 이용자가 관리하는 가짜 계정은 소셜미디어상에 차고 넘칩니다. 현재 휴면 상태가 아니라 실제 활동하는 트위터 계정 가운데 약 15%에 해당하는 무려 4,800만 개 계정이 진짜 사람인 척 행세하는 자동화된 가짜 계정이라는 계산도 있습니다. 트위터 측은 그 숫자가 훨씬 더 적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은 투자자들에게 페이스북상에 있는 이른바 가짜 계정, 즉 진짜 사람이 아닌 트위터 봇과 같은 유령 계정의 숫자가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6천만 개 가까운 계정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미리 정해진 알고리듬에 따라 콘텐츠를 찍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봇들은 소비자들을 특정 광고에 노출시키거나 정치적 토론의 프레임을 다시 짜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작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지만, 봇을 생성하고 매매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데 필요한 기준은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습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측 간사인 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사기에 악용될 수 있는 계정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서비스를 아예 기업형으로 제공하는 업체까지 성업 중입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상에 퍼지는 가짜 계정의 실태와 문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기업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의회와 정부가 가짜 계정에 관해 규제망을 좁혀오고 있지만, 가짜 계정으로 조작한 팔로워나 리트윗의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여전히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계정은 돈을 주고 팔로워를 사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데부미를 비롯한 수많은 웹사이트는 버젓이 팔로워를 판다는 광고를 내고 성업 중입니다. 가짜 계정을 적발하고 삭제하는 규제를 소셜미디어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겨놓은 것도 문제입니다. 소셜미디어 기업의 시장 가치는 이용자 수가 얼마나 많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짜 계정을 둘러싸고 이른바 이해관계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데부미를 창업한 저먼 칼라스는 자신의 회사가 가짜 팔로워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혐의를 일체 부인했으며, 실제 이용자들의 아이디와 프로필을 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전부 다 거짓 음해입니다. 우리 회사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그런 행위에 엮이지도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칼라스는 취재진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업 장부와 법원 기록을 통해 20만 명도 넘는 데부미의 고객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TV에서 볼 수 있는 유명 연예인, 프로 스포츠 선수, 코미디언, 테드에서 이름을 날린 전문가, 목회자, 모델 등 고객층은 무척 다양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돈을 내고 팔로워 숫자를 부풀린 거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회사 직원이나 에이전시, 홍보 회사나 가족, 친구가 대신 거래를 해준 예도 있습니다. 트위터 팔로워, 유튜브 조회수, 음악과 음성파일 플랫폼인 사운드 클라우드 재생 횟수를 우리돈 몇십 원당 하나씩 올릴 수 있었습니다. 구직과 승진, 이직용 전문 네트워킹 플랫폼인 링크드인에서 자신이 써놓은 이력이나 특기를 인정해주는 버튼의 클릭도 돈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배우 존 레기자모, 컴퓨터 업계의 억만장자 마이클 델, 미식축구 해설위원이자 과거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라인배커였던 레이 루이스는 모두 데부미에 돈을 내고 팔로워를 샀습니다. 또 수영복 모델로 이름을 알린 뒤 지금은 5억 달러 규모의 패션 브랜드를 거느리는 사업가가 된 배우 출신 캐시 아일랜드도 데부미에서 팔로워 수천, 수만 명을 샀으며, TV쇼 “아메리칸 닌자 워리어”의 진행자 아크바르 바자비아밀라도, 심지어 트위터의 이사인 마사 레인 폭스마저 데부미의 고객이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이 모두 가짜뉴스를 비롯해 인터넷상에서의 온갖 정치 공작과 여론 조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데부미가 찍어내는 가짜 팔로워들은 이 문제를 퍼뜨리는 첨병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합니다. 데부미의 고객 명단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도, 트럼프를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케이블TV 뉴스에 출연해 진보적인 논리를 설파하는 사람부터 극우 대안우파의 온상인 브레이트바트 기자까지 돈을 주고 데부미의 서비스를 샀습니다.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공화당, 위스콘신) 의원의 낙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랜디 브라이스는 2015년 데부미에서 가짜 팔로워를 샀습니다. 당시 브라이스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한창 공을 들였습니다. 스티븐 므누친 재무부 장관의 부인인 루이즈 린튼은 배우로서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기 위해 데부미의 서비스를 샀습니다.
데부미의 서비스는 미국 말고 다른 나라 정치인과 정부에서도 인기가 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편집장은 데부미에 돈을 주고 가짜 팔로워를 사고, 신화통신이 올린 트윗의 리트윗 숫자를 올렸습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걸핏하면 트위터를 검열하거나 사실상 차단해놓고, 반대로 다른 나라에 중국 정부 관련 홍보물을 일방적으로 퍼뜨릴 때만 트위터를 사용합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보좌관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돈을 주고 모레노 선거운동본부의 팔로워와 리트윗을 샀습니다.
트위터의 크리스틴 빈스 대변인은 봇으로 보이거나 봇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도 그 자체로 제재하거나 차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선 그런 매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트위터 측에서 어느 쪽에 책임을 묻거나 제재를 가하기에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습니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컴퓨터나 기계가 개인의 신상을 도용해 트위터상에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트위터 측은 뉴욕타임스가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소위 가짜 계정들이 규정에 어긋나는지 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빈스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위터의 가치를 훼손하는 악질적인 자동화 계정이나 가짜뉴스와 스팸을 양산하는 계정을 적발하고 걸러내는 데 계속해서 힘쓰겠다.”
소셜미디어 가운데 본인 인증을 비롯한 신원확인을 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지만, 트위터는 애초에 실제 사람이 아니어도 계정을 만들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서비스보다 트윗을 올리고 남이 올린 트윗을 자동으로 퍼오는 것도 훨씬 쉬운 편입니다. 수많은 계정을 만들어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자연히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트위터 봇의 대표적인 유형 세 가지
- 정해진 시간에 미리 입력한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는 예약봇(scheduled bot): 대표적으로 매시간 한 번씩 트윗을 올리는 빅벤봇이 있다.
