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겨울은 뚠뚠이의 계절
날이 너무 춥다. 추워서 죽을 것 같다. 한파가 한국인 파괴의 줄임말이라던데, 정말 일리 있는 말이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20대 서민으로서 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수도가 얼지 않게 물을 조금씩 틀어놓는 것과 스스로의 몸에 자연산 패딩을 두르는 것뿐이었다. 그렇다. 살을 찌웠다는 말이다. 아니 찌웠다고 하긴 뭐하다. 그냥 쪘다. 말도 살찐다는 가을을 지나 태어나서 처음 겪는 쓰라린 추위가 닥쳐오자 나는 본능적으로 먹었다.
특히 추운 겨울에 따끈한 국물과 맵고 짠 찌개들은 너무 치명적이었다. 실내에서 죽어라 먹고 마셨다. 좀 덜 추워지면 기필코 집 밖을 나갈 거라고 스스로 설득하며 집 안에서만 지낸 지 어언 두세 달…. 나는 생전 처음 보는 몸무게를 마주하게 되었다.
참고로, 필자는 선천적으로 허리 쪽에 척추뼈를 하나 더 가지고 태어났다. 그 바람에 오래 앉아서 작업을 하거나 몸무게가 늘어버리면 견딜 수 없는 요통에 시달린다. 심할 때는 걸을 수 없을 정도라 누워만 있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살이 좀 붙는다 싶으면 무조건 음식을 조심하거나 운동을 해야 하는데, 식탐이 많아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입에 대고 싶지도 않은 나에게 선택지는 너무도 적었다.
- 돌도 튀기면 맛있다.
- 단것보다는 매운 것이 한국인의 몸에 좋다.
- 죽보다는 밥, 국보다는 찌개니라.
이러한 기준을 채워 줄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은 없었다. 결국 대충 굶거나, 울며불며 운동하며 몸무게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번 겨울, 잠깐 방심하다가 사상 초유의 몸무게를 맞이하고 만 것이다.
어쩐지, 최근 들어 허리가 무척 아프고 다리가 저리더라…. 두려웠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허리를 삐끗하여 걷지도 못할 정도의 고통으로 쓰러져 있었던 게 얼마 전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살을 빼야 했다
집에서 주로 작업하는 필자의 직업상, 불규칙한 식사시간은 그냥 운명 같은 것이었다. 배가 극한으로 고플 때까지 참다 한 번에 몰아 먹거나, 일하다 짬을 내어 급히 음식을 먹는다. 당연히 속이 좋지 않아 저녁을 거르고, 그러다가 뒤늦게 야식을 먹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맛있고, 간편한’ 제품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간편식은 영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 우선 다양한 맛이 없었다. 한가지 맛만 먹으면 질리기 쉽고 그러면 점점 안 먹게 된다. 실제로 모 사의 셰이크를 이틀인가 먹었다가 너무 질려서 결국 이틀 만에 찜닭을 시켜 먹은 적이 있다.
- 거기다가 양 조절이 가능한 제품이 없었다. 아무리 간편식을 섭취하지만 그날그날의 상태가 다르잖아? 정량을 기준으로 가볍게, 혹은 무겁게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참 없더라.
- 간편식 특유의 냄새도 싫었다. 특유의 약품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워낙 음식의 냄새에 예민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냄새가 나면 입도 대기 싫어지기 때문에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 마지막으로, 영양 균형.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빨리 먹는 거라면 차라리 햄버거나 라면을 먹겠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식사로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간편식의 메리트 아니던가. 하지만 그저 배만 불리기에 급급한 제품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밀스 3.0이다
이 제품은 무려 ‘미래식량’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다. 참고로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식량이라 함은…
하지만 우리는 다행히도 ‘그들’로 만든 양갱을 먹지 않고도 양질의 단백질과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으니 안심하도록 하자… 내가 주문한 제품은 이렇다.
- 체험판 키트 2개
- 하프 팩 핑크(딸기맛)과 일반팩 곡물맛
- 그리고 밀스 칩
밀스칩은 끝까지 고민을 하다가 다이제 맛이 난다는 한 블로거의 후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였다. 하지만 제품이 도착한 날에는 먹을 수가 없었다… 거하게 친구들과 신년회를 한 날이었기 때문에 내일만큼은 꼭 가볍게 식사를 하리라 다짐하며 다음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날의 점심이 왔다. 신나게 트라이얼 키트를 뜯었다.
