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소금은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물질입니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삼투압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전해질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너무 많이 섭취하면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소금이 귀하던 시절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소금이 흔한 시대에는 과도하게 간을 맞춰 먹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국과 김치를 많이 먹는 한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소금을 먹는 나라가 대부분이라 많은 건강 권고안에서는 소금 섭취를 제한할 것을 제시합니다.
과도한 염분 섭취는 고혈압, 만성 콩팥병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며 나트륨 섭취가 과다할 경우 노인에서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이 경우 고혈압 및 뇌졸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과 연관성이있어 보이지만, 동물 모델을 이용한 연구에서 과도한 소금 섭취가 직접 혈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웨일 코넬 의대(Weill Cornell Medicine)의 연구팀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매우 높은 고염식에 노출될 경우 뇌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인지 기능이 크게 저하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식이보다 16배는 염분이 높은 4-8%의 소금이 포함된 사료를 먹은 쥐를 대상으로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대뇌피질의 혈류량이 28%까지 감소하고 해마는 25% 정도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뇌혈류량이 감소한 쥐는 미로 찾기 등 인지 능력 테스트에서도 심각한 저하를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뇌혈류량 감소의 기전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혈관내피세포(endothelial cell)에서 분비되는 가스인 산화질소(NO)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는 단백질 IL-17이 관여했는데, 흥미롭게도 이를 차단하는 약물인 ROCK 억제제 Y27632을 사용할 경우 혈관 수축과 혈류량 감소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동물 모델에서의 결과이고 인간에서 섭취하는 염분은 실험에서 사용한 양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바로 임상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결과지만, 앞으로 뇌 인지 기능 감소의 치료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됩니다.
실제로 IL-17이 인간에서 뇌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지 여부와 관련 없이 소금은 남용하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은 좋지만 적당히 간을 맞추는 지혜도 필요할 것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