- 다른 트위터 계정이나 웹사이트를 실시간 모니터하는 관찰봇(watcher bot): 미국 지질연구소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하면 샌프란 지진봇은 자동으로 관련된 핵심 사항을 긁어 트윗을 올린다.
- 확장봇 혹은 마이크봇(amplification bot): 데부미가 파는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이 봇은 고객이 올린 트윗과 글이 더 많이 리트윗되고, ‘좋아요’를 받게 하고, 팔로워를 늘려준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봇을 제거하는 데 특화된 사이버 보안업체 디스틸 네트웍스의 창업자 라미 에사이드는 소셜미디어가 이미 “사람 반, 봇 반”이라고 진단합니다.
“어떤 트윗을 봤을 때 덜컥 진짜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고 가정해선 안 됩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정말 꼭 들어맞는 상황입니다.”
이는 데부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영향력이 곧 돈이 되는 세상
지난해 전 세계에서 30억 명이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중국에서는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에 접속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는 건 단지 포춘 500 대기업의 지표가 바뀌고 광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지위를 나타내는 데도 소셜미디어의 지표가 쓰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팔로워가 몇 명이나 되고, 글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를 얼마나 받으며, 소셜미디어상에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가 곧 내 프로필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세상이 된 겁니다. 몇몇 연예인이나 스타트업에 뛰어든 기업인들에게는 바로 이런 소셜미디어 지표가 곧 현실 세계에서 바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트위터 팔로워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얻게 되는 일자리의 종류, 어떤 일을 하고 받는 보수, 심지어 그 사업이나 제품에 대한 고객의 평가마저 바뀔 수 있으니 그 중요성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꼭 유명인이 아니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며 직접 트렌드를 선도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일반인 유튜브 스타들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팔로워 수는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일반인 가운데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의 콘텐츠에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 광고주들은 당연히 많은 사람이 접하는 콘텐츠에 광고를 실으려 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수록 광고도 더 많이 유치하고 그만큼 돈을 더 벌 수 있는 겁니다. 영향력 있는 일반인과 각종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컨설팅 회사 Captiv8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팔로워가 10만 명 되는 계정은 트위터를 통해 홍보하면 그 대가로 평균 2천 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팔로워가 100만 명이면 광고 수입은 2만 달러 정도 됩니다.
정석대로 현실 세계에서의 인기가 소셜미디어에 반영될 때도 많습니다. 팬들이 좋아하는 영화배우나 유명 셰프, 모델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찾아 팔로우하고 자연히 이들의 계정이 돋보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쉽게 가는 치트키도 있습니다. 신용카드 번호만 입력하면 즉시 원하는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워를 곧바로 늘려주는 사이트는 검색만 하면 금방 나옵니다.
해당 사이트들은 새로 늘어나는 팔로워가 “실제 활동하는 계정”, “진짜 계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사람이 운영하는 개인 계정”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팔로워 숫자가 중요한 이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팔로워를 구매하고, 늘어난 팔로워 숫자에 따라 필요한 혜택을 챙깁니다.
“팔로워가 많거나 트윗만 올리면 여러 차례 리트윗되는 계정이 있다고 칩시다. 그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은 자연히 대단한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그런 사람이 리트윗하고 공유하면 더 통찰력이 뛰어난 글처럼 보일 테고요. 결국엔 당신도 그 내용에 괜히 더 공감하면서 글을 공유하거나 그 계정을 팔로우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검색엔진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 모즈(Moz)의 창업자 랜드 피시킨의 말입니다.
이는 꼭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직접 어떤 트윗이나 포스트를 추천할 때도 그 콘텐츠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따져봅니다. 봇의 남용이나 온라인상의 사기 등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는 보안업체 스미트(Smyte)의 공동창업자 줄리언 템펠스만은 “팔로워가 얼마나 되는 계정이냐는 소셜미디어 업체가 추천하는 글을 고를 때도 실제로 비중 있게 보는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구글에 “돈 주고 팔로워 늘리는 법(how to buy more followers)”을 검색해보면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데부미가 나옵니다. 깔끔하게 단장한 데부미 홈페이지에는 본사 주소가 뉴욕 맨하탄으로 되어있으며,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고객들의 이용 후기, 그리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돈을 돌려준다는 환불 규정도 소개돼 있습니다. 특히 데부미가 제공하는 팔로워 판매 서비스는 해당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승인을 받았다는 주장이 눈에 띕니다. 서비스 소개 및 자주묻는 질문을 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트위터의 승인을 받은 프로모션 기술만 사용합니다. 우리 서비스를 구매해 이용한다고 당신의 계정이 제재를 받거나 정지될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데부미의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보고자 우리는 직접 돈을 내고 고객이 됐습니다. 지난 4월 우리는 트위터에 시험용 계정을 만들고 데부미에 225달러를 냈습니다. 팔로워 2만5천 명을 보장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1센트(약 10원) 당 팔로워 한 명인 셈이죠. 광고 내용대로 처음 늘어난 팔로워 1만여 명은 실제 개인들이 쓰는 계정처럼 보였습니다. 사진과 이름, 출신 지역을 비롯한 프로필상의 여러 내용이 다 진짜처럼 보였죠. 그 가운데는 기사 머리에 소개한 미네소타에 사는 10대 소녀 제시카 리슐리의 계정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몇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계정 이름에 자연스럽지 않은 글자나 특수 문자가 끼어있곤 했습니다. “I”가 있어야 할 곳에 “l”이 있는 식으로 언뜻 봐서는 눈치채기 어렵게 글자를 바꿔놓은 계정도 있었습니다.
제시카 리슐리 씨 계정을 통해 데부미가 만든 봇 구별하기
- 프로필 사진: 리슐리 씨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의 색을 보정하고 압축했다. 자동으로 사진을 인식해 도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가짜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색이 좀 더 옅고 덜 선명하다.
