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보좌하는 여러 임명직 공무원 중에는 ‘어공’과 ‘늘공’이 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를 치러 서로 잘 알거나, 소위 ‘코드’가 맞아 행정부 밖에서 영입된 이들을 말한다. 늘공(언제나 공무원)은 청와대 근무를 위해 파견되거나 혹은 정부 주요 직책에 임명된 관료들이다. 이번 리스티클은 ‘어공’에 초점을 맞춘다.
국민의 손으로 뽑는 공직자가 아니므로, 그들의 평소 생각은 검증이 필요하다. 촛불 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정부니 더욱 그렇다. 청와대 비서실 수석비서관급과 정부의 18부처 5처 17청 / 2원 4실 6위원회 책임자들 가운데, 저서가 있는 이들을 골랐다.
「어(쩌다)공(무원), 그들이 알고 싶다」 1편은 김수현 사회수석,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국 민정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책부터 파헤친다.
1. 이제는 ‘내 집 마련’이 아닌 ‘부담 가능한 집’이 중요해졌다
- 김수현, 『꿈의 주택 정책을 찾아서』, 오월의 봄
『꿈의 주택 정책을 찾아서』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동시에 그의 책이 아니기도 하다. 그는 서두에 “공동 저자인 진미윤 박사가 사실상 책의 전체를 채웠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는 문재인 정부의 차후 주택정책의 가늠자다. 공동저자이기도 한 진미윤 토지주택 연구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9월 10일 ‘주거복지 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책은 각국의 주택정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주택과 관련한 글로벌 트렌드를 먼저 차분히 짚는다. 그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문제의 핵심은 더 이상 ‘주택소유’가 아닌 ‘부담능력’이 됐다는 사실이다. 자가 가구에 대한 부담능력은 ‘연소득 대비 주택 구입가격 배수'(PIR)로 비교할 수 있다. PIR은 중위 연소득과 중위 주택가격을 비교해 산출하는데, 그 배수가 3을 넘으면 부담하기 어려운 상태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전국 평균은 4.7이나, 수도권은 6.9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는 “임차 수요 증가로 임차인 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주택의 자가 소유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안전고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자는 “시민들은 신자유주의 시대와 세계화의 도래로 고용불안을 상시적으로 느낀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또한, “가구원 수가 줄고 직업 이동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이 자가 소유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지난 20세기가 자가 소유 사회였다면, 21세기는 임차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는가.
책은 ‘민간임대주택 영역의 활성화’를 시대적 과제로 꼽는다. 그러나 한국은 민간임대주택 영역이 아직 블랙홀의 영역으로 남았다. 2015년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수는 738만호지만, 등록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주택수는 140만 호에 불과하다. 전체 민간임대료 운영되는 주택의 81%가 비공식 영역에 있다는 얘기다.
민간임대주택의 활성화를 위해서 임대주택 시장의 투명화가 선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에 발맞춰 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자발적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 중이다. 이미 8·2 대책으로 다주택자가 보유 건물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저자는 이외에도 ‘주거안정과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를 주문한다.
따라서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등과 같은 제도도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에서 빠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뚜벅뚜벅’ 걸어온 길…진흙탕서도 곧은 걸음 이어질까
- 김상곤, 김은남 공저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 시사IN북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재임 시절 시행한 정책들이다. 혁신학교 지정, 무상급식 실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침체됐던 공교육을 단번에 휘저어 놓았다.
기존 공교육은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목표와 학습수준을 수직적으로 제공했다. 혁신학교는 학교구성원에게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기존 획일적 교육 체계에 회의를 느끼던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게 전환점을 마련해줬다.
기존 경남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이던 무상급식도 경기도에 심었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시혜적 성격의 정책을 벌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 관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해 ‘누구나 평등하게 먹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학생인권조례는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제정돼, 학생들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던 여러 규정을 폐지할 수 있었다.
공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실험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았다. 위에서 지시하면 밑에서 따르는 수직적 업무 체계도 교육청 내 협의체와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교육감이 따르는 등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로 바꾸는 실험이 계속됐다. 그의 실험은 전국의 교육청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의 길을 걷다』는 김 장관이 전국을 놀라게 한 혁신 교육이 실행된 과정과 그의 교육적 신념을 기자와의 대담 형식으로 풀어놓는다. 더불어 모범생으로 살아왔고,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대학생 시절 시민사회 운동에 눈뜨게 된 이야기도 들려준다.
책에서 김 장관은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를 상세히 풀어 놓는다. 그는 2009년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하던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자율형 사립고 확대 정책 등에 대해 ‘특권교육 반대’라는 표어를 내걸어 당선됐다. 이는 교육의 실질적 구성원들이 어떤 방향의 교육을 원하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김 장관은 2010년 재선된 이후 교육의 공정한 기회균등을 토대로 교육적 형평성을 추구하며 가치 지향점을 ‘교육정의’에 뒀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은 ‘좌파 교육감’이라는 색깔론에 휩싸였다.
