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익명의 대중이 인터넷을 감정 배설의 창구로 삼아 올리는 악성 댓글은 그냥 쿨하게 보고 넘기는 편입니다. 2007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해오면서 단련된 댓글 대응방식입니다. 물론 실명으로 진지하게 나름 논리를 갖춰 어떤 문제를 지적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댓글에는 적극 답변하고 토론도 합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 중 중국 측 경호원에게 우리나라 기자가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한 익명 누리꾼들의 댓글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저는 이분들이 대중에게 좀 대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힘없는 개인이 권력을 상대로 좀 과한 말로 울분도 토로할 수 없는 건가요?
특히 “기레기는 맞아도 싸다”는 댓글을 문제 삼고 있는데요. 이런 댓글에 소위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너무 정색을 하고 대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그렇게 심각하게 봐야 할 문제일까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에는 과한 표현이 쓰이게 마련입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미치겠다” “죽겠다” 정도는 예사고요, 미운 상대가 있으면 “그놈은 맞아도 싸”라는 표현도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민주항쟁 때는 “전두환을 찢어죽이자”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악랄한 범죄자라도 법에 의해 교수형을 시킬 수는 있지만 찢어 죽일 수는 없죠. 그런데 그 표현을 문제 삼아 시민을 ‘폭도’로, ‘빨갱이’로 낙인찍는다면 그 또한 폭력이 아닐까요?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 대중이 폭력으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한 경우도 역사에는 많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땐 정권타도 시위가 잦았는데요. 병역의무를 위해 할 수 없이 입대하여 데모 진압에 동원된 죄 없는 전경들에게 돌팔매질도 했고, 화염병을 던져 타격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맞아도 되는 전경’은 없지만 우리는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 보도에 증오심을 가진 일부 네티즌들이 중국에서 폭행당한 기자들에게 “맞아도 싸다”는 댓글을 올린 것도 어찌 보면 그런 것입니다. 힘없는 개인이 거대한 언론 권력을 향해 ‘댓글’이라는 방식으로 아주 소심한 돌팔매를 던져본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서민 교수라는 분이 그런 익명의 군중들에게 ‘문빠’라는 딱지를 붙이고 중국의 준군사조직인 ‘홍위병’에 비유하며 ‘정신병 환자’라는 진단을 내리는 글을 썼습니다.
홍위병이라뇨? 그가 딱지 붙인 ‘문빠’는 아무런 조직도 없고 실체도 실명도 얼굴도 없는 익명의 군중일 뿐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문재인 지지자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 맹목적 팬덤현상은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어떤 정치인이나 연예인에게도 있습니다.
차라리 과거 ‘노사모’처럼 실제 조직이 있고, 그 구성원들이 조직적으로 그런 댓글을 단다면 그렇게 비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익명의 대중이 단 댓글을 하나하나 걸고넘어지면서 논박하고 가르치고 굴복시키려 하는 이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요즘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그런 군중의 일차원적 감정 배설까지 통제하고 바로잡겠다는 발상이야말로 파쇼가 아닐까요?
좀 대범해집시다. 특히 언론과 언론인들에게도 바랍니다. 비판을 업으로 삼고 있는 언론인이라면 자신에 대한 악성 댓글도 좀 담담하게 받아들입시다. 좀 잘 하라는 충고 정도로 받아들일 여유도 없나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억울해하시는데, 그런다고 정말 비판 안 하실 건가요? 대중과 싸우려 들지 말고 제발 그 ‘정당한 비판기사’ 좀 보여주시길.
원문: 지역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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