- 글자 바꿔치기: 데부미는 트위터 계정 이름의 첫 글자의 대소문자만 교묘하게 “i”에서 “I”로 바꿨다. 얼핏 보면 뭐가 다른지 눈에 띄지 않는다.
-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과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의 터무니없는 비율: 리슐리 씨의 진짜 계정은 172명을 팔로우하고 있다. 리슐리 씨를 팔로우하는 친구는 31명. 그런데 가짜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 수는 비슷하게 적지만, 가짜 계정이 팔로우하는 계정은 무려 5천 개가 넘는다. 이 계정이 남용되고 있다는 의심이 자연히 드는 대목이다.
- 뜬금없는 리트윗들: 봇 계정들이 리트윗하는 콘텐츠를 보면 말 그대로 일관성이 전혀 없다. 한 사람이 관심을 갖고 챙겨보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잡다한 것들이 수많은 언어로 무작위로 리트윗된다.
나머지 1만5천 명의 팔로워는 훨씬 명백하게 봇 티가 났습니다. 프로필 사진도 제대로 된 게 없었고, 계정 이름은 아무 의미 없는 글자나 숫자의 조합이었으며, 제대로 된 이름이 아니라 단어의 한 부분을 마구 떼다 붙여놓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뉴욕타임스 취재진은 저먼 칼라스에게 이메일을 보내 데부미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이 있는데 답해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칼라스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트위터 팔로워를 돈 주고 사고파는 행위는 트위터 규정상 금지돼 있습니다. 그런데 데부미는 고객에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약속하고 있죠. 데부미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쓰여 있습니다.
당신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팔로워들은 트위터상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이용자들과 똑같은 팔로워입니다. 데부미 서비스를 통해 팔로워를 유치했다는 사실을 당신이 말하지 않는 한 누구도 이를 알 수 없습니다.
“봇 사세요”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확보한 데부미의 영업 내용과 기록은 데부미는 물론 데부미의 고객들도 아마 숨기고 싶어 할 내용투성이였습니다.
데부미의 잘 알려진 주요 고객들은 대개 소셜미디어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거나 아예 자기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구체적인 동기는 물론 제각각입니다. 그저 데부미의 서비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팔로워를 사봤다는 이도 있고, 고객들에게 자기 계정을 계속 어필하려면 높은 팔로워 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려 데부미의 서비스를 구매했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배우 디어드르 러브조이는 “안 하는 사람 못 봤다.”는 말로 돈 주고 팔로워를 사는 일이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러브조이도 데부미의 고객입니다.
데부미의 고객 가운데는 데부미가 실제로 효과적인 홍보를 통해 진짜 팬이나 고객을 연결해주리라 믿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반면 가짜 계정을 동원해 겉으로 보이는 팔로워 숫자를 늘려줄 뿐이라는 걸 알거나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서비스를 구매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적지 않은 고객이 데부미의 서비스를 구매한 걸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조정 선수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제임스 크래크넬은 데부미에서 팔로워 5만 명을 샀습니다.
“순사기죠. 사실 ‘좋아요’를 얼마나 받고, 팔로워가 얼마나 되느냐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없잖아요.”
캐시 아일랜드의 트위터 팔로워는 100만 명이 넘습니다. 트위터상에서도 손에 꼽는 VIP 유저인 아일랜드는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해 회사를 홍보해주고 협찬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스콘신에 있는 보험회사인 미국 가족보험은 유명 모델 출신 캐시 아일랜드에게 자사의 트위터 홍보대사로 임명했습니다. 아일랜드는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홍보해주고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의 팔로워는 16만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그녀가 소유한 브랜드 에이전시인 스털링 윈터스가 2천 달러를 내고 트위터 팔로워 30만 명을 사들였죠. 데부미의 장부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스털링 윈터스 소속 직원은 이후 추가로 돈을 주고 팔로워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인터뷰에서 털어놓았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결과, 아일랜드를 팔로우하는 계정 대부분은 봇으로 밝혀졌습니다.
스털링 윈터스의 대변인 로나 메나시는 해당 직원이 아일랜드의 재가를 받지 않고 데부미의 서비스를 구매했다며 <뉴욕타임스> 취재가 시작된 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당 직원을 징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직원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습니다.”
영국 온라인 쇼핑몰의 선구자이자 영국 상원의원이며 트위터 이사이기도 한 마사 레인 폭스도 자신이 데부미의 고객인 사실이 밝혀지자, “직원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발뺌했습니다. 하지만 1년 넘는 시간 동안 한두 번도 아니고 수차례 데부미의 서비스를 거듭 구매했는데, 회사의 대표가 이를 몰랐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서 레인 폭스는 잘못한 해당 직원이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밖에 데부미의 고객으로 밝혀진 당사자 혹은 그들의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배우 존 레기자모처럼 부하 직원이 데부미의 서비스를 결제한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답이 없는 데부미 고객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예 데부미의 서비스를 산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미식축구 스타 출신 레이 루이스의 개인 비서인 애슐리 나이트가 대표적인데, 나이트는 데부미에서 (루이스의 계정에 쓸) 팔로워 25만 명짜리 서비스를 구매하며 자신의 이메일을 ID로 써넣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연설가 에릭 카플란도 여덟 차례 주문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는데, 자신은 그런 데 돈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유명 제빵사 폴 할리우드의 트위터 계정은 <뉴욕타임스>가 취재하며 이메일로 관련 사실을 문의한 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삭제됐습니다. 할리우드는 계정이 삭제된 뒤 <뉴욕타임스>에 “그런 계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원문에서 데부미의 고객 명단 가운데 유명 인사들의 목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 홍보담당 자문위원이자 CNN에 출연하는 힐러리 로젠은 2년여간 데부미에서 50만 명 넘는 팔로워를 샀습니다. 앞서 로젠은 10년 넘게 미국 음반산업협회장을 맡았습니다. 인터뷰에서 로젠은 잇단 서비스 구매가 “그저 몇 년 전에 어떤 식으로 팔로워가 늘어나는지 확인해보려고 시험 삼아 결제해본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데부미의 기록을 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십수 차례에 걸쳐 팔로워를 샀습니다.
