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10대 조카를 데리고 있는 분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뒷북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궁금한 게 생기면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로 먼저 들어가서 검색해.”
유튜브가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건 알았지만,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 얘기를 듣고 10대 자녀를 가진 부모님과 저의 사촌에게 물어봤더니 “진짜!”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자료를 찾아보니 유튜브가 10대들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앱 수준에서 벗어나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앱으로 변하고 있다는 정량적 지표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10대들의 앱 사용시간입니다. 와이즈앱이 2017년 11월에 발표한 결과 (안드로이드 사용자 2만 3천여 명에 한함)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였습니다. 앱 사용시간이 무려 129백만시간으로, 10대들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앱의 사용 시간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3월 닐슨코리안클릭이 발표한 ‘세대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현황'(순 이용자 수 기준)에서도 유튜브의 강세가 느껴집니다. 10대에서는 유튜브가 네이버를 앞지르고 2위로 올라섰으며, 카카오톡과의 격차 역시 세대 중에서 가장 적은 격차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사용시간 측면에서는 모든 서비스들을 사뿐히 제치고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이 정도면 10대들에게 유튜브는 그야말로 ‘갓튜브’ 정도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빈번하고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과 검색과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페이스북을 즐겨 사용한다고 해도 그곳에서 검색을 자주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검색은 콘텐츠 서비스 그 이상으로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가능합니다. 검색 알고리즘의 우수성부터 시작해 어떤 검색어에도 대응이 가능한 콘텐츠가 있을 경우에만 사용자는 그곳에서 검색합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어떻게 유튜브는 콘텐츠 서비스를 넘어 검색 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이 생겼는지, 그리고 10대들은 요즘 왜 포털 검색이 아닌 유튜브 검색을 더 선호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주관적으로 살펴봤습니다.
How to 영상이 급속히 많아졌다
우리가 온라인상에서 ‘검색’을 하는 순간을 잘 고민해보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순간 검색을 할까요? 다양한 답변들이 있겠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대부분은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하는 법’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음식 만드는 법부터 시작해서 메이크업을 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HOW들에 대해 우리는 꾸준히 궁금해하고 그것을 미리 경험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경험을 공유받고자 검색을 하게 됩니다.
10대도 마찬가지입니다. 10대는 시기상 한창 궁금한 것들이 생겨나고 많을 때입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경험이 성인보다 짧고 제한된 환경(가정, 학교, 학원)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궁금한 것들을 몸소 경험하면서 깨닫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경험의 질과 양이 비슷한 또래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10대는 더욱 온라인에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게 되고 의존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국내 포털이 10대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잘 했습니다. 텍스트 콘텐츠로 How to를 배우던 10대들은 포털의 블로그와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갔습니다. 요리에 관심 있는 10대 여자아이는 ‘요리 하는 법’을 블로그를 통해 얻었고, 게임에 관심 있는 10대 남자아이는 ‘게임 공략법’을 블로그에서 얻었습니다. 10대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지금까지 포털 블로거들을 통해 생산되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동영상 콘텐츠가 모든 카테고리의 대세 포맷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발 빠르게 사용자가 몰려드는 유튜브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포털의 블로그 생태계에서는 영 크리에이터들이 기성 파워블로거들로 인해 ‘떠오르는 스타’가 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떠오른 유튜브를 선점하기 위해 그곳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점차 동영상 콘텐츠가 쌓이게 되자 ‘~ 하는 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들이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10대들의 유튜브 내 검색 결과 만족도는 점차 높아지게 되었고, 이 흐름은 어느덧 10대에게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쩡유’님의 셀프 앞머리 자르는 법 영상.
유튜브 크리에이터 ‘신쿡’님의 추억의 도시락 만드는 법 영상.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라클TV’님의 <배틀그라운드> 공략법 영상.
브이로그(Vlog), 그리고 브이로거(Vlogger)의 활약
10대들이 검색으로 유튜브로 활용하게 된 건, Vlog(브이로그)의 국내 활성화도 꼽을 수 있습니다. Vlog는 Video와 Blog의 합성어로 영상으로 블로그를 쓴다는 개념입니다. 즉, 예전에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적절한 조화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했다면, 이제는 Only Video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Vlog는 2000년대 후반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뛰어난 성능의 디지털 캠코더가 일반인들도 살 수 있는 가격대에 공급되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5년에는 유튜브와 같은 UCC 비디오를 지원하는 사이트의 등장과 애플의 iTunes에서 브이로그를 쉽게 구독하고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브이로그가 급속하게 발달하게 되었죠. 그리고, 국내에서는 1~2년 전부터 카메리를 챙겨 다니며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거(Vlogger)들이 점차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활동하는 브이로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대부분은 ’10대’입니다. 10대들이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은 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흐름입니다. 우리 세대가 텍스트 형태인 글로 일상을 기록했다면 동영상 콘텐츠가 익숙한 지금의 10대는 동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인 셈이죠. 글로 적는 것보다 카메라 앱을 켠 채로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고 재미있게 편집해서 공유하는 것이 이들의 또 다른 놀이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록한 일상들이 검색 DB가 되어 어딘가를, 어떤 것을 궁금해 하는 또래의 10대에게 도움 또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예전의 포털들이 블로거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로 인해 검색 결과가 풍부해진 것과 같은 구조인 셈입니다.