영-롱. 색색의 밀스들이 나를 반겼다. 힘을 합하면 지구를 구할 것 같은 비주얼. 이들만 있다면 당신의 입맛의 다양성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
참고로 밀스 3.0은 보틀 일체형이 있고, 보틀을 따로 들고 다니고 가루만 구입할 수 있는 팩도 있다. 이거슨 혁명… 플라스틱 배출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제일 먼저, 그린을 먹어보았다. 왜냐고? 뭔가 건강한 느낌이잖아.
물을 넣고, 뒤를 툭툭 쳐서 흔들어본다. 색깔… 색깔을 보자.
너무 건강한 색깔이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며 입에 가져간 순간-
빠른 속도로 완식하고 말았다. 맛있었거든. 무엇보다 군내가 나지 않고 꿉꿉한 느낌이 나지 않는 점이 너무 좋았다. 심지어 기분 나쁜 인위적인 단맛이 없다. 굉장히 고소하다. 뭔가 풀향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거부감이 전혀 없다.
우유가 아니라 물을 넣어서 탔음에도 이렇게 고소하다니 신기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밀스 너 고소.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맛을 뜯어서 모두 맛보고 싶었다.
이미 그런 마음 자체가 간편식의 의도를 무시한 일이지 않은가.
아니 지금 그냥 신나서 이런 거지 저는 정말로 막 칼로리바란스를 밥 먹고 간식으로 먹고 그러는 사람이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예쁘게 담아보았다. 영어로 플레이팅. 그런데. 이 비주얼은 달달 고소의 원톱 다이제…? 개인적으로 이런 입자가 거친 쿠키를 무척 좋아한다. 곡물 맛과 그 질감 자체를 좋아한달까.
무슨 말이냐면, 먹기도 이미 신났다는 소리다. 아니 이러니까 탄수화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 아니냐… 여튼. 한 입 먹어보았다. 그런데, 오오, 이 맛은…
보인다……. 밀이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석양지는 밀밭을 예쁜 갈기를 가진 근육질의 갈색 말이 뛰어다니는 모습….
평소에 나는 스틱이나 바 형태로 제작된 간편 건강식품에 반감이 있었다. 일단 먹었을 때 입에 남는 지나치게 건강한 맛이 싫고… 무엇보다 견과류를 적당히 뭉쳐 놓은 것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건 맛있다. 아니 이런 게 미래식량이고 다이어트 식품이라니.
특히 나처럼 통밀, 곡물 느낌의 입자 거칠고 씹는 맛 있는 과자류를 좋아하거나, 심하게 달거나 곡물 모음 강정 같은 간편식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사람은 이것을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쁜 와중에 옆에 두고 조금씩 먹기에 너무 좋다. 재구매 의사 매우 있음… 배는 부르지만 몸은 가벼울 것이라는 행복한 기분을 안고 잠들 수 있었다. 아, 보람차다 다이어트 첫날!
다음날이 밝았다
하프백을 산 이유는 사실 조금 불순했다. 맛없으면 친구 주겠다는 마음으로 만만하게 구매해버린 안전빵. 하지만 입에 들어오자마자 내게 느껴진 것은… 딸기… 딸기였다… 아니, 강원도 정선의 딸기밭을 통째로 씹고 있다 나는….
프레쉬하고 맛있다. 개인적으로 딸기 셰이크라고 해놓고 딸기 맛은 1도 나지 않는 설탕 쉐이크를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우유를 넣어 먹으니 딸기라떼 느낌이다. 그리고 무척 고소하다. 고소한 맛이 밀스를 관통하는 정체성인가보다.
그리고 색 좀 봐… 너무 예뻐. 너무 가볍고 간편해서 직장인들 출퇴근할 때 하나씩 쏙쏙 가방에 챙겨가기도 좋겠다. 무겁지 않은 데다 샐 염려도 없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을 것 같고. 보틀형은 그냥 물만 쏙 넣어도 되니 병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가면 도시락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말 아닌가…
그리고 아무리 맛있어도 디자인이 노티나거나 구리면 들고 다니기 싫은 것이 솔찍헌 여우의 심정ㅎㅎㅎ… 이왕 같은 돈 주고 먹을 바에야 예쁘면 더 금상첨화인데 얘네는 예쁘기까지 하니까 보면 괜히 기분 좋고 귀엽고 막 그렇다…
이렇게 되면 남은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참고로 내일은 드디어 곡물 맛이다… 그리고 모레는 소이(콩)맛… 맛난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일이 이렇게나 행복할 줄이야…
근데 이게 끝이 아니라고…?
그러나, 더욱 날 놀라게 하는 항목은 따로 있었다. 100% 식물성 원료라고?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영양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추면서 식물성 원료로 그 모든 역할을 해내게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난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만 거창하고 iOS 11처럼 날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 스티브 잡스를 애타게 그리는 것처럼 3.0 버전을 그리워하기는 싫단 말이야… 업데이트는 안 하면 되지만 밀스는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디 더 나아지길 바라… 그렇다면 정말 평생 고객, 충성 고객이 될 의향이 있다.