회사로부터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늘리라는 압박을 받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데부미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젊은 프리랜서 작가 마커스 홀름런드는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 빌헬미나(Wilhelmina)에 소셜미디어 매니저로 고용됐을 때만 해도 무척 설렜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 숫자가 생각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자, 회사 측은 홀름런드 씨에게 팔로워를 돈을 주고 사던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압박했다고 홀름런드 씨는 말했습니다. 2015년, 의구심을 지우지는 못했지만, 홀름런드 씨는 사비를 털어 매달 데부미의 서비스에 결제했습니다.
“단지 빌헬미나에서 해고되는 것뿐 아니라, 여기서 실패하면 아예 패션업계에서는 영영 일자리를 찾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시달렸죠.”
끝내 홀름런드 씨는 2015년 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일을 그만둔 뒤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꼭 빼놓지 않고 이 이야기를 했어요. 돈 주고 사들이는 팔로워 다 완전 사기다, 절대 믿지 마라. 그렇게 해봤자 돈 내는 사람만 손해 보고, 효과도 없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빌헬미나 대변인은 이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데부미 고객 가운데 봇을 사들인 이유를 솔직히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면 하는 일을 계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경제 예측 전문가인 경제학자 제이슨 솅커는 적어도 팔로워 26만 명을 구매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상에서) 어느 정도 유명세가 없으면 아무도 당신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삽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에서도 톱스타 반열에는 오르지 못한 배우들이 데부미에서 팔로워나 리트윗을 돈 주고 사들인 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TV 드라마 “손즈 오브 아나키”에 출연했던 배우 라이언 허스트도 데부미 고객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2016, 2017년에 총 75만 명의 팔로워를 사들였습니다. 현재 그의 트위터 팔로워가 약 100만 명이니 그 가운데 75%를 돈으로 산 가짜 계정으로 채워 넣은 셈입니다. 데부미의 장부에 따르면 그가 데부미에 낸 돈은 적어도 4천 달러가 넘습니다. 허스트에게 여러 차례 질문을 보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리얼리티 TV쇼에 출연한 사람들도 데부미에서 봇을 샀습니다. 이들은 인기를 활용해 홍보를 대행해주고 돈을 받거나 출연료를 받기 때문에 팔로워 숫자는 벌이와 직결됩니다. 브라보 채널의 “위기의 주부들 뉴욕 편”에 출연했던 소냐 모건은 데부미에서 사들인 팔로워를 채워 넣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띄운 뒤 이를 통해 자신의 패션 사업과 쇼핑 앱, 맞춤형 동영상 콘텐츠 앱 등을 홍보했습니다.
오디션 프로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했던 클레이 아이큰은 볼보의 고객 서비스에 관한 불만 사항을 적은 트윗을 퍼뜨려달라며 데부미의 서비스를 결제했습니다. 데부미의 봇은 열심히 주어진 명령을 수행했고, 아이큰의 트윗은 5천 번 이상 리트윗됐습니다. 아이큰과 모건 모두 취재진의 질문과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밖에도 데부미의 고객 명단에는 100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스타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앞서 설명했듯 일반인 가운데 소셜미디어상에서 특정 분야에 영향력이 큰 사람들로 이들의 시장 가치는 팔로워 수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LAU’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라스베거스의 유명 DJ인 저스틴 블라우는 팔로워 5만 명과 수천 건의 리트윗 패키지를 구매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블라우는 그와 함께 일했던 예전 팀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의 허락 없이 서비스를 결제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스타이자 소위 영향력 있는 VIP 고객 가운데 적어도 5명은 데부미의 고객인 동시에 뉴욕타임스의 자회사인 에이전시 헬로소사이어티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취재진은 뉴욕타임스 사측에 관련 사실을 문의했고, 대변인은 회사 차원에서 이들의 팔로워와 고객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헬로소사이어티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뉴욕타임스 측은 덧붙였습니다.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뉴욕타임스 여행 섹션에 글을 쓰는 루카스 피터슨도 데부미에서 팔로워를 구매했습니다.
사실 꼭 인기가 높고 잘 알려져야만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공인받는 건 아닙니다. 최근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에 따르면 아라벨라와 자딘 다호라는 이름의 어린 남매 유튜브 스타는 아마존, 디즈니, 루이뷔통, 닌텐도 등 말 그대로 유수의 브랜드로부터 후원을 받으며 콘텐츠를 올리는데, 1년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무려 10만 달러가 넘습니다. 올해 14살인 아라벨라 양은 어메이징 아라벨라(Amazing Arabella)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서 활동합니다.
하지만 아라벨라와 남동생의 트위터 계정을 관리하는 건 그들의 어머니 샤디아 다호 씨였는데, 샤디아 다호 씨의 이름이 데부미의 고객 명단에 있었습니다. 다호 씨는 트윗을 올리고 나서 수천 건의 리트윗을 주문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메일과 홍보대행사를 통해 수차례 다호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데부미는 유명인이나 소셜미디어 스타들에게 직접 팔로워를 팔기도 하지만, 마케팅 회사, 홍보대행사도 데부미의 매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회사들은 대개 팔로워를 사서 자사 고객들의 계정을 풍성하게 하는 데 썼습니다.
LA에서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는 필 팔렌은 소셜미디어에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성장을 위한 광고 캠페인” 전략을 코치해준다고 광고했습니다. 데부미의 장부에는 팔렌이 최소 10여 차례 데부미의 서비스를 구매한 것으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2014년부터 그는 데부미의 서비스를 사들여 발명가이자 TV쇼 “샤크 탱크(Shark Tank)”의 공동 진행자인 로리 그레이너의 계정 팔로워를 수만 명 늘렸습니다.
