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쉽게 제조 가능한 콘크리트는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물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건축물에 사용합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역시 단점이 없는 소재는 아닙니다. 견고한 물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이 가기 쉽다는 점이 대표적인 단점입니다.
작은 균열은 큰 문제로 보이지 않겠지만 점점 균열이 커지면서 구조물이 결국 붕괴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콘크리트 구조물 역시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지만, 더 좋은 방법은 아예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작은 균열은 스스로 치유되게 하는 것입니다.
자가 치유 콘크리트(self healing concrete)는 아직 널리 사용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현재 연구 진행 중인 기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작은 균열을 스스로 치유한다면 장기간 유지 보수가 편리하고 수명이 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뉴욕 빙엄턴 대학(Binghamton University)과 루트거 대학(Rutgers University)는 실제로 살아 있는 생물을 이용한 자가 치유 콘크리트 기술을 제안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소재는 곰팡이인 트리코데르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입니다. 물론 곰팡이로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것은 아니고 약간의 곰팡이 포자를 콘크리트에 섞는 방식입니다.
이 곰팡이는 포자 형태로 오랜 시간 콘크리트 내부에서 광물처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균열을 타고 산소와 물이 공급되면 깨어납니다. 그리고 증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 물질을 이용해서 새로운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 구조물을 생성해 균열을 막는 원리입니다. 균열이 막혀 다시 산소와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곰팡이는 포자 상태로 돌아갑니다.
소규모 실험실에서는 이 방법이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을 미리 눈치채기 전에 막아 더 큰 균열로 이어지지 않게 자가 치유했다는 이야기죠. 다만 실제 환경에서 곰팡이가 과다 증식하거나 모두 사멸해서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실용화 가능성 여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상당히 기발합니다. 사실 생물을 이용한 자가 치유 콘크리트는 새로운 발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탄산칼슘 생성 박테리아 등 다른 미생물을 이용한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생물학적인 방법을 이용한 자가 치유 콘크리트가 등장할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