뒤늦게 밀스에 빠져 블로그 후기들을 쭉 살피며 뒤로 가던 중,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제품군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특히 후기가 꽤 많은 ‘밀스 라이트’라는 제품이 있었다.
가벼운 열량에 단백질, 식이섬유 비율이 높은 반면에 지방 비율은 적은 편이라 시식 후기와 반응이 무척 좋았는데, 내가 홈페이지에서 주문할 때는 분명 없었던 제품이다. 이상해서 알아보니 이것도 3.1 리뉴얼에 들어가서 곧 나올 준비를 하고 있더라.
알면 알수록 밀스… 너 좀 무섭다. 이러다가 점점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것에 익숙해져서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을 잃고 살이 죽죽 빠지고 나이스 바디가 되어서 언젠간 살 빼면 입을 거야 하며 사뒀던 옷들을 막 입게 되고 그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 너무너무 무섭다!
잘 들어, 이젠 빵도 먹을 수 있어
빵… 빵…? 빵? 무슨 말일까. 간편식인데 빵이 웬 말일까. 거기다가 1.0? 아니 밀스 이놈들은 무슨 아예 계속 업데이트를 하겠다는 각오를 이름부터 내비치는 걸까…
말했지만, 나는 탄수화물 중독자다. 빵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식빵 한 봉지를 사 오면 그걸로 온갖 요리란 요리는 다 해서 이틀 내에 끝장내 버리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근데 간편식이라고 하면서 빵을 내놓다니… 이거 너무 반칙 아녀? 심지어 핵심 스펙이 무려 이따위다….
심지어 우유랑 커피랑 같이 먹으라고 권고하는 게 대체 무슨 짓이지? 이건 그냥 현대인들이라면 응당 밀스에 돈을 바치라는 뭐 그런 거 아닐까….? 솔직히 ‘빵순이’라는 단어를 모두가 알 정도로 밥보다 빵을 추종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이미 오조오억 명인 상황에서 이건 정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흥선대원군이 알면 천인공노할 일이다. 인테이크 네 이놈들… 서양문물을 가져오다 못해 그걸 간편식으로 보편화시켜… 파들파들 떨면서 벌을 내리겠지만, 그래도 사식은 빵으로 줬음 좋겠다…
검색하다 보니 애초에 밀스의 시작이 펀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전한 미래식사, 밀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간편식 펀딩이 무려 2080%의 목표율 초초초초과달성으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어쩐지 블로그 후기마다 펀딩 얘기가 있더라니. 과연 제일 무서운 마케팅은 입소문이로다.
위에서 말한 밀스 브레드와 라이트 역시 곧 오픈 예정인 와디즈 펀딩에 나와 있는 정보이다. 나는 텀블벅부터 많은 펀딩에 참여하며 주기적으로 지갑을 비우는데, 마침 밀스를 안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와디즈 펀딩 시작을 마주하니…이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진짜 제발 한 번만 믿고 먹어보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기존의 제품을 초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신제품(이라고 쓰고 빵이라고 읽는다)…을 저렴하고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와디즈 링크는 이곳이다.
솔직히 이거 아니어도 다이어트 제품이 유명하다고 하면 다들 한 번씩 사볼 거 다 안다. 그렇게 지금 내 집에 쌓여 있는 페이스북의 유명 다이어트템이 벌써 몇 개냐…? 이제 기부 그만하고 일단 밀스를 사 먹어보라고 하고 싶다. 왜냐면 내가 좋았으니까. 앞으로도 내 돈 주고 먹을 거니까.
아, 참고로 나는 이것을 친한 언니에게 선물로 보낼 예정이다. 언니는 연년생 유치원생 둘을 키우는 주부인데, 출산 후보다 최근 머리가 더 빠지는 것 같다며 얼마 전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영양제 추천을 부탁해왔다.
애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정신없이 바쁜 데다, 유치원에 가 있어도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바빠서 끼니를 서서 때우거나 대충 비벼 먹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짜게 먹게 되고 살도 찌고 건강은 나빠지는 것 같다며 속상해하는 언니. 웬만한 회사원보다 바쁜 주부들…
언니에게 오늘 트라이얼키트를 몇 개쯤 사서 보내줄 것이다. 그리고 와디즈펀딩 주소도 쏴줄 거지롱. 그러고 나면 같이 최애 맛에 대한 얘기를 하며 또 수다를 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