필 팔렌은 취재진의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팔로워를 돈 주고 산 적이 없다며 거래 내용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취재진이 로리 그레이너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자 그제서야 “오래전에 한 번 시험 삼아 그런 서비스를 이용했던 적이 있지만, 한참 전의 일이고 더는 구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레이너 측 변호사는 팔렌이 돈을 주고 산 팔로워로 계정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팔렌과의 계약을 끊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데부미의 기록을 보면 팔렌은 2016년에도 그레이너의 계정에 돈을 주고 산 봇 팔로워를 채워 넣었습니다.
마케팅 컨설턴트가 자기 계정에 팔로워를 늘릴 심산으로 데부미의 서비스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팔로워가 많으면 더 유능하고 경험 많은 컨설턴트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자신을 가리켜 스스로 “세계 최고의 유명 브랜드 제조기”라고 부르는 마케팅 전문가 지텐드르 세데프는 2015년부터 데부미에서 팔로워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USC의 겸임교수로 출강하기도 했던 세데프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펴낸 그의 저서 『킴 카다시안 법칙: 왜 뻔뻔한 전략이 먹힐까?』에서 그는 팔로워 수가 늘어난 진짜 비결이 있었다며 데부미가 아닌 다른 이유를 들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내 소셜미디어 계정은 그야말로 방문자들로 넘쳐났다. 비결은 바로 진정성에 있었다.”
장물을 팔다
제시카 리슐리 씨의 도용된 계정은 (당연히 리슐리 씨 모르게) 세데프의 팔로워로 동원된 수많은 가짜 계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2014년에 생성된 이 가짜 계정은 데부미의 고객들이 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숱하게 사용됐습니다. 경제학자 솅커 씨와 영국의 유튜브 스타 아라벨라 다호 양의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고, TV쇼 “테이큰”의 스타 클라이브 스탠든을 팔로우한 계정 가운데도 있었습니다. 유명 제빵사 할리우드의 계정과 프랑스 연예인 DJ 스네이크, 모델 출신 사업가 캐시 아일랜드를 팔로우하는 데도 동원됐습니다. (DJ 스네이크의 팔로워를 구매한 것은 전직 매니저였고, 클라이브 스탠든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제시카 리슐리 씨의 도용된 계정은 왕성하게 활동하는 미국 포르노배우 댄 레알과 연관 있는 트위터 계정이 올리는 글을 부지런히 리트윗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계정이 적어도 다섯 개 이상 확인됐는데, 댄 레알은 헝가리에 거주하며 트위터상에서는 @PornoDan이란 이름으로 활동합니다. 레알은 데부미에서 최근 몇 년간 적어도 팔로워 15만 명을 구매했는데, 댄 레알 외에도 데부미의 고객 가운데 포르노나 성인물 업계에서 일하는 이들이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댄 레알은 취재진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팔로워를 사는 데 쓴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 수익을 창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위터가 내릴 징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공인들, 유명인들, 회사, 연예인들까지 팔로워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을 나열하면 끝도 없을걸요? 아마 트위터가 이런 사람들을 정말 작심하고 다 처벌하고 계정을 삭제하려 한다면 트위터 유저가 심각하게 줄어들어 트위터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겁니다.”
<뉴욕타임스>의 심층분석 결과 데부미는 자체적으로 수준 높은 봇을 수천 개 생성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진짜 트위터 계정 하나를 그야말로 토씨만 조금씩 바꿔 모조품인 가짜 계정 수백 개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원래 계정과 거의 차이가 없어 도용된 계정인지 알아채기도 어려웠습니다.
가짜 계정 찾아내기
- 유명 셰프이자 데부미의 고객이기도 한 마이클 사이먼의 트위터 팔로워 숫자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 뉴욕타임스 취재 결과, 팔로워 가운데 일부는 봇, 즉 가짜 계정으로 밝혀졌다. 기사에 여러 차례 소개한 제시카 리슐리 씨의 원래 계정을 본떠 만든 신상이 도용된 가짜 계정도 마이클 사이먼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 개별 계정을 봐서는 이 계정이 도용된 봇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의심쩍은 계정을 한데 묶어 살펴보면 어딘가 어색한 점이 하나의 패턴처럼 나타나곤 한다.
-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면 마이클 사이먼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는 계정 가운데 봇을 구별해내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
- 사이먼의 트위터 계정(@chefsymon)을 처음으로 팔로우한 건 클리블랜드에서 사이먼과 함께 일했던 코리 코바라는 사람으로, 그 계정도 그가 직접 운영하는 실제 계정이다. 코바는 2009년 2월에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 두 번째 팔로워는 온라인으로 신발을 파는 업체 자포스(Zappos)로, 자포스는 2007년 6월에 트위터 계정을 열었다.
-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유명 셰프인 마이클 사이먼을 팔로우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간다. (원문에서 팔로워 추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그러다 2013년 초, 한눈에 봐도 부자연스러운 패턴이 나타난다.
- 의심쩍은 계정들이 한꺼번에 마이클 사이먼의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한다. 이 계정들은 마치 쌍둥이처럼 거의 동시에 생성됐고, 거의 동시에 마이클 사이먼을 팔로우했다.
- 앞서 소개한 대소문자만 바꿨던 제시카 리슐리 씨의 도용된 계정도 다른 봇들과 함께 동시에 마이클 사이먼의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한다.
- 진짜 계정의 신상을 도용해 가짜 계정을 양산한 것으로 그래프에 봇을 동원해 팔로워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데부미의 장부를 보면 마이클 사이먼은 2014년 9월에 데부미에서 팔로워 10만 명을 샀고, 2015년 11월에는 50만 명을 추가로 구매했다. 그래프를 보면 앞서 2013년 초에도 데부미나 유사 업체에 돈을 주고 팔로워를 산 것으로 보인다.
