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종말
우리나라 온라인 의류 쇼핑몰 운영에 있어서 리터칭과 제품 소개 페이지를 만드는 웹 디자이너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대한민국 쇼핑몰 웹 디자이너의 ‘리터칭’ 수준과 ‘빠른 손’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온라인 의류 쇼핑몰의 제품 사진은 해외처럼 한 상품을 사진 10장 이내로 간단하게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1개의 제품을 위해 40여 장 이상의 사진을 하나하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리터칭 작업을 거친 후 스토리에 맞게 재배열하는 수고를 거친다.
한국 온라인 의류 쇼핑몰에서만큼은 ‘웹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두 개의 이름으로 나뉜다.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배너와 이벤트 페이지 등을 작업하는 ‘웹 운영 디자이너’와 제품 소개 페이지만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웹 상세 디자이너’가 각각 따로 업무가 발전해왔다.
이 중 쇼핑몰에 없어서는 안 될 ‘웹 상세 디자이너’ 해당 직업 자체가 역설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함께 몇 년 되지 않아 직업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국내 온라인 의류 쇼핑몰 창업은 눈에 띄게 더 많아지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점점 짧아지는 제품 소개 페이지
PC 쇼핑에서 모바일 쇼핑으로 대세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 중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 바로 제품 소개 페이지 길이의 변화다. 제품당 40여 장 이상의 사진으로 제작된 기존 소개 페이지는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데이터를 잡아먹는 주범이 되었다. 데이터 사용량에 상관없는 PC와는 달리 소비자들에게 모바일 데이터는 곧 비용(돈)이다.
또한 수많은 이미지 로딩에 걸리는 속도는 소비자 이탈을 불러왔다. 실제로 1개의 제품 소개 페이지가 20MB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니 적극적인 고객은 해당 쇼핑몰에 직접 데이터 용량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 요구까지 하는 실정이었다. 사실상 쇼핑몰 입장에서 데이터 용량을 줄이려면 과도하게 많은 기존 제품 사진 수를 줄이는 것 이외엔 개선할 방법이 사실 없다.
40장 보정에 들어가던 시간이 20장으로 줄면 1명이 해낼 수 있는 제품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이런 흐름 때문에 쇼핑몰 창업은 늘어나지만 ‘웹 상세 디자이너’의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쇼핑몰의 제품 소개 페이지가 불과 1~2년 전에 비해 많이 짧아졌다.
이젠 리얼 핏을 원해!
제품 1개 판매를 위해 40장에 육박하는 사진을 보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제품 핏 보정과 모델의 얼굴과 몸매 리터칭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고객은 인형처럼 예쁘게 보정된 제품 사진을 원하지 않는다. 실제 제품을 받았을 때 쇼핑몰 사진 속 제품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그것이 연출된 사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젠 예쁜 모델이 입은 옷이 아니라 ‘내가 입었을 때 어떨까’의 답, 리얼 핏을 원한다. 네이버 스토어팜, 쇼핑 윈도, 브랜디 같이 개인 간 블로그 마켓 시장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다. 기존 의류 쇼핑몰 하면 생각나는 예쁜 모델, 예쁜 핏, 멋진 배경, 화보 같은 사진은 더 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 소개? 이제 동영상으로
바야흐로 동영상 콘텐츠 시대로 접어들었다. 모두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공유될 화제성 영상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과도기다. 제품당 판매 수명 기간이 짧고 주기적으로 신상이 쏟아지는 의류 쇼핑몰 제품 소개 동영상은 과연 마지막에 어떻게 자리 잡을까? 이 역시 제품 자체에 집중한 리얼 핏으로 모아지지 않을까?
우리보다 쇼핑 트렌드가 앞선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매출 2조 원의 해외 쇼핑몰 ‘ASOS’, 국내에선 ‘아마존에 1조 원으로 인수된 기업’으로 잘 알려진 ‘ZAPPOS’에서 찾아볼 수 있던 모델 피팅 영상의 국내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도입 초기 단계이지만 동영상 소개 콘텐츠를 추가하기 시작하는 쇼핑몰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피팅 동영상 제품 소개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흐름과 맞물려 아직도 과하게 많은 의류 쇼핑몰 제품 사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 화보 같은 사진으로 경쟁 쇼핑몰과 나름대로 잘 차별화해왔지만 이제 트렌드가 바뀌었다. 한국도 해외 쇼핑몰같이 제품 중심의 사진과 영상으로 대체될 날이 다가온다.
클릭만으로 만들어지는 제품 소개 페이지 서비스 출현
이젠 포토샵을 몰라도 클릭만으로 제품 상세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제품 사이즈 표까지 클릭 몇 번으로 만든다. 모델의 영향력 감소, 리얼 핏을 추구하는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1~2년 안에 상세 페이지 제작을 위해 포토샵을 사용하는 일이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다.
- 망고보드: 인포그래픽, 카드 뉴스, 상세페이지, SNS, 프레젠테이션, 배너, 포스터 등을 클릭으로 쉽게 만드는 서비스다. 기능이 초기 버전보다 계속 강화되는 중이다.
- 스티비: 이메일 뉴스레터 자동화 서비스다.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 디자인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스티비는 클릭과 불러오기만으로 쉽게 최적화된 이메일 뉴스레터를 만들어 발송할 수 있으며, 통계 분석도 제공한다.
- 스마트 편집기: G마켓, 옥션, 11번가, 스토어팜, 쿠팡, 티몬, 위메프, GS샵, 쇼핑몰 및 종합몰의 상세 페이지를 클릭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각 몰에 맞게 자동으로 규격에 맞춰 변화시켜 준다.
- 올리브 트리: 오픈마켓 신규 창업자부터 대량 등록이 필요한 업체까지 맞춤 디자인을 자동으로 등록해 효율적인 제작부터 관리까지 가능하다.
- 투비웹: 누구나 디자이너처럼 쉽게 만드는 상세 페이지 자동 제작 시스템이다. 다국어 지원 및 사이즈 자동 지원으로 원하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국내, 해외, 모든 마켓 판매 서비스를 지원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서비스 퀄리티가 별론데? 활용해봐야 알겠지만 이 서비스를 활용해서 만드는 것보다 기존대로 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더 많아지고 기능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결국 시간문제다.
To be or Not to be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서 싸우려 하면 그 변화의 파도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면 한 차원 높은 곳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 이대로 현실에 안주하면 1년 후 ‘그때 시작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할 것이다.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 기술을 익혀서 지금 여러분이 있듯, 이제 의류 쇼핑몰 웹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것을 익혀야 한다. 지금은 그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들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들이다.
- 찰스 다윈
원문: 크리에이티브마인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