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혼자 여행을 왔던 20대 여성이 살해당했습니다. 지난 7일 울산에 살던 이씨는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 구좌읍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습니다. 이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마련한 저녁 파티에 참석한 이후 실종됐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이씨의 가족은 10일 실종신고를 했지만, 이씨는 11일 정오쯤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10일 밤 항공편으로 제주를 떠난 게스트 하우스 관리자 한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쫓았으나, 한씨는 공개 수배된 지 하루 만에 한 숙박업소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제주에 사는 도민으로 안타까운 죽음에 분노와 슬픔이 함께 교차합니다. 특히 용의자가 근무했던 게스트하우스는 지인이 과거에 혼자 여행을 와서 묵었던 숙소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여성의 살인 사건으로 일부 언론에서는 게스트하우스의 예약이 취소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제주가 관광객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입니다.
특별 방범 순찰 활동 기간에 벌어진 살인 사건
이번 살인 사건은 제주지방경찰청의 특별방범 활동 기간에 벌어졌습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도 전역 사람안전, 특별도보 순찰의 날 운영’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습니다. 그러나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평창올림픽과 설 연휴 등을 맞아 금융권과 가정폭력 등을 집중적으로 예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명 ‘혼여족'(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 등도 점검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2012년 7월12일 서귀포시 성산읍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여성이 올레길을 걷다가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찰은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의 범죄 예방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시들해졌고, 결국 또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제주도, 범죄 발생 부동의 1위
제주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8년 전 제주로 이주했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통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주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제주도는 2016년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1만명 당)가 158건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제주는 2014년 (172건/만 명당)에도 2015년 (163건/만 명당)에도 부동의 1위였습니다.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도 2011년 259건, 2012년 285건, 2013년 495건, 2014년 370건, 2015년 437건으로 최근 5년 사이 30% 넘게 증가했습니다.
제주에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통계가 있다면, 경찰 인력을 충원하고 방범 활동을 강화하면 됩니다. 실제로 제주도는 외국인 범죄와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외국인 범죄 수사대와 교통경찰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피해 등이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관광객과 관련한 사고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 대비나 방범 순찰 활동은 관광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방관하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도 자신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기보다는 지역 경찰과 연계하여 위험 지역에 대한 순찰을 요구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여행객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 뒤에는 범죄를 저지른 잔혹한 살인자가 있습니다. 그 살인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살인을 막기 위한 사회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원문: The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