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를 비난한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온라인으로 하는 모든 금융거래(뱅킹부터 결제까지)를 불편하게 만들고 보안마저 나쁜데,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좀 없애달라고 얘기하는데, 단순히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온라인 금융거래가 더 편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가 없는 해외의 사례(주로 앱)를 통해서 말이다.
원클릭 구매
쉽게 예상 가능하고 모두가 바라는 기능이다. 쇼핑몰 계정에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입력해두면 구매를 할때 마우스 클릭 한번이면 별다른 추가과정 없이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가 있다. 지금 앱스토어에서 앱을 살때 하는것처럼.
또 페이팔 같은 결제대행 서비스에 가입해두면 개별 사이트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두지 않아도, 페이팔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쉽게 결제를 할 수 있다.
개인 재정 관리 (가계부)
한국 앱스토어 금융 카테고리에서 현재 유료앱 1위를 하고 있는 앱은 편한가계부 Next다. 신용카드를 쓰고 결제정보가 문자로 오면 사용자가 그걸 직접 복사하고, 앱에선 클립보드에 저장된걸 긁어서 지출 정보를 입력해주는 방식이다.[1] 이 방식은 규제가 완화되고, 은행에서 조금 신경을 써준다면 전혀 선호되지 않을 방법이다.
미국에는 이런걸 대체해주는 Mint라는 서비스가 있다. 민트는 은행의 개인 계좌 정보에 접근해서 입출금 내역을 깔끔하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매번 입출금 내역을 입력할 필요도 없고, 은행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와 바로 앱에 띄워준다. 사용자는 데이터 입력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를 이용해서 어떻게 해야 돈을 더 절약할 수 있는지 추천도 해준다.[2]
민트 뿐만이 아니라 최근엔 Level Money라는 앱도 있다. 방식은 비슷하다. 은행 계좌를 연동시켜두면, 자동으로 하루하루 얼마나 썼는지 보기좋게 알려준다. 은행 계좌에 연동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카드가 아니라 현금 사용까지 트래킹이 가능하고, 자동이체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오차 없는 트래킹이 가능하다.
신용카드 관리
국내의 경우 개별 신용카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앱을 이용하지만, 외국의 경우 Lemon Wallet 같은 앱이 있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하게 여러가지 카드를 하나의 앱에 등록해둘수 있는 앱이 있지만, 레몬 월렛은 그 카드로 얼마를 썼는지, 한도 내에서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 썼는지를 종합해서 보기 좋게 띄워준다.
편해진 인터넷 뱅킹
당장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만 없어져도 국내 은행에서도 좀 더 편하게 뱅킹을 할 수 있겠지만, 그걸 넘어서 인터넷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뱅킹 경험을 할 수도 있다. Simple이라는 서비스가 그런식인데, 앞서 얘기한 Mint가 은행서비스까지 겸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더욱 구체적인 재정목표를 세울수 있고, 더 체계적인 관리와 합리적인 지출을 할 수 있다.
이메일 송금
계좌이체를 위해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계좌이체비밀번호, 보안카드 같은 것들이 필요한 한국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이메일로 돈을 보낼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은 Square Cash라는 서비스로 상대방이 서비스에 가입해 있지 않아도 이메일을 이용해 송금이 가능하다. 구글도 비슷한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다. 이메일 송금이 아니더라도 돈을 보내는 일 자체는 웹에서 페이팔을 이용해 한두번의 입력만으로 쉽게 가능하다.
모바일 결제
모바일 결제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은 폰에 카드를 넣어놓고 그걸 NFC나 바코드 같은걸 이용해 결제하는걸 생각하는데[3], 외국의 경우 정반대의 개념이다. 외국은 신용카드 리딩을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한다.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업체는 Square가 있다. 이걸 이용하면 노점상에서도 큼직한 카드리더기 없이 결제가 가능해진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바일 결제(스마트폰에 카드 들어있는것)를 외국에서는 한발 앞서 생각하고 있다. 아예 폰이나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이 결제를 하게 만드는게 목표다. Square의 경우 Square Wallet 앱을 이용해 가게에 체크인을 하고 나갈때 이름만 얘기하면 결제가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하기도 하고, 자주 가는 장소의 경우 자동 체크인이 되어서 이름만으로 결제가 되도록 한다.
세금 환급
국세청에서 연말정산 할때도 편해질것이다. 현재는 역시나 인내를 가지고 해야하지만, 이런 부분을 도와주는 서드파티 서비스들이 나올 수도 있다.
세금 환급과는 다르지만 지로 요금을 납부할때도 더 편한 방법으로 납부할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은행에 찾아가거나 인터넷 지로사이트에서 공인인증을 하지 않고서, 지로 용지를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찍으면 알아서 납부를 해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미국은 세금을 이런식으로 내게 해주는 앱이 있다.)
혁신이 이루어질 여지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는것도 힘든 게 한국 금융 IT 분야의 현주소다. 이 모든게 보수적인 금융업계와 올바른 규제가 무엇인지 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정부 때문이다.
금융분야도 다른 분야만큼이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고, 그 중 몇몇은 실제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몇가지 규제에 막혀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의 기업들과 경쟁에서 점점 뒤쳐지는 건 덤이다. 이런 얘기 나온게 벌써 몇 년째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는지 그저 한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