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조중동을 비롯한 경제지가 이 부회장 관련 소식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궁금해 2월 6일 조간신문을 찾아봤다.
중앙일보, 당당한 이재용 1면에 배치
역시 《중앙일보》는 달랐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면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약간 고개를 숙인 사진을 배치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당당한 표정의 이재용 부회장 사진을 배치했다.
1면 머리기사 제목도 《조선일보》는 「이재용, 정경유착 굴레서 풀려났다」로 수동적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법원, 정경유착 없었다. 이재용 석방’으로 마치 이 부회장이 ‘무죄’인 듯 표현했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지 결코 무죄는 아니다.
《중앙일보》가 유독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무죄처럼 다루는 이유는 삼성 일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 홍석현 회장의 지분이 29.75%, 중앙미디어 네트워크(홍석현 지분 100%) 지분이 32.86%로 홍 회장은 합해서 무려 62.61%의 지분을 보유한다.
《시사인》은 「나는 삼성의 진짜 주인을 안다」에서 “1999년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에서 분리할 당시 지분을 매입할 돈이 없었던 홍 회장은 대주주 대리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정형식 판사 협박은 법치주의 모독?
- 「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 《조선일보》
- 「이재용 집유… 법리와 상식에 따른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 《중앙일보》
- 「이재용 집유… 특검 여론 수사에 법리로 퇴짜 놓은 법원」, 《동아일보》
조중동 사설은 일제히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를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무리한 판결은 2심에서 대부분 바로잡혔다’라며 이재용 부회장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판결을 내린 2심 판사를 ‘법과 양식(良識: 뛰어난 식견이나 건전한 판단)을 우선하는 꼿꼿한 판사’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상당수 국민은 절대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이 기업 경영자에게 어떤 사람 또는 조직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을 때 기업 측이 이를 거부하기가 매우 힘들다”라며 특검팀이 ‘억지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이번 판결을 내린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협박은 ‘법치주의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중대한 위협이다’라며 ‘법리와 증거에 따라 소신 있게 내린 판결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이재용 경제 영웅 만들기에 앞장서는 경제 신문
삼성에 유독 약한 언론 중의 하나가 경제 신문이다. 이번에도 입증됐다.
《서울경제》는 1면 제목으로 「이재용 석방.. 삼성 제3 창업 나선다」는 제목을 택했다. 1988년에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했으니 이 부회장도 제3의 창업을 선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언급도 없었는데 제목에는 ‘제3 창업 나선다’라고 단정 짓는다. 1면 제목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방식이다.
《매일경제》도 2면 「감형 협상 거부하고 정면돌파… 세심히 살피며 살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치 이재용 부회장을 억울한 옥살이를 당당하게 이겨낸 경제 영웅처럼 묘사한다. 수백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범죄자를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포장한 셈이다.
《한국경제》는 “이제라도 풀려나 다행, 경영 공백 빨리 메우고 국가 경제 이바지하길”이라며 ‘경제계 반응’을 보도했다. 경제계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무분별한 대기업 때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돈을 준 금액만 따져도 확실한 수사 대상이었다.
다만 《국민일보》는 ‘재벌 불패 신화’, ’무전 유죄, 유전 무죄’라며 재판부의 판결에 분노했다. 하지만 조중동과 대부분의 경제지는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를 옹호한다. 언론이 정론이 아니라 ‘삼성공화국’을 위해 존재함을 드러낸 셈이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