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는 아이가 게임에만 빠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게임은 ‘중독성 있는 컴퓨터 놀이’가 아닙니다. 게임은 ‘주어진 자원을 바탕으로 당면한 장애를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의사결정과 기술적 행위로 구성된 놀이’입니다.
말은 길지만, 애니팡을 할 때 이미 무의식적으로 다 진행하신 것입니다. 사실 이 구조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더 나아지기 위해 반드시 행해야 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게임은 인생에 대한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게임 기획자이기 때문에 게임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합니다. 친화적 측면, 교육 단계의 설계, 게임의 단계적+심층적 구조의 설계, 기술적인 부분의 반영과 특화, 개인의 축척~안전보장~사회기여~개인성의 자각~자아실현, 소셜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링크되는 부분과 약한~강한 강도, 강도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법, 유저의 이탈 예상 구간을 파악하기… 그리고 그 대책들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고 있죠.
그렇다고 일부 규제산업종사자들의 주장처럼 어딘가에 ‘중독 컨텐츠’가 딱! 있고, 그걸 입맛대로 양심 없이 투하해서 부정한 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저게 가능했으면, 이 땅에는 실패가 없습니다. 영화들은 왜 망하겠습니까? 재미있게만 만들면 되는 것을. 그리고 과몰입 방지하기 위해 조금 덜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아! 이렇게 하면 청소년들이 과몰입될 테니 하루에 4억 벌지 말고, 이걸 빼서 3억만 벌어야지! 이런 건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믿지 않으실지 몰라도 음란요소와 폭력요소를 넣는다고 게임이 뜨는 게 아닙니다. 포르노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하고 음란 소설이 스테디셀러 1위에 올라가지 못하듯 말이죠. 그게 가능할 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기함을 제공할 때’뿐입니다. 마치 북한 사람에게 처음 플레이보이지가 공식발매 되는 순간처럼요. 타락하면 성공할 만큼 현실은 허술하지 않습니다.
게임 개발자는 중독물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비효율적이니까요. 재미와 중독성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리고 그들에겐 창작이라는 자부심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그렇듯 현실도 ‘단정’하는 순간 ‘실패’로 이어집니다
사회적으로 게임과몰입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히 어떤 현상인지,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확히 어떤 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도 모릅니다. 사회와 개발자, 우리 모두는 시행착오적인 단계에 와 있습니다.
게임은 학습을 포함합니다. 그 ‘내용’이 수능용 교과과정이 아닐 뿐입니다. 게임은 섬세한 설계와 기술교육, 해당 기술을 사용할 도전을 설정해서 ‘몰입’을 이끌어내는 작업입니다. 게임은 ‘시행착오를 통한 문제 해결’의 연속입니다. 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단정’입니다. 단정은 실패로 귀결되고, 실패하면 재미없으니까 게임을 그만두고 더 말초적인 것을 찾게 됩니다. (물론 게임은 그런 유저를 위해 게임 개발자들은 단정하지 않고 올바르게 추론할 수 있는 장치를 더 만듭니다.)
그 무책임한 단정이 지금 ‘게임 산업은 마약이다’라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시행착오과정에서 이런 단정은 ‘실패’의 승리로 이어집니다. 틀림없이요.
애들은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부모는 그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받습니다. 이 상태에서 게임 빼앗아봐야 좋을 건 없습니다. 자녀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그 원인을 ‘나쁜 친구’에 돌리거나, ‘게임’에 돌려도 여전히 ‘착한 아이’는 없습니다. 그게 쉽지 않으니까 부모님들이 많은 공부, 의논하고 계시잖습니까?
그런데 현 정부는 게임을 ‘중독’으로 몰아가며, 이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애는 이제 ‘죄책감’을 가지고 게임합니다. 셧다운제 했더니 애가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범죄자가 됩니다. 쿨타임제를 도입하면 애는 하나 키우던 게임 캐릭터를 3개나 키워야 합니다. 게임은 마약법이 통과되면 애는 이제 중독자 신세로 게임해야 합니다.
지금은 게임이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해야 할 때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우리는 수능이 아닌 지금을 위해 공부해온 것입니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게임 기획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런 게임의 ‘부작용’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당연히 있습니다.
가령 ‘게임 이탈 요인’이 연구된다면, 과몰입이 발생했을 때 이 연구가 게임에서 아이를 꺼내는 지도교육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Flow’ 몰입 실패를 컨텐츠 사례 중심으로 더 연구할 수 있다면, 과몰입이 발생했을 때 취해야 할 연구에 어떤 단초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 기획을 할 때 게임 유저의 의식 고양과 교육적 효과를 위해 섬세하게 설계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건국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에 대해 우리가 함께 토의하고 언급하기 힘든 이유는 지금은 게임산업이 통째로 마약 산업이 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게임산업이 망해가는데 저런 게 무슨 필요가 있고, 중독산업 따위에게 ‘중독을 좋게 사용할 방법 연구’가 무슨 복에 겨운 짓이란 말입니까?
모두 똑같다고 하는 순간 더 나쁜 놈이 승리합니다. 정치인도 그렇고요. 게임도 그렇습니다.
어차피 중독산업, 아예 청소년이 하지도 못하게, 청소년 등급을 못 받게 더 폭력적으로 만들고, 더 음란하게 만들어서 청소년 등급에서 벗어나 버리는 것이 더 즉각적 효율추구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심지어는 그 회사 사장에게) 어떤 대우를 받겠습니까?
게임 개발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부모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게임을 보육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게임이 가진 강력한 힘을 알고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개발자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이 지식이 학문적으로 공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게임을 때려잡아서 웃는 건 정부와 규제산업종사자들이고,
우는건 아이들이고,
답답한건 부모님이고,
억울한 것은 개발자들입니다.
게임은 마약이 아닙니다.
아이는 중독자가 아닙니다.
게임개발자 김동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