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안’은 어떻게 보면 너무 짧아서 좀 싱거운 면이 있는 법안이었다. 그래서 전문을 읽은지 꽤 됐지만 딱히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다소 미온적인 면도 있고, 또 빠져나갈 구멍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법안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단계 하도급 금지’라고 할 수 있다. 잘만 시행된다면 현실적으로 이 법안을 따르면서 갑, 을, 병 밑으로는 내려가기 어렵다.
그런데 일부에선 이런 간단한(?) 법안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 두려웠는지, 이상한 언론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무슨 IT가 전통적으로 하도급 구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걸 막으면 IT 산업이 다 망한다느니, 중소기업을 죽이려는 법안이라느니, 급기야는 SW게빌과 IT서비스업은 다른데 SI는 IT서비스업이고 이쪽은 하도급을 해야 제대로 된다라는 이상한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언론들이 내놓은 거다. 기사들을 보자.
<경제민주화의 ‘역설’>공공 SI시장도 外人이 ‘야금야금’ ‘SW산업 진흥법’ 역효과
상생한다고 대기업 참여 제한한 SW산업 진흥법.. 공공사업 외국자본에 내준 꼴
; 소위 빅3 라고 불리는 대기업들의 공공사업 참여를 막은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은 법안 자체는 잘 된 법안임에 틀림 없다. 문제는 발주하는 사람들이 타성에 젖어, 빅3 다음으로 편하게 프로젝트 진행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외국계 기업을 찾은 거다. 이 기사는, 강도질 하면 사형한다는 법이 나와서, 강도질 할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강도질 방지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꼴이다.
반복되는 IT서비스 하도급 문제 ‘해결책이 궁금해’
; 하도급 없애는 건 IT 서비스 산업 전체를 죽인다고 한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읽고나면 시간 낭비했다는 허탈함이 몰려 올 거라고 미리 경고해 두겠음.
미래부, SW 하도급 법 개선 나서..장하나 의원과 마찰 우려도
; 급기야 미래부에서도 나섰음. 비록 대동소이하다고는 하나, 정치권에서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미래부라 ㅋㅋㅋ 그냥 웃지요
내 오늘도 울화통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때려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으면서도 그놈의 생계 때문에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은 찍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저들의 갑론을박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이대로 놔두다가는 저들의 목소리가 진실인 양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겠다 싶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 법안에 대응하는 목소리들이 그런 이상한 언론플레이들 밖에 없다면 참 슬픈 세상 아니겠는가.
좋은 기사도 있다. 격일로 밤샘 21시간 근무… 꿈-사랑? 밥 한끼-잠 한숨이 더 절실, 또 창조경제 1년? “우린 여전히 지렁이” 같은 기사가 그렇다. SI 쪽에서 일 해 본 사람들이면 다들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일반인들에겐 이런 내용을 좀 더 알릴 필요가 있음. 비교적 현실을 잘 담아내고 있는 기사들이다.
이 법안 자료를 넘겨주면서도 어떤 관계자는, ‘업계와 연관 있는 사람들이 이 법안을 이상하게 개정하거나, 통과시키지 않을까 두렵다’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알리고, 또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알아두자. 그리고 우리도 모기소리 같겠지만 조그만 목소리를 내놓자. 지켜보고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