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theconversation에 실린 「We’d all like to be a little happier」를 번역한 글입니다.
누구나 더 행복해지고 싶어 합니다. 행복해지는 걸 마다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문제는 행복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중에는 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세상을 밝게만 보고 장밋빛 희망을 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모든 걸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게다가 안 좋은 일은 개인에게건 이 세상에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납니다. 오늘 만난 사람의 퉁명스러운 태도에 상처받을 수도 있고, 그럴 수만 있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나마 일할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우리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분야에 속합니다. 그래서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행복하지 못하게 시간을 보내는지 묻고 점검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겁니다.
저와 동료들은 함께 미국 10대 청소년 100만 명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행복감을 높여주는 활동은 어떤 것이며 반대로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 청소년이 더 불행하다고 여기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미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2012년을 기점으로 깜짝 놀랄 만큼 뚝 떨어졌습니다. (성인들의 행복지수도 2000년부터 꾸준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저와 동료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청소년들의 여가 활동에서 나타난 변화로 이 행복지수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유력한 용의점을 찾다
저희 연구는 8, 10, 12학년 (우리나라 중2, 고1,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1991년부터 매년 전국적으로 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매년 청소년들은 설문 조사에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를 답합니다.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죠. 먼저 직접 친구를 만나고, 운동을 하고, 종교 활동을 하며, 책을 읽거나 심지어 숙제를 직접 하는 청소년들이 더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인터넷, 컴퓨터게임, 소셜미디어, 문자나 화상통화, TV 시청에 쓰는 청소년들은 덜 행복했습니다.
다시 말해 무언가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는 활동이 행복과 연관이 있었고, 화면을 봐야 하는 활동을 많이 하면 덜 행복해졌습니다. 이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하루에 5시간 이상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하는 청소년은 하루에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이 1시간이 되지 않는 학생보다 불행하다고 느낄 확률이 두 배 더 높았습니다.
물론 이 사실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불행한 사람이 화면을 보고 하는 일로 자신의 활동을 제한할 수도 있는 일이죠. 하지만 두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려는 여러 연구 결과는 대체로 화면을 많이 보고 온라인에 오래 머물면 불행해진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명제의 역은 대부분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한 실험에서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일주일 동안 페이스북을 강제로 끊게 했습니다. 일주일 뒤 페이스북 없이 산 사람들이 계속 페이스북을 한 사람들보다 덜 외로워하고, 우울한 정도도 덜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새로 얻게 된 직장 사정상 페이스북을 탈퇴해야 했던 사람들과 계속 계정을 유지해도 상관없던 사람들을 비교했는데, 그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페이스북을 끊어야 했던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중독이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불행을 낳는다는 종단 연구 결과는 꽤 많지만, 사람이 불행해지면 인터넷을 더 찾는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 않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도출할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무척 간단한 교훈일 겁니다. “당장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내려놓고 가서 무엇이든 좋으니 다른 걸 하라.” 정도가 되겠죠.
10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가 활동과 행복 사이의 관계는 사실 제법 걱정스러운 소식입니다. (제가 “i 세대”라고 부르는) 현재 청소년들은 이전 어떤 세대보다도 스마트폰을 비롯해 온라인에 종일 머무르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과 비교했을 때 2016년에 청소년들이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12학년 학생의 82%는 매일 소셜미디어를 합니다. 2008년에 이 수치는 51%에 불과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2012년을 기점으로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급락했습니다. 2012년은 미국인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돌파한 해입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자존감이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습니다.
특히 친구 관계에 만족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일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느꼈으며, 결국 삶이 전반적으로 우울해졌습니다. 삶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자연히 정신건강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각종 우울 증세와 자해,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 문제가 청소년 세대에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특히 훨씬 더 낙관적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긍정적인 밀레니얼 세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 청소년들은 눈에 띄게 자존감이 부족하고 우울증세를 보이는 청소년도 많습니다.
성인들을 비교해봐도 비슷한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저와 동료들은 30세 이상 성인들의 행복지수가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낮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성인들은 성생활도 활발히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로 온라인에 더 중독돼 있습니다. 이는 곧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류할 일이 줄었다는 뜻이고, 부부나 성적 파트너와도 그럴 일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섹스도 덜 하고 삶은 더 불행해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심각한 경기 침체기(2008~2010년)에 청소년과 성인의 행복지수는 모두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든 2012년 이후에도 행복지수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제는 계속 회복하고 성장하는데도 행복지수는 오히려 계속 낮아졌습니다. 2012년 이후의 불행을 설명하는 데 경제 상황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한 것도 특히 성인들의 행복을 앗아갔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소득 불평등이 다시 커지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행복지수가 꾸준히 낮아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행복지수가 낮아진 건 성인은 2000년 전후, 청소년은 2012년 이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적인 요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2000년대 초는 소득 불평등이 근래 들어 가장 심각했고 일자리 전망이 특히 안 좋았을 때입니다.
한편,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아예 안 하는 청소년들이 하루에 한 시간 이하로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을 절제해 사용하는 청소년들보다 덜 행복하다고 조사된 점은 좀 놀랍습니다. 한 시간 이하로 절제해 온라인에 머무는 청소년이 가장 행복했고, 그다음에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행복지수는 감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스마트폰이 문제가 있다고 아예 온라인 활동 자체를 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기술을 배척해서는 안 되겠죠. 그보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라는 격언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됩니다. 스마트폰이든 새로운 기기든 기술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좋은 건 빼놓지 말고 누리세요. 대신 그리고 나서 반드시 폰은 내려놓고 다른 무언가를 꼭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