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블록은 광고 차단 기술 자체를 가리키며 애드블로커(Ad blocker)는 광고 차단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브라우저의 확장 도구를 통해 웹페이지에 게시된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 애드블로커를 사용한다.
페이지페어(pagefair)의 2017년 애드블로커 보고서에 따르면 애드블로커 사용자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6억 1천만 명에 달한다. 물론 애드블로커가 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한 도구이긴 하지만, 광고주와 마케터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애써 돈 들여 광고했더니 애드블로커로 인해 내 소중한 광고가 빛도 못 보고 저지당할 운명이라니?
이렇듯 애드블로커는 광고주와 웹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주요한 수익과 마케팅을 방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애드블록과 관련된 기술을 다양하게 살펴보고(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애드블록 기술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더 좋은 광고 표준’에 대해 알아보겠다.
애드블로커의 개념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애드블로커란 광고 차단을 위해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일컫는 말로, 일반적으로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같은 웹 브라우저에 확장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웹페이지 내용의 많은 부분은 외부 광고 서버에서 내려받는 광고 영역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브라우저가 페이지를 작성하는 동안 애드블로커는 타사 광고 서버의 호출에 대한 모든 요청을 확인하고 차단 목록과 일치하는 항목을 찾으면 컴퓨터에서 나가는 요청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필터링 지원 기능을 탑재했다. 파이어폭스나, 크롬, 오페라, 사파리 같은 다른 브라우저 역시 애드블록(Adblock), 애드블록 플러스(Adblock Plus), 유블록 오리진(uBlock Origin) 등의 확장 기능을 통해 콘텐츠 차단이 가능하며 다양한 출처를 통해 필터 리스트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애드블록 플러스는 기본적으로 필터링 리스트를 보고 광고임을 판단한다. 기본 설정으로 이지리스트(EasyList)라는 곳에 언어에 따른 기본 블록 대상 리스트를 활용한다. 이 외에 수용 가능한 광고(Acceptable Ads) 리스트를 화이트 리스트(White List)로 활용한다.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만 광고 차단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HTTP 프록시나 웹 프록시를 개조해 내용을 필터링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광고 차단이 가능하다. 프록시를 통해 콘텐츠를 화면에 보여주기 전에 이를 캐싱하고 필터링할 수 있는데 이는 광고뿐 아니라 공격적이거나 부적합하거나 악의적인 내용까지 제거할 수 있다. 이렇듯 장점이 많지만 프록시는 TLS나 SSL 같은 암호화된 트래픽의 차단이나 웹페이지의 내용을 이해해 자바스크립트의 동적인 생성을 막는 것은 어렵다.
다른 대표적인 방법은 운영체제의 호스트 파일과 DNS를 조작하는 것이다. 대부분 운영체제는 외부 호스트의 목록을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역사적인 이유로 이는 단순한 텍스트 파일로 저장되며 기본적으로 몇 개의 호스트 이름과 IP주소를 담는다. 호스트 파일에 무시할 광고 서버 목록을 등록해 다른 로컬 IP 주소로 이동하도록 해 손쉽게 광고 서버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광고 서버의 IP 주소를 직접 하드코딩하거나 로컬 라우팅 테이블을 바꿔서 우회 가능하다. 또 메인 콘텐츠 서버와 동일한 서버로부터 광고를 불러와서 이를 우회하기도 한다.
인터넷, 특히 모바일 인터넷 제공 업체는 네트워크 트래픽을 감소시키기 위한 프록시를 제공하기도 한다. 원래 광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너무 큰 대역폭의 내용이나 특정 인터넷 접속 환경에 부적합한 트래픽을 막는 과정에서 광고가 상당수 차단된다.
이런 전통적인 방식 이외에 최근 스탠퍼드와 프린스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지각 가능한 애드블로커(Perceptual Adblocker)는 마치 인간처럼, 실제 광고 형태와 내용을 보고 광고 여부를 판단한다. 기존 애드블로커는 광고의 소스코드를 분석해 광고임을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지각 가능한 애드블로커는 HTML 마크업 대신 실제 콘텐츠 영역의 크기나 텍스트, 특정 이미지 형태를 보고 광고임을 판단한다.
