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일본 시장을 선두로, 여러 국가의 주식 시장이 하락을 맞이했다. 이 돈은 다 어디로 옮겨갔고, 누구의 돈이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우선 가장 주목할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다. 가장 잘 나가던 두 지수가 놀라운 하락세를 보였다. 그 와중에 일본 엔화는 강세를 맞이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팩트는, 달러로 나가 있던 자금이 엔화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엔화가 전통적인 안전자산이긴 하지만 지금 굳이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살만한 근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반적인 거시경제 장기투자자의 움직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 주체는 미국 주식도 팔고 일본 주식도 판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두 주식을 팔고 엔화로 자금을 옮긴 것이라면 정체가 뭘까.
간단히는 미국 자본이 일본으로 도망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급격하게 일본으로 도망쳐서 일본 채권이나 국채를 사는 것이라면, 마이너스 금리를 각오하고 엔화 강세 베팅 혹은 달러화 하락 베팅에 전면 승부를 건 세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환 플레이를 이런 시점에 이렇게 과격하게 할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반대로는 일본 자본이 미국과 자국을 포함하여 위험자산을 털고 본국으로 자금을 회수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환 베팅의 성격보다는 리스크 관리의 측면이 큰 경우일 것이다. 이런 주체가 있다면 무엇이 그들의 공포를 자극한 것일까. 어쩌면 그 주체들의 개인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대형 헤지펀드가 한가지 투자전략에서 대형 사고가 났을 때 나머지 모든 포지션을 억지로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가끔 있다. 시장에서 긴급 자금을 구하려다가 오히려 소문이 나서 전체 포지션을 압박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컨대 일본 주식 옵션 같은데 과도한 상방 베팅을 하다가 하락할 때 그 주체가 미국 주식도 잔뜩 들고 있다면, 이 사실을 아는 다른 헤지펀드들이 그 물량이 나올 때까지 시장을 밀어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어쩌면 두 자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자산이 껴있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궁지에 몰린 자금의 움직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로 리스크 관리를 한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어렵다.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무리한 추측일 수 있지만,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500조 원 이상의 가치가 증발했다고 하는데, 그 주요 투자자 중에 일본 세력이 많다. 구체적으로는 1월 15일 기준으로 암호화폐 가치의 32.8%를 차지하던 비트코인 중 56.2%는 엔화로 투자되어 있었다. 그러니 어림짐작하면 엔화 자금 중 약 300조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세력이 어떠한 계기로 손실을 만회하거나 갚고자 돈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예컨대 비트코인에 무리하게 수조 원 수준을 투입한 세력이 있다면 그 손실로 인한 후유증을 막기 위해 위험자산 전체를 청산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일본 내에서 자금을 빌려 투자하고 있었다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상승할 리스크도 직접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한 셈이 될 수도 있다.
암호화폐와 연관이 있을지를 더 상상해보면, 최근 일본 주식의 하락 직전에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하였고, 해킹당한 고객에게 그 손해액의 90%에 해당하는 약 5000억 원 수준을 배상할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다는 것이 떠오른다. 사고 시기가 다소 공교롭긴 하다. 무슨 개연성이 있는 것일까?
만에 하나 이런 개별 주체의 사고가 하락을 촉발한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아주 단기적 이슈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장이라는 복잡계는 정말 복잡해서 이런 나비의 날개짓이 무슨 태풍으로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흔적을 찾다 보면, 때론 다음 수가 명료히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원문: juliuschun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