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홀리데이 시즌인 2017년 마지막 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애플의 회계 분기로는 2018년 1분기 실적인데, 매출 882.9억 달러 영업 이익 262.7억 달러, 순이익 200.6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거뒀습니다. 7731.6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사실 판매량 자체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싼 아이폰 X의 판매량이 좋은 것이 실적 향상을 견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폰 X의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900만대 정도라는 추정치가 있습니다. 아이패드 및 맥 등 다른 제품의 판매량이 비슷한데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억 달러가 더 증가한 점으로 봐서 평균 단가가 300~400달러 더 비싼 아이폰 X가 이 정도 팔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1317만대, 맥은 511만대였습니다.
사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이제는 포화 단계라 신규 판매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태블릿은 아예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과 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나 아이폰 X가 나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들이 등장한 배경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예상보다 훨씬 잘 팔린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 같은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물론 그래도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이제 레드오션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겠지만 말이죠.
아마도 한국의 평범한 언론들이 분기 순익 2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의 미래를 걱정할 이유는 없겠지만, 애플은 아이폰 다음의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는 스마트 시계 가운데서는 판매량이 좋긴 하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견줄만한 주력 상품은 아닙니다.
애플의 홈팟 같은 신제품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이폰에 견줄 대박 히트 상품은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지어 휴대폰이 999달러인데도 이렇게 잘 팔릴 수 있다니 휴대폰 역사상 전무후무한 히트 상품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렴한 후속 모델을 내기를 기대했는데, 아마도 그건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