- 사이먼 씨는 그저 자신의 계정을 찾는 사람을 늘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트래픽을 늘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고 더 쉽게 다가가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렇게 되다니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 데부미의 고객 가운데는 사이먼과 비슷한 당혹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 영국 상원의원이자 사업가인 마사 레인 폭스는 자신의 이메일을 ID로 등록하고 데부미에서 적어도 일곱 차례 팔로워를 구매했다. 2016년 4월 그녀가 트위터 이사에 선임된 지 얼마 안 돼 팔로워 2만5천 명이 갑자기 늘어났는데, 이 또한 데부미의 서비스를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레인 폭스는 문제가 불거지자 자기 회사의 직원이 저지른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이자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의 예루살렘 특파원이기도 한 애론 클라인도 최소 3만5천 명의 팔로워를 데부미에서 산 것으로 기록돼 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 결과 그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는 계정 대부분이 봇이었다. 이는 그래프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 영국의 조정 선수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제임스 크래크넬은 2016년 데부미에서 여러 차례 팔로워를 샀다. 그는 후에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며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나를 팔로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CNN 뉴스에 정치 패널로 출연하는 힐러리 로젠은 돈을 주고 50만 명 넘는 팔로워를 샀다. 지금은 해당 봇 계정 가운데 상당수가 삭제됐지만, 여전히 로젠의 팔로워 가운데 약 절반가량이 셰프 마이클 사이먼의 팔로워와 겹친다. 제시카 리슐리의 도용 계정을 포함한 봇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 계정의 신상은 실제 트위터 이용자들의 신상을 조금씩 변조해 생성됩니다.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많은 나라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도용 대상이 됩니다. 트위터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이용자의 계정이든 몇 달째, 심지어 몇 년째 트위터에 접속도 하지 않는 사실상의 휴면 계정이든 상관없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대학생 샘 도드 씨는 메릴랜드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처음 자기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그의 신상이 도용돼 봇 계정이 생성되고 말았습니다.
오랫동안 사실상 휴면 상태였던 도드 씨의 가짜 계정은 지난해 갑자기 데부미의 고객들을 왕성히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여름에는 도드 씨의 도용된 가짜 계정이 댄 레알이 운영하는 포르노물을 비롯해 수많은 포르노 웹사이트 링크를 올리더니 도박 웹사이트 링크도 끊임없이 올려댔습니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제 계정을 해킹한 건지 모르겠어요. 전 이제 갓 20살 된 평범한 대학생일뿐이고, 전혀 유명하지도 않잖아요.”
도드 씨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명인이 아니라도 실제 사람의 인적사항과 계정은 영향력이 곧 돈이 되는 사회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지난 12월 기준 데부미의 서비스 가격표를 보면 품질이 좋은 팔로워는 한 명당 그 값이 2센트에 조금 못 미칩니다. (품질이 좋다는 건 한눈에 봇임이 드러나지 않는, 실제 사람들이 쓰는 계정과 거의 똑같다는 뜻) 데부미 봇 하나가 팔로우하는 계정은 약 2천 개 정도로 데부미의 고객 수와 대개 일치합니다. 도드 씨를 도용한 계정 하나로 데부미는 30달러($0.015 * 2,000)를 벌어들인 셈이 됩니다.
도드 씨의 트위터 계정처럼 도용한 계정의 인적사항, 신상 정보는 데부미 같은 회사의 브랜드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돈 받고 팔로워를 팔 때 먼저 봇 티가 덜 나는 고품질 계정부터 동원하기 때문이죠. 고객이 실제 유입된 팔로워가 누구인지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뒤이어 동원되는 팔로워일수록 훨씬 싸고 한 눈에도 가짜 계정 티가 확 나는 봇입니다.
데부미가 신상을 도용해 생성한 그럴싸한 봇이 원래 계정을 사실상 대체하기도 합니다. 즉, 원래 이용자가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놓고는 거의 트위터에 접속도 하지 않아 사실상 휴면계정이나 다름없게 됐는데 그 계정이 도용돼 활동 기록을 보면 도용된 봇 계정이 원래 계정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플로리다주에 살며 임원 비서로 일하는 휘트니 울프 씨는 웨딩플래너로 일하던 2008년에 트위터에 가입했습니다. 그러다가 트위터를 거의 하지 않기 시작한 2014년, 울프 씨의 신상을 도용한 가짜 계정이 생겨났습니다. 이 가짜 계정은 성인영화 배우나 소셜미디어 유명인, 회고록을 펴낸 사람의 트윗을 부지런히 리트윗했습니다.
동네에 있는 남부 침례교 교회에 열심히 나가며 성실하게 살아온 울프 씨는 도용된 계정 때문에 당혹스럽다고 말합니다.
“가죽끈만 걸친 여성의 사진, 가슴을 나체로 드러낸 사진 같은 내용은 당연히 제 신념, 제 이름, 제가 사는 지역, 제가 몸담은 공동체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그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것들이에요.”
피해자 가운데는 트위터를 끊기 전에 자신의 계정이 도용돼 생성된 봇을 데부미가 동원해 악용한 사실을 직접 발견한 이도 있습니다. 콜로라도에 사는 엔지니어 샐 잉글(40) 씨는 나중에 어떤 회사에 지원했을 때 사측에서 자신을 검증한다며 소셜미디어 계정을 확인해볼 텐데 엉뚱하게 도용된 봇 계정이 올린 잘못된 콘텐츠 때문에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구직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제가 아는 바로는 어떤 회사도 제 신상을 도용한 봇 계정을 저의 원래 트위터 계정으로 오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나마 정말 다행이죠.”
잉글 씨는 <뉴욕타임스> 취재진이 계정 도용 사실을 알려준 뒤 트위터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트위터는 봇 계정을 정지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해 데부미의 창업자 칼라스 씨에게 이메일을 보낸 데 이어 올해 아예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맨하탄의 사무실 주소를 방문해 봤습니다. 해당 건물에는 병원과 노동조합 등 여러 업체, 단체들이 세 들어 있었지만, 데부미와 데부미의 모회사 바이션(Bytion)의 사무실은 건물에 없었습니다. 해당 건물을 관리하는 곳에 문의했더니 데부미와 바이션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주소지 건물에 사무실을 임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데부미가 파는 팔로워처럼, 업체의 사무실 주소마저 실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것이었습니다.