그러나 김 장관은 책에서 “교육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으로 접근할 필요도, 접근해서도 안 되는 사안”이라고 못 박는다. 보편적 교육 복지와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으로의 변화는 진보와 보수 모두 공통적으로 꿈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 합류해 교육정책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슬로건을 걸었다. 그중 교육부가 맡은 과제는 다섯 가지다.
- 교육의 공공성 강화
- 교실혁명을 통한 교육 혁신
-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
- 교육의 질 제고와 평생교육 혁신
- 미래교육 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 구현
김 장관이 교육감 시절 경기도에서 시행했던 정책들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 정책들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붕괴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경쟁 체계, 획일적이고 권위주의적 행정, 국가 주도형 교육 과정, ‘특권 교육’ 논란의 특목고·자사고 폐지 등 과제가 쌓였다. 이를 위해 이해 당사자들의 타협과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다. 나라의 백년을 이끌 교육 정책이 인재를 키울 튼튼한 토양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3. 민정수석, 문재인 정부의 ‘실세’라 불리는 사람
- 조국,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다산북스
지난해 10월, 최순실과 그에게 협력한 이들의 국정농단 실태가 언론으로 보도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청와대 비서관의 이름과 직책이 뉴스 보도에 오르내렸다. 청와대 문건이 담벼락 밖으로 나간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존재는 특히 강렬했다.
우 전 민정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잡인(雜人)들이 국정을 사유화하고, 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방조해 국정붕괴 사태를 불러왔다. 황제조사 등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오만한 모습이 각인된 시민들에게 촛불 시위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은 남다르게 비칠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은 일이 많다.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과 측근 비리 감시, 공직·사회 기강 관련 업무, 법무부와 검찰 인사검증,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 기관 업무 총괄… 막중한 역할을 맡은 조국 민정수석의 법률·사회·윤리관이 어떤 배경에서 형성되었는지는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엿보인다.
그는 학창 시절 줄곧 모범생이었다. 고교 시절 부마항쟁을 목격하고, 대학에서 배운 법이 군사 독재를 정당화하는데 활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비고시파(사법고시를 보지 않음)의 길을 걸었다. 독재에 온몸을 불살라 저항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꼈다는 그는 독재정부와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파고들었다.
1993년에는 박사과정 시절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이라는 급진적 노동자 단체 활동 사실이 밝혀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개월가량 옥살이를 하며 형사법 학자로서 사법 절차를 ‘현장 실습’으로 겪었다.
조 수석은 법 공부가 사회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실천해 왔다. 서울법대 교수 시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으로 활동한 점은 이를 잘 말해준다. 법은 가치 지향적이므로 법 공부를 잘하려면, 사회학과 철학 등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두고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정립해야 한다고 믿는다.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야 하기에 “힘이 센 자나 돈이 많은 자가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 앞에서 유리하면, 그것은 곧 법의 사망”이라는 시각이다.
또한, 법이 사회적 조롱 대상이 되는 것은 “권력의 남용과 재벌의 탐욕을 규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민정수석으로서 사정 정국의 지휘 방향을 가늠케 해준다. 그는 세상의 법률가들이 “현실의 부정의와 부당함을 직시하고 그것을 고쳐 최상·최적의 현실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행동하는 자세” 중용(中庸)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한국 사회가 헬조선의 오명을 조금이라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4. ‘재벌저격수’ 공정거래위원장의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
- 김상조, <종횡무진 한국경제>, 오마이북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은 김상조 교수는 오랫동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삼성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은 대표적 진보경제학자다.
그가 걸어온 발자취는 대학교수로서 연구실 안의 학자로 살지 않고 오히려 활동가에 가깝다.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경제개혁연대’ 책임자로 오랜 기간 경제개혁 시민운동을 이끌며 한국의 재벌문제를 논할 때 빠짐없이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국민으로부터 적폐청산의 임무를 부여받은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교수를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경제개혁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인선으로 평가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한국 경제, 재벌과 관련해서 수많은 저술활동을 해왔지만 독자적으로 저술한 책은 『종횡무진 한국경제』가 유일하다. 이 책은 다양한 통계적 근거와 경제학적 통찰을 근거로 한국 경제 전반을 종적으로 고찰하고 횡적으로 분석하며 담백하게 논한다.