1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준콩’님의 Vlog 영상. 2017년 12월 26일 기준 67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포털의 위기일 수 있습니다. 10대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글로 기록하지 않고 영상으로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됨에 따라, 10대가 찾는 일상 콘텐츠들이 국내 포털에서는 점차 비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포털이 동영상 플랫폼을 운영은 하고 있으나 일반 사용자가 참여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자발성은 유튜브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10대들은 자신들이 찾는 콘텐츠가 포털보다는 유튜브에 더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고, 그렇다 보니 검색 역시 포털이 아닌 유튜브로 먼저 가서 검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빠르게 10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10대 유튜버들
각 세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과 매칭되는 콘텐츠를 찾아보게 됩니다. 대입을 앞두고는 대입 정보를 다루는 카페와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콘텐츠를 보게 되고, 취업을 앞둔 20대들은 취업 사이트와 카페에서 회사 관련 정보들을 얻곤 합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 육아와 관련된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고, 자녀가 자라게 되면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분야의 콘텐츠를 찾아보게 되죠.
10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10대들도 10대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곳에서 콘텐츠를 탐색하고 검색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10대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해서 그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줄 수 있는지가 이들을 잡기 위한 중요한 미션이죠.
하지만 이 미션은 생각보다 어려운 미션입니다. 왜냐하면 콘텐츠 생산 속도나, 공감 측면에서 10대를 위한 콘텐츠는 10대가 만드는 것이 가장 베스트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10대가 고퀄리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유튜브 내 10대 유튜버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10대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빠르게 생산하고 ‘콘텐츠 공감도’ 역시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유튜브는 자연스럽게 포털에서 검색할 때보다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먼저 답해 줄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10대 사이에서는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튜버 도티는 <tvN 문제적 남자>에 나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학생들이 시험 기간일 땐 나 또한 시험에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었다. 10대를 위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즉, 특정 시점의 10대 관심사는 오로지 ‘시험’인데 관련한 콘텐츠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그들의 공감을 얻어가면서 제작할 수 있는 생산자들이 나타나면서 검색 결과의 양과 질이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포털에서 ‘중학교 시험’이라고 검색하는 것보다 유튜브에서 ‘중학교 시험’이라고 검색하는 것이 더 10대다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커진 셈이죠.
뿐만 아니라 ‘학생 다이어트’, ‘방학 다이어트’, ‘요리 하는 학생’, ‘남자 메이크업’과 같이 10대들 사이에서 ‘핫’하게 뜨고 있는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캐치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 생산자들 역시 포털의 콘텐츠 생산자가 아닌 유튜브의 유튜버들이 되게 되면서 10대들의 유튜브 검색은 더 빈번해지게 되었습니다.
1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루리 님의 ‘학생 다이어트’ 영상
1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화니 님의 ‘체육대회 메이크업’ 영상
마치며
제가 이 케이스를 살펴보면서 느꼈던 점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10대의 검색 사용성이 급격히 국내 포털에서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단순히 영상 컨텐츠를 소비하고 즐기는 선에서 더 나아가, 유튜브가 그들의 ‘시작 페이지’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10대가 나이를 들면 자연스럽게 포털에서 검색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상으로 검색 결과를 받아보던 그 사용성이 텍스트 콘텐츠가 많은 포털 검색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일반 사용자의 참여가 검색에 참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 포털이 일반 사용자들의 블로그로 인해 검색 결과가 풍부해져 검색 퀄리티가 올라간 것과 같이, 유튜브 역시 일반 유튜버들의 활약으로 영상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방송사 또는 미디어 제작사와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소싱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은 일반 사용자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을 경우 검색의 레벨까지 가능한 DB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콘텐츠 생태계를 위해서는 보통 3가지가 갖춰져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산자 – 소비자 – 광고주입니다. 서로 선순환 단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산자가 많아지면 볼게 많이 지니 소비자가 늘어나게 되고, 소비자(타겟)이 늘어나게 되니 광고주가 들어와서 광고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광고 수익의 일부가 생산자에게 다시 돌아가 생산자는 ‘콘텐츠 생산의 동기’를 찾게 됩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내게 되죠.
만약, 국내 포털이 검색에서 특정 사용층을 빼앗기고 있다면 3가지 중에 어떤 부분에서 빠져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부분부터 가장 먼저 보강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