수수께끼 투성인 저먼 칼라스
데부미의 진짜 영업을 총괄하는 사무실은 맨하탄에서 한참 떨어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한 멕시코 식당 위층에 있는 작은 사무실입니다. 창문으로 보이는 좁은 골목에는 집집이 내놓은 쓰레기통과 주차된 차들이 보이는 이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의 펜트하우스 아파트에 저먼 칼라스가 삽니다.
“새로운 기업을 계속해서 설립하고 경영하는 창업 전문가”
저먼 칼라스가 링크드인 프로필에 자기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해놓은 말입니다. 프로필을 보면 칼라스는 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테크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경영인입니다. 하지만 이런 칼라스의 이력도 전부 다 사실은 아닙니다. 거짓이 섞여 있습니다.
올해 나이 27살인 저먼 칼라스는 플로리다 남부에서 자랐고, 10대 때 웹디자인을 공부해 지역 업체들의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일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만들었다는 개인 홈페이지를 인터넷에 올려놨습니다.
그러다 칼라스는 검색 최적화에 관한 공부와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말 그대로 검색 결과 가운데 가능한 한 눈에 잘 띄는 높은 곳에 위치하는 방법을 탐닉한 건데, 고등학교 재학 중에 그는 팜비치 주립대학교 수업을 미리 듣고 2012년에 준학사 학위를 받습니다. 팜비치 주립대학교는 칼라스가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칼라스는 이후 몇 년간 자신이 수십 가지 온라인 사업을 벌여 총 1천만 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했으며, 이때 만든 여러 서비스와 회사들이 지주회사인 바이션의 자회사들이라고 주장합니다.
칼라스 씨는 지난해 구인구직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에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회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 은행 계좌에서는 1,000달러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변변한 투자자도 없던 제가 무기로 삼을 만한 것이라고는 성공을 향한 열정밖에 없었습니다.”
칼라스의 야망이 커지면서 자기소개서도 점점 더 화려해집니다. 2014년 인터넷에 올린 이력서를 보면 그는 2000년에 프린스턴에서 물리학으로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이면 그가 열 살 무렵이었을 때입니다. MIT에서 받았다는 학위도 그 이력서에는 컴퓨터공학으로 둔갑해 있었습니다. 두 학교 모두 저먼 칼라스라는 학생이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칼라스는 여전히 링크드인 프로필에 자신이 MIT에서 “국제경영” 학위를 받았다고 써놓았는데, MIT가 수여하는 학위 가운데는 그런 학위가 없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취재에 응했던 데부미의 전 직원은 데부미 직원들의 이직률이 특히 높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저먼 칼라스는 회사 업무를 세세히 쪼개 맡기고 관리하는데, 직원들은 대개 동료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 모르는 채 일을 하곤 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는 팀에 속하고도 서로의 업무를 잘 모를 때도 있었습니다.
(취재에 응한) 데부미의 전 직원들은 칼라스로부터 소송당할지 모른다며 자신들의 신상을 철저한 가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들은 칼라스가 세운 회사가 직원을 뽑을 때 상당히 엄격한 영업기밀 준수 서약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전 직원들의 증언은 글래스도어에 마찬가지로 익명으로 적힌 평가들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바이션에서 일했다는 한 사람은 칼라스 씨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 관심이 없었으며 사측은 직원들의 개인 기기에 감시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려 하기도 했다고 썼습니다.
회사의 기록에 따르면, 데부미의 고객 관리 및 상담 업무나 고객들의 주문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아 하는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필리핀에 있습니다. 칼라스는 인건비가 싼 외국인들을 고용해 사업에 드는 비용을 낮게 유지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값싼 해외 인력에 외주를 맡긴 탓에 칼라스 자신의 계정이 도용되거나 신상정보가 공개될 위험이 커졌는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8월 칼라스는 필리핀 협력업체의 관리자였던 론왈도 보아도 씨를 고소했습니다. 론왈도 보아도는 앞서 데부미에서 고객지원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칼라스는 고소장에 같은 팀 동료와 다투고 마찰을 빚은 끝에 데부미에서 해고된 보아도가 데부미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데부미가 받은 주문 17만여 건의 정보를 빼돌렸다고 썼습니다. 보아도는 아예 데부미를 베낀 회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데부미의 소송에 관해서는 앞서 탐사 보도 협회가 그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보아도가 데부미를 베껴 만든 경쟁사는 이름부터 데부미 부스트(DevumiBoost)로 기존 회사와 헷갈릴 만했습니다. 칼라스는 보아도가 만든 회사가 회사 이름뿐 아니라 웹사이트도 원래 데부미 홈페이지를 베꼈다고 주장했습니다. 데부미부스트는 회사 주소마저 맨하탄에 있는 가짜 주소를 그대로 썼습니다.
지난해 7월 내내 보아도 씨는 데부미의 직원인 척 데부미의 고객들 수백 명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기존의 주문을 데부미부스트를 통해 다시 한번 해주셔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고객의 신상정보를 도용해 데부미 측에 이메일을 보내 기존 주문을 취소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칼라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자 보아도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칼라스가 시작한 소송 과정에서 알려진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데부미가 정작 자기 회사를 홍보하는 데 필요한 봇은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데부미는 홍보용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주는 대표 업체들에 데부미 봇을 주문해 사서 썼습니다.
유령 팔로워가 공급되는 과정
인터넷에서 간단히 검색만 해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봇 생성 업체들과 데부미 같은 고객 모집 서비스를 이어주는 웹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피케(Peakerr), 칩패널(CheapPanel), 와이티봇(YTbot)처럼 이름만 들으면 어딘가 미심쩍은 업체들은 대개 소위 도소매를 가리지 않고 봇 계정을 만들어 팔아넘깁니다.