김 위원장은 책 안에서 한국경제의 문제를 밝히고 해법을 제시했다고 주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자신이 건설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경제모델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책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환불을 추천한다. 그가 밝히는 이 책의 주된 목적은 개혁과 진보의 ‘실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 곳곳에 일반적인 인식으로 한국의 대표적 진보경제학자라고 하면 거리를 둘 법한 주장도 더러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런 태도를 취하게 된 이유는 과거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하면서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엉뚱한 결과나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덕분에 개혁에 있어서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했다고 털어 놓는다.
예를 들어 재벌과 금융의 개혁이 한국경제의 근본 과제지만, 눈앞의 주가와 부동산가격에 관심을 집중하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 행동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 노력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대담론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기보다는, 구체적 성공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다.”
경제개혁연대의 창립선언문이자 김 위원장이 직접 쓴 것이고, 그의 경제개혁 방법론이 요약된 문장이다. 물리적 제제를 통해서든 경제적 보상을 통해서든, 규칙을 어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경험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규칙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 ‘흙수저’ 출신 경제 부총리와 문재인 정부의 불협화음?
- 김동연, <있는 자리 흩트리기>, 쌤앤파커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 책임자인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혁신 성장’의 선봉장이 돼 연일 보수 언론에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 축으로 강조해온 ‘소득주도성장’의 대척점에서 김 부총리가 청문회 당시부터 소신 있게 혁신성장을 주장했다는 이유다.
이에 더해 김 부총리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며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른바 ‘김동연 패싱(passing)’현상이 있다는 너스레다.
내정 발표 때부터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눈길을 끌었던 김 부총리의 삶과 신념이 담긴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통해 엿본 그의 생각과 경제정책은 보수언론의 흠집 내기를 무색하게 만든다.
김 부총리는 책 속에서 복잡하게 얽힌 우리 사회 문제들을 볼링의 ‘핀’들로 가정할 때, 문제의 핵심이 되는 ‘킹 핀(king pin)’으로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governance)’를 꼽았다. 킹 핀은 볼링에서 세 번째 줄 가운데에 놓인 ‘5번 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통 이 핀을 쓰러뜨려야 나머지 핀을 쓰러뜨릴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의 대대적인 점검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특히 김 부총리는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보상체계를 강하게 꼬집는다. 그가 꿈꾸는 사회보상체계는 사회가 더 보상해주며, 누구에게 얼마를 더 주고 덜 주느냐의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모의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교육격차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직업의 격차와 자녀세대의 소득 격차로까지 이어져 대물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나아가 사회보상체계 문제가 일자리와도 연관된다고 짚는다. 순혈주의와 승자독식, 철밥통 구조가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고용과 임금구조의 유연성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경제 문제에 있어 구조와 체질을 사람 중심 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김 부총리가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직후 밝혔던 소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그의 사회보상체계 개혁구상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성장과실이 중소기업과 다수 국민에게 돌아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도록 해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정확하게 맞물린다. 김 부총리가 청문회 때부터 주장해온 혁신성장이란 이렇게 수요측면의 소득주도성장 아래 공급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6. 자기 목소리가 분명한 ‘경계인’
김부겸,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 더난출판
“정신 차립시데이. 이카니끼니 우리 대구가 20년째 전국 경제 꼴찌라도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여러분이 그리 밀어줬던 그 정당, 나라 와장창 뭉가뜨렸잖아요!”
지난 4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하 김 장관)의 유세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그의 솔직한 발언은 3선 선거구를 버리고, 새누리당 공천장이 당선증이라는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그의 뚝심과 닮았다.
김 장관은 스스로 ‘범생이’ 스타일이라고 내세운다. 옳은 말만 골라서 한다는 점에는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숨김이 없고, 당에서 꺼리는 정책도 밀고 나가는 그의 모습에 투사(鬪士)의 풍모가 느껴진다. 김 장관은 음악평론가 김태훈과의 대담을 담은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아래 ‘공존’)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권위주의에 맞서 나름대로 저항하고 싸우면서 통속적인 권위에 쉽게 복종하지 않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대학생이던 77년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되고, 80년대 내내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이력은 그 결과물이다.
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혼을 걸고 싶은 만큼 강렬했던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처럼 자기 목소리를 뱉어내는 정치인의 길을 꿈꾼다. ‘옳은 소리’를 잘하니 어느 진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소신으로 밀어 붙여온 역정이 그의 ‘현재 포지션’을 만들었다.
그는 우선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지역구를 옮기는 소신을 보여줬다. 2000년 경기도 군포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처음 당선된 후 2004년 열린우리당, 2008년 민주당으로 3선 고지에 올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안정적인 지역구를 버리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그는 고배를 마신다.
