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평소에 자존감이 낮아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고 그가 불안함, 걱정,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칭찬을 할 것입니다. 주로 이렇게 말이죠.
넌 정말 괜찮아, 능력자잖아. 너 정말 예뻐.
그러나 상대는 그 칭찬을 흡수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나 안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더 잘해. 나보다 예쁜 사람이 널렸어, 난 다리도 두껍고…
그러면 당신은 그 칭찬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설득을 시작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설득해도 상대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칭찬을 튕겨낼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렇게 답답한 심경으로 마무리하셨을 거예요.
1. 그들이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Emotional First Aid』의 저자 Guy Winch 박사에 따르면, 사람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미 확립한 신념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명제만 설득력이 있으며, 우리 신념과 크게 다른 명제들은 우리 마음이 전적으로 거부해버린다.
이 말을 잘 뜯어보죠. 자존감이 낮은 친구에게 확립된 신념은 이런 것입니다.
- 난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 난 잘하지 못해, 노력해야 해.
- 난 예쁘지 않아. 남들처럼 예뻐지려면 매우 열심히 관리해야 해.
그런 그들에게 그들의 신념과 맞지 않는, 그들에게는 ‘사실’이 아닌 말들을 해봤자 그들은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신념을 확인시켜주는 말에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넌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넌 아직 부족해, 너 정도면 평범하지 이런 말 말이죠.
또한 Guy Winch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칭찬이나 격려 등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칭찬이 압박이라니 어떤 면에서 그럴까요?
그들은 그런 좋은 평가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증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낮은데(난 괜찮지 않아!), 상대가 더 높은 기대(넌 괜찮은 애잖아?)를 요구하면 부담스럽고, 더 힘들어지면서 그 차이를 채우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상대가 나에게 실망할 것이고, 이는 다시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상대에게 보여주는 그 모습(노력하는, 배려하는 모습)을 조건으로 친구가 자신과 관계를 맺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갖게 된다고 합니다.
2. 자존감이 낮은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일들
그렇다면 자존감이 낮은 친구를 주위에 둔 당신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A. 너무 강하거나 사람의 특성, 성격 자체와 관련된 칭찬을 하기보다는 가볍게, 시간 특정적으로 할 것
Guy Winch 박사님은 “오늘 좋아 보이는데?” 정도가 더 효과적인 칭찬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의 칭찬은 압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죠.
- 마찬가지로 “너 정말 예쁘다” 보다는 “오늘 스타일 괜찮다”(예쁘다는 프레임이 아닌 ‘오늘’의 ‘스타일’로 한정)
- “넌 능력 있잖아” 보다는 “이런 건 어떻게 하는 거야?” (방법을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노력했던 부분을 끌어내기)
B. “네가 뭘 하던 난 곁에 있을게”
날 위해 노력하는 친구를 고마워할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쳐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노력을 멈추면 이 관계가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네가 노력 안 해도 난 네가 좋아.”, “크게 걱정 안 해도 돼”. “나 어디 안 가”라고 말해 주세요.
C. 상대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상대를 좋아하는 이유, 고마웠던 이유들에 대해서 자주 표현하고 더 나아가 편지 등을 써 주세요. 상대는 이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관계에 대해서 더 안정감을 느낄 겁니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 더 솔직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도 있을 거예요. 이 친구에게는 나를 드러내도 되는구나 하고 말이죠.
D. 전문가와 함께하도록 추천하기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봅니다. 아니, ‘책’만 봅니다. 물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보는 것은 추천할 만한 행동입니다. 독서는 인지행동치료라는 측면에서 ‘인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때론 이것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자존감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신과보다는 주위의 상담소를 추천해주시고,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저와 같이 자존감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을 추천해주세요.
원문: 멘탈경험디자이나 조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