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 (Side Project)
내 멋대로 한글 의역을 한다면 ‘딴짓’ 정도 되시겠다. 말 그대로 본인이 재미있어서, 하고 싶어서 하는, 때로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생산되지도 않는, 돈 안 되는 혹은 돈을 굳이 목표로 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예를 들면 브런치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우울의 바닥을 치고 심연의 바다를 헤매고 있던 모로코 여행 시절, 그냥 감정을 토해내고 싶었던 것이 나의 브런치 블로그였다. (브런치 첫 글: 「산산조각」)
그리하여 탄생한 이 블로그는 나에게 더욱더 큰 딴짓을 벌일 수 있는 믿을만한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브런치를 통해서 또 다른 딴짓 ‘코 리빙 하우스’, ‘나를 찾는 여행’, ‘코딩 캠프’를 이어나갔고, 이는 현재 주된 프로젝트인 ‘노마드 코더’로 이어졌다. 이러하니,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의 예찬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브런치를 통해 난 정말 어마 무시하게 성장했다. 실제로 사이드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알아본 수많은 테크 기업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들 알고 있는 구글의 ‘20% 정책’이 그러하다. 말 그대로 업무시간의 20%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는 정책인데, 이를 통해 gmail이 탄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를 벤치마킹해서 많은 스타트업들도 ‘Experiment day’라는 이름으로 매월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등 직원들이 자유롭게 생산적 딴짓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참고 블로그 글: 「왜 사이드 프로젝트가 조낸 중요한가」)
왜 사이드 프로젝트가 중요할까?
사실 이 글을 쓰는 오늘, 난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뭔가 지루하고, 하던 일을 또 하는 것이 싫증 나고 지겨워지는 느낌이었다. ‘노마드 코더’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탄생하기는 했으나, 요즘 주력으로 매일 하다 보니 이것도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란 인간 금세 지겨워하는 인간)
억지로 어거지로 꾸역꾸역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때 ‘아! 이래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중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이, 이는 다시 활력을 주고 매일 똑같이 하는 작업도 다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이미 무의식으로 알고 있던 나는 습관적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다시 배우거나 (블록체인, 크립토 커런시) 혹은 뭔가를 만들어내고는 했다.
즉, 반복 작업으로 지루해진 두뇌에 새로운 활력과 창의력을 부여한다! 창의력의 어머니는 역시나 딴짓이었다.
창의력의 어머니는 역시나 딴짓이었다
그렇게 노마드코더를 메인 프로젝트로 하고 생산적 딴짓,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살펴보자.
- 생리데이, 생리 중인 여자 친구에게 힘내라는 카드를 보내는 서비스
- 노마드 잡, 원격근무 가능한 일거리를 소개하는 서비스
- 블록체인 공부, 말 그대로 내가 공부하려고 시리즈로 블록체인을 탐구
- ???
실제로 이 사이드 프로젝트는 금전적인 결과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나에게 ‘활력, 재미, 흥미, 새로운 영역 공부’라는 보이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생리 데이’ 덕분에 백엔드, 히로쿠가 뭔지 들여다보게 되었고, ‘노마드 잡’ 덕분에 원격근무를 제공하는 회사가 그다지 많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블록체인 공부’ 덕분에 비트코인 투기장을 넘어서 새로운 기회와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배웠으니… 뭐 개소리 집어치고, 그냥 덕분에 활력을 되찾았다.
그래서 올해는 매주 토요일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매월 1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오픈하는 ’12개월 12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너무 각 잡고, 열심히(?) 하면 사이드 프로젝트 자체의 매력이 사라진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 사이즈가 작아야 하고,
- 목표가 단순해야 하며,
- 부담 없이 설렁설렁~, (열심히 하지 말자)
- 시작하는 것에 의의를 두되,
-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한다.
이렇게 해야 제대로 창의력과 잉여력을 뿜어내며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노마드 잡’의 경우 사이드 프로젝트치고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갖고 하는 덕분에,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거의 메인급으로 진행하다가 멤버끼리 엄청 싸우고, 그래서 트래픽도 저조한 그런 서비스가 되었다. (눈물) 반대로 별생각 없이 그저 생리하는 여성 인구를 생각하며 낄낄 웃으며 시작한 생리 데이는 꾸준히 트래픽을 올리면서 재밌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와 같이 결과물에 집중하기보다는 과정을 즐기면서 부담 없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흐지부지 이도 저도 아닌 것은 아니다. 시작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되, (부담스러워서 시작도 못 하면 그것도 노노!), 어떠한 형태로든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보통 사이드 프로젝트는 개발자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구체적인 서비스 (웹사이트 혹은 앱)’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 그렇지 않다. 결과물이라는 것이 웹 사이트, 앱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주말마다 하는 소모임이 될 수도 있고, 전시회·소책자 만들기·새로운 언어 배우기·블록체인 등 새로운 영역 공부가 될 수도 있다. 새해 목표를 ‘하루 한 시간 사이드 프로젝트 하기’로 잡은 이 블로거의 경우 본인이 생각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놨는데, 공부하기도 포함이 되어있다.
사람마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다만, 중요한 건 이 딴짓을 통해 머리가 말랑말랑해지고 활력, 재미, 배움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원문: Lynn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