결국, 2016년 총선에서 당시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김문수 후보(새누리당)를 누르고 62.3%의 득표율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0여 년 만에 대구 지역 야당 출신 국회의원의 기록을 세운다. 그의 소신과 진심이 지역민들에게 공감을 일으켰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재야 운동권에서 주류 정치인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이 된 그는 이제 지방 분권과 자치를 위해 적극적인 증세의 소신 행보를 이어간다. 그는 “정치란 ‘이해’와 ‘헌신’”이라며 “당면한 문제와 갈등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정직하게 고해성사를 하면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증세안도 지방분권형 개헌안도 쉽지 않은 과제다. 그가 소신을 국민 앞에 어떻게 고해성사하며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7.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꼭 필요한 이유
- 장하성, <왜 분노해야 하는가>, 헤이북스
한국은 산업화 시기 고도의 성장을 이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급속한 성장 과정 속에서도 산업 역군들에게 과실이 제법 공평하게 나뉘던 때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위 10%에게 소득이 쏠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분배 실패가 만든 불평등에 대해 집중 연구해온 사회참여형 경제학자다. 장 실장은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버는 것의 차이가 불평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 소득 불평등의 절대적 원인이 임금 격차에 있다는 의미다.
“모든 계층에서 노동소득이 전체 소득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평균적인 가계의 경우 재산소득은 가계소득의 1%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재산이 만들어내는 소득은 5%도 되지 않는다…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임금으로 받는 노동소득이다.”
그는 재산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은 한국에서 소득 양극화의 주원인이 아니라고 본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소득 차이가 한국형 소득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라도 모두 잘 버는 것은 아니다. 종업원 300명 이상이면 대기업으로 인정되는데,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초 대기업의 노동소득은 일반 대기업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장 실장은 원천적 분배의 실패를 다양한 복지 정책으로 정부가 재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원천적 분배의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는 뜻이다. 정부의 재분배로 교정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설 만큼 소득 불평등이 심화 고착 됐다고 본다. 일부 노동자와 기업이 과실을 독과점하는 현실에서 노동소득 구조를 원천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상황은 바꾸기 힘들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봤자 다시 흘러내려 온다.
노동자들의 기울어진 소득 수준을 평평하게 조정해 모두가 공평한 운동장에서 공을 차게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펼쳤던 기업 위주의 ‘낙수효과’, ‘이윤주도 성장정책’ 대신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기조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9. ‘주거지옥’ 한국사회에서 주거유토피아를 꿈꾸다
- 정현백,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당대
사고 싶은 집은 많지만 ‘살 수 있는 집’은 없다. 빚내서 집 사라던 지난 정권의 주택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켰다. 상위 1%는 평균 7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절반 가까운 가구는 집이 없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2013년 3.9%에서 2016년 13.9%까지 치솟았다. 날로 상승하는 집값 전셋값에 서민들이 생활에 쓸 돈은 계속 줄어들고,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로 내몰린다. 국토부는 지난해 전체 임차 가구 중 월세가구의 비중이 60%에 달했고, 소득 1~4분위의 저소득층은 월 소득의 1/4이 넘는 금액을 주택 임대료에 썼다고 발표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쓴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주거 지옥’이 된 한국사회에 주거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여성문제, 양성평등, 노동정의 실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온 정 장관이 주거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책은 꼼꼼히 짚어준다.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시행된 주거개혁 역사와 과정부터 살핀다. 산업화 과정에서 열악한 주거 현실에 놓인 노동자들이 펼친 ‘공동주택 건설운동’ ‘단일부엌주택운동’ 등 주거운동을 실천을 잘 담아냈다.
그 외에도 세입자보호 정책, 주택건설세 도입, 공공주택 건설 등 주거정책의 배경과 결과, 한계까지 놓치지 않는다. 정 장관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주거정책 사례를 들며 주거가 ‘국가의 의무’이자 ‘시민의 권리’라고 강조한다.
“토지의 사용과 분배는, 그 남용을 예방하고, 모든 독일인에게 건전한 주택을 제공하고, 모든 독일가정 특히 다자녀가정에게 그 욕구에 부합하는 주거와 경제활동을 위한 거처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에 의해 일정한 방식으로 감독 돼야 한다.”
(독일바이마르공화국 헌법 155조, 1918)
이 책에서 소개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정책과 운동 가운데, 여러 가구가 따로 거주하면서 세탁실이나 부엌을 공동으로 함께 사용하는 공동주택이 나온다. 우리도 도입하면 유용할 모델로 손색없다.
최근 우리도 공동육아 주택을 실험적으로 선보였다. 여성가족부와 경기도시공사가 경기도 공공임대주택인 ‘따복하우스’ 내 공동육아나눔터 조성 협약을 맺었다.
정 장관의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멀게만 보이던 ‘주거 유토피아’에 쉬운 것부터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정 장관이 철학처럼 주거문제 해결로 가족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안형기 기자 / 편집: 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