개인도 얼마든지 돈만 내면 이들 업체를 통해 직접 팔로워를 사거나 조회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대신 업체들은 고객들의 편의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신용카드로는 결제할 수 없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로만 돈을 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업체들은 저마다 유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상에서 팔로워, ‘좋아요’, 조회수, 공유 횟수 등 다양한 지표를 올려준다고 다양한 언어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동원하는 가짜 계정은 계속 새로 생성되고 또 바뀝니다. 어쩌면 도용한 계정 하나가 여러 업체를 돌고 돌아가며 재활용되는지도 모릅니다.
데부미에서 일했던 한 직원에 따르면 데부미만 해도 가격이나 품질, 봇 티가 나는 정도 등에 따라 여러 봇 생성 업체로부터 가짜 계정을 공급받습니다. 예를 들어 피케라는 업체에서는 (도용한) 프로필 사진이 있고 영어를 사용하는 양질의 가짜 계정 1천 개를 1달러보다 조금 더 주면 살 수 있습니다. 데부미에서 그 정도 품질의 가짜 계정 1천 개를 사려면 17달러가 듭니다.
회사 기록을 보면 저먼 칼라스가 이렇게 값을 비싸게 받은 덕분에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데부미는 적어도 고객 3만9천 명에게 총 2억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팔았습니다. 이 기간에 데부미가 기록한 매출 600만 달러의 1/3 이상을 트위터 팔로워 판매로 올렸습니다.
칼라스는 처음에는 취재진의 문의에 답을 해줬습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뉴욕타임스>가 발견했다는 진짜 계정을 도용한 봇 계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예를 좀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그에 따라 계정 10개를 보내주었더니, 앞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답했던 칼라스는 이 사례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취재진의 연락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트위터의 크리스틴 빈스 대변인은 트위터가 먼저 어떤 계정이 다른 계정의 정보를 빼 오는 데 쓰이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트위터는 자사의 스팸 규정을 어긴 계정을 찾아내 정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빈스 대변인은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만 해도 트위터는 도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매주 640만 개꼴로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분석 결과 봇으로 분류한 계정은 모두 트위터의 스팸방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고, 전부 삭제됐다고 빈스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트위터는 규정을 어긴 것이 확실한 것으로 드러나면 해당 계정을 반드시 정지합니다. 또한,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스팸 메시지로 도배되지 않도록 필요한 감시와 조처를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트위터는 또 <뉴욕타임스>가 기사를 내보낸 뒤 토요일에 데부미가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봇 계정들을 모조리 정지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는 여전히 봇 생성 업체를 손쉽게 걸러내 이들을 시장에서 몰아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상업용 웹사이트에서는 스팸방지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새로운 계정을 생성할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트위터는 이런 인증 절차를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트위터는 전체 계정 수에 비해 실제 이용되는 계정의 비율이 특히 낮은데, 수많은 휴면 계정은 봇 생성 업체가 해킹해 도용하기 안성맞춤인 목표물이 됩니다.
트위터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트위터의 보안 담당 부서가 인종차별이나 성범죄와 관련 있는 콘텐츠, 혹은 트위터상에서의 집단 괴롭힘처럼 실제 이용자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바로잡고 제재하는 데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습니다. 전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트위터는 지난해 러시아 해커들이 봇을 대량으로 동원해 트위터상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콘텐츠나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확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비로소 가짜 계정을 적발, 퇴출하는 데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말까지 트위터의 개인정보 보호 부서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레슬리 마일리 씨는 “소셜 네트워크로서 트위터는 태생적으로 정보보호 기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게 설계됐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봇 계정을 엄격하게 근절하지 않고 적당히 시늉만 하는 게 트위터로서는 사업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트위터는 경쟁사인 페이스북이나 스냅챗보다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고전했습니다. 게다가 트위터가 실제 사용자라고 밝힌 계정 가운데 상당수가 봇이라는 외부 전문가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의 진화
- 2013년 9월: 트위터 타임라인에 리트윗 버튼이 처음으로 바로 보이기 시작한다. 트위터가 세상에 선보인 지 7년 만의 일이다.
- 2013년 10월: 답장, 리트윗, 좋아요 버튼을 트윗 바로 아래 넣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해당 버튼을 얼마나 많이 누르고 그 트윗이 퍼지는지 숫자로 표시하지는 않았다.
- 2014년 2월: 이제 트위터는 내가 올린 트윗에 다른 사람들이 몇 번이나 답장, 리트윗, 좋아요를 눌렀는지 그 숫자를 표기하기 시작한다.
- 2017년 6월: 이제 그 숫자는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사람들이 얼마나 내 글에 반응하는지 선명하게 보이는 셈이다.
“이 문제는 사실 전혀 규제받지 않고, 생태계 자체가 철저히 폐쇄적이에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처지에서 보면 적당히 계정이 부풀려지는 게 꼭 나쁠 건 없거든요. 범죄에 악용되는 게 명확하게 드러나면 당연히 업체들도 규제를 하겠지만, 분명한 건 어쨌든 서비스가 꾸준히 이용되는 것처럼 보여야 업체들도 돈을 버니까요.”
사이버 보안 전문가 라미 에사이드는 말합니다.
지난 1월, 제시카 리슐리 씨의 도용된 계정은 거의 2년간 데부미의 고객을 마구잡이로 팔로우하고, 내용을 가리지 않고 이상한 트윗을 버젓이 끊임없이 리트윗한 끝에 마침내 트위터의 보안 알고리듬에 적발돼 제재 심사를 거쳤고, 최근 들어 계정이 정지됐습니다.
제시카 리슐리 씨는 안 그래도 이제 트위터를 영영 끊을 셈이었습니다.
“아마 저 스스로 곧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고 탈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