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덕후니까 가장 유명한 공동체 ‘오로빌‘을 다녀오고, 자연 속에 파묻혀서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퍼머컬쳐 생태농장을 다녀왔다. 그들은 너무 따뜻하고 좋다. 그러나, 내가 있을 곳은 그곳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맨발의 시간, 땅이 좋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나는 컴퓨터, 인터넷상에서 날개가 펼쳐지는 인간임을 다시 한번 농장에서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장에서 결국 내가 했던 일은 웹 사이트 만들어주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 난 어쩔 수 없는 디지털 인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노마드의 커뮤니티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 방문 도시: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치앙마이
- 체류기간: 각각 한 달
- 코워킹 스페이스: 후붓 (Hubud), 동네 카페 등등
- 참고 웹사이트: 디지털노마드 페이스북 그룹 (치앙마이 / 발리)
발리, 치앙마이는 디지털노마드의 ‘수도’로서 정말 많은 수의 코워킹 스페이스, 일하기 좋은 카페 및 밋업들이 생기고 있다. 발리의 경우 Ubud에 위치한 hubud이 가장 유명하며, Canggu에 Dojo Bali라는 곳도 활발하다. 치앙마이의 경우 Punspace는 무려 3호점까지 확장하여 신설되었고, 코워킹 컨퍼런스도 2017년에 개최되었다.
어떠했냐고? 결론부터 말하면, 커뮤니티는커녕 난 더 외로움을 느끼면서 여기저기 사람을 찾아 전전긍긍했다. 왜? 일단, 코워킹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코워킹(co-working). 말 그대로 같이 일하는 공간이다.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들의 오피스를 임대하기에는 경제적이지 않으니, 한 공간을 공유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그뿐인가, 혼자서 일하다면 외롭기 마련인데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니까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일을 도와줄 수도 있으니까 또한 이득이다.
이렇게 콘셉트로만 생각했을 때는 매우 환상적인데 말입니다. 실제로 여러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한바 나는 더 이상 코워킹을 찾지 않게 되었다. 왜?
발리에 위치한 Hubud을 예로 들어보자.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이벤트 및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들 사이에는 가장 유명한 공간이다.
Hubud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매주 최소 2회 정도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소셜다이닝 혹은 뭔가 배워갈 수 있는 스킬 쉐어링 행사들이 열린다.
이와 같은 다양한 행사들에 참석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가볍게 점심 혹은 저녁은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디지털 노마드 밋업 혹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만난 인연들의 대화 모습은 이러하다. 코워킹 혹은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한다가, 옆에 있는 사람과 우연히 인사를 하게 된다. (물론 그냥 인사 안 하고 일만 하는 경우가 많지만…)
– 안녕! 내 이름은 000이고, 000에서 왔어. 난 000일을 하고 있어
– 오, 000일을 하는구나. 그건 어떤 일이야?
– 그건… 블라블라 블라…
– 아하….
– (추가 질문 /혹은, 다른 주제로 이동)
생태농장에서의 대화 방식은 이러하다. 까만 밤에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 걸어가면서 서로 망한 연애 이야기를 하며 낄낄거리기도 했고, 죽어가는 불씨를 살려보겠다고 훅훅 불다가 숯검댕이가 묻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만들어놓고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울기도 했었다. 단순히 식사를 함께하는 사이가 아니라, 삼시 세끼 그리고 노동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었다. 무엇이 다른 걸까.
그렇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얻게 되는 인연들이 단편적이고 가벼웠다. 반대로 농장에서 만난 인연들은 깊었다. 왜?
농장에서는 그 깊은 오지에 인터넷도 전기도 없이 살고자 들어왔다는 엄청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단순히 ‘디지털 노마드’ 단어 하나로 서로를 발견하며 흥분하기에는 공통점이 너무 보편적이랄까? 마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친구 추가하듯이, 그렇게 조건반사적으로 서로를 소개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뭐랄까, 서울에서 느꼈던 ‘군중 속의 외로움’과 동일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함께 밥을 먹고 일을 하지만, 정작 내가 외롭고 울고 싶을 때 마음을 털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가볍고 가벼운, 서로의 이득을 위한 관계만 존재한다. 그것이 관계인 걸까?
마지막 모임에서 정말 처절한 침묵과 대화 단절과 어색함을 경험한 후, 이제 더 이상 ‘커뮤니티’를 기대하면서 코워킹 스페이스나 디지털 노마드 밋업에 참가하는 경우는 없어졌다. 뭐 굳이 참가한다면 ‘정보’를 위한 것이 될 것이고 아마 정보교환만 생각한다면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마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친구 추가하듯이, 그렇게 조건반사적으로 서로를 소개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만나는 것보다 전화통화가 편하고, 전화통화보다는 메시징이 편해!
서로 두루 알고 있지만, 그래서 실제로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짜 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정보를 나누는 편한 관계’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 이상을 원하면 나만 되려 ‘끈적이는 사람’ 같아서 머쓱해지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관계도 마치 페이스북에서의 관계처럼, 서로의 간격을 지키면서 딱 그 정도까지! 그것이 미덕. 깊이 있는 관계? 그런 것을 위한 앱은 없으니까!
사람들이 모이면 다 커뮤니티인 것일까? 단편적이고 가벼운 만남은 커뮤니티인 것일까? 생태농장에 들어가야 그렇게 끈적한 정이 있는 커뮤니티를 만날 수 있는 걸까? 다른 커뮤니티에 가면 다른 걸까? 아니면 내가 문제인 걸까? 아니… 커뮤니티란 대체 무엇인 걸까?
원문: Lynn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