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는 모바일 게임업체에 투자한 사람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주요 업체들의 주가추이를 봤을 때 속된 말로 ‘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대표기업이라 불리는 게임빌과 컴투스부터 살펴보자. 게임빌은 8만원에서 5만원으로, 컴투스는 3만7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수십%의 하락율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들 사이에 M&A가 진행되면서 하락폭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지금까지 “국내에서 모바일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며 공언했던 이 둘이 합친다는 것은 곧 사업부진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뒤를 이을 거라는 장밋빛 전망은 어디로
원래는 온라인게임 개발사였지만 시류에 맞춰 모바일사업을 대폭 강화해 꽤 재미를 봤던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 조이시티 등도 사실 내부적으로는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하다. ‘밀리언아서’, ‘윈드러너’, ‘룰더스카이’ 등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게임들이 서서히 인기를 잃어가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러니 어설프게 발을 담갔던 다른 업체들 뭐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다함께차차차’,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으로 옴팡지게 돈을 벌고 있는 CJ E&M 넷마블조차 “간만에 좋은 시절이 왔는데 다음 작품이 안 뜨면 걱정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참 격세지감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들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흐른다는 것. 이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과거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경험했던 성장과 영광을 모바일게임주들이 대신할 것”이라는 추측 속에 장밋빛 전망을 담은 투자보고서를 남발했고,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주장의 요지는 매우 심플했다. 온라인게임시장과 동일한 모바일게임시장이 열렸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을 아예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온라인게임시장과 모바일게임시장은 형성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관점에서 현 상황을 해석하고자 한다.
온라인게임 대박 시대가 가능했던 이유
우선 온라인게임시장의 성장요인을 살펴보자.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을 필두로 게임업계 인재들이 양질의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기막힌 호재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정부 주도로 초고속인터넷망이 빠르게 보급돼 대중들은 매우 싼 값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내수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이는 다른 나라 게임사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한 인프라다. 그래서 김택진 대표는 망할 각오로 리니지의 유료화를 진행했지만 망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림으로써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게임은 인민의 아편”이라는 기존 자세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 하이테크 산업으로서 가능성을 알아보고 적극 밀어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국의 온라인게임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대륙을 누빌 수 있었다. 중국 게임사들의 역량도 턱없이 낮았거니와 중국 게이머들이 한국 게이머들과 비슷한 정서를 가졌다는 점이 주효한 것이다. 어느 정도로 위상이 높았냐면 한국 게임사 직원이 공급계약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 현지 게임사 직원들이 공항에서부터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네오위즈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네오플, 엠게임, 조이시티, 위메이드, 액토즈소프트 등은 단 하나의 게임만으로도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연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모바일게임 대박이 힘들어진 원인
그러나 모바일게임시장의 형성단계를 보면 꽤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인프라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긴 했지만 PC 트래픽을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다. 그리고 통신사들은 여전히 무선에서는 높은 데이터 요금제를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절망적인 것은 중국시장이 옛날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게임사들이 정부의 비호와 현지 사정에 밝다는 점을 이용해 비약적으로 성장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력은 물론 기술력조차 이제는 한국에 밀리지 않은 상황이다. 슬프게도 ‘공항접견’은 한국 게임사의 몫이 됐다.
이밖에도 예전에 없었던 ‘거간꾼’의 등장이 이들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구글 등 OS 운영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 회사들에 통행세를 요구하고 있으며, 추가로 카카오톡과 같은 미들 플랫폼도 손을 벌리고 있다. 정리해서 말하면 옛날보다 판이 작아지고, 호구가 정신을 차렸는데 이놈, 저놈이 달려들어 떼먹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 신흥 재벌, 가능할까?
그렇다면 모바일게임시장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고 본다. 모바일게임주의 위기이자 모바일게임시장의 위기는 아니다.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과 글로벌 플랫폼 형성으로 인한 해외진출 용이 등은 그나마 기회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종합해볼 때 모바일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시장 태동기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최근 행태를 보면 기성업체들은 오랜 풍요에 젖어 헝그리 정신과 혁신적 영감이 부족한 나머지 판에 박힌 게임을 내놓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시총 1조클럽’에 가입하는 모바일게임사는 이들 중 소수에 불과하거나 ‘아직 때 타지 않은’ 벤처기업 중에서 나오지 않겠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