해당 기술은 현재 페이스북과 애드초이스 광고를 찾아내는데 특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애드 초이스 광고는 광고 영역의 이미지를 애드 초이스 아이콘 예시와 비교하는 해싱 기술을 이용해 판단한다.
이런 애드블로킹 기술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돕는 만큼 광고를 집행하는 여러 기업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기업은 이런 애드블로킹 기술을 막기 위해 다양한 우회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에 애드블로킹 기술이 사용자 경험을 망치는 나쁜 광고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큰 만큼 애드 블로킹을 금지하려는 시도 역시 사용자의 선택을 막는 짓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최근 업계에서는 이런 나쁜 광고를 추방하고 좋은 광고의 표준을 제정하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더 좋은 광고를 위한 연합(Coalition for Better Ads)’은 건강한 저널리즘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광고의 긍정적인 측면이 나쁜 광고 때문에 방해받는다는 판단 아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광고를 생산하려는 단체 및 기업의 연합이다.
이 연합은 2만 5,000여 명이 넘는 소비자가 참여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을 위한 데스크탑 웹, 모바일 웹을 위한 표준(Initial Better Ads Standards)을 제작했다. 구글은 이 표준에서 언급하는 적절하지 않은 광고들을 자동으로 걸러주는 기능을 크롬 브라우저에 추가할 계획도 있다. 적절하지 않은 광고 표준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데스크탑 웹 경험 Desktop web experiences
- 팝업 광고(Pop-up Ads): 페이지의 콘텐츠를 가리며 튀어나온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가장 성가신 광고 중 하나로 뽑는 형태다.
- 소리 나는 자동실행 비디오 광고(Auto-playing Video Ads with Sound): 사용자의 어떠한 조작도 없이 소리가 나는 비디오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광고 형태다.
- 카운트다운 프리스티셜 광고(Prestitial Ads with Countdown): 콘텐츠가 로딩되기 전에 강제로 보이며, 광고를 제거할 수 있을 때까지 카운트다운을 기다려야 한다.
- 대형 고정 광고(Large Sticky Ads): 스크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고정된 광고 형태다.
모바일 웹 경험 Mobile Web Experiences
- 팝업광고(Pop-up Ads): 페이지의 콘텐츠를 블락하며 튀어나온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가장 성가신 광고 중 하나로 뽑는 형태다.
- 프리스티셜 광고(Prestitial Ads): 콘텐츠가 로드되기 전에 모바일 페이지에 표시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로 계속 이동하지 못하게 한다.
- 3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Ad density Higher Than 30%): 모바일 수직 높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텍스트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 번쩍이는 광고(Flashing Animated Ads): 배경색이나 색상이 빠르게 움직이며 번쩍이는 이 광고 형태는 소비자를 매우 화나게 한다. 번쩍임이 없는 애니메이션 광고는 이 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 소리 나는 자동실행 비디오 광고(Auto-playing Video Ads with Sound): 사용자의 어떠한 인터렉션 없이 소리가 나는 비디오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광고 형태다.
- 카운트다운 프리스티셜 광고(Prestitial Ads with Countdown): 콘텐츠가 로딩되기 전에 강제로 보이며, 광고를 제거할 수 있을 때까지 카운트다운을 기다려야 한다.
- 전체화면 스크롤 광고(Full-screen Scrollover Ads): 사용자가 콘텐츠 상단에 나타난 광고를 스크롤 하도록 강제한다. 페이지의 30% 이상 차지하며 메인 콘텐츠 위에 떠 있다.
- 대형 고정 광고(Large Sticky Ads): 화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고정된 광고 형태다.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광고 유형에 따른 초기 선호도 테스트 결과, 모바일과 데스크톱 두 환경 모두 유저가 선호하지 않는 광고 유형이 비교적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서치 문서를 통해 사용자 테스트 결과를 인포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이나 광고사에게 애드블로커는 이익을 막는 장애물이지만 사용자 경험에는 매우 긍정적인 장치다. 마케터는 광범위한 사용자 분석을 바탕으로 애드블로킹과 기업 사이의 갈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식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광고 마케터의 역할이 단순히 ‘광고를 잘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잘 만든 광고를 사용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