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걱정 없는 친환경 일회용 항균 수세미 개발한 사회적기업 ‘코어피앤씨’
유엔이 규정한 청년의 나이는 18세부터 65세까지입니다. 중년은 79세, 노년은 99세까지라고 합니다. 100살부터는 장수노인이라 부르더군요. 어떤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시겠지만 이 정의를 직장 문화에 반영시킨 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제가 일해 보니 70살도 건강만 허락한다면 충분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정년이요? 우리 회사엔 그런 것 없습니다.”
올해 70살인 김영순 코어피앤씨 대표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최근 정년을 없앴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과 능력만 갖췄다면 이곳에선 모두가 일꾼입니다. 퇴역한 군인, 신용불량자, 장애인, 고령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합니다. 직원 15명 가운데 ⅓인 5명이 고령자이고 이들 중 가장 나이 어린 분이 59살입니다.
“비록 적은 돈이라도 자신이 스스로 벌어서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봉양하면 자긍심과 자부심이 높아집니다. 누구나 건강만 허락하면 일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우리 중 100살 직원의 탄생을 기다립니다.”
세제가 필요없는 친환경 항균 수세미 .. 내년 일본 홈쇼핑 진출
코어피앤씨는 친환경 일회용 수세미를 생산하는 경산의 사회적기업입니다. 20여 년 동안 유명 기업에 항균 휴지를 납품해 온 숨은 실력자들이죠. 코어피앤씨는 그 업력을 바탕으로 올해 친환경 항균 수세미 ‘이지워시 세이프’를 개발했고 지난 11월 특허도 따냈습니다.
이지워시 세이프의 남다른 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세제가 필요 없습니다. 겉보기엔 일반 수세미와 똑같지만 물에 적시면 거품이 퐁퐁 일어납니다. 세제는 친환경 세제이고 소재는 아이들 젖병에 쓰는 플라스틱이어서 다 쓰고 나면 재활용통에 넣어주면 됩니다. 버려진 수세미 원단은 다시 수세미를 만들거나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어요.
이지워시세이프는 김 대표가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을 때 아내를 대신해 설거지를 도맡아 온 남편의 불만사항에서 시작됐습니다.
“남편은 설거지보다 수세미 처리를 힘들어했어요. 수세미 사이에 낀 이물질을 빼내느라 물과 시간을 허비했지요. 항균 휴지를 수 십 년 생산해온 남편은 ‘젖은 수세미는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변했어요.”
편리함과 깨끗함 그리고 일회용이지만 재활용될 수 있다는 친환경 이미지 덕분에 이지워시세이프는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홈쇼핑 기부 방송에서 불과 30분 만에 2400세트가 팔려 단박에 7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한편 이 방송을 본 일본 홈쇼핑 업계에서도 판매하고 싶다는 경쟁이 불붙어 내년부터 이지워시세이프는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수세미 덕분에 올해 연 매출 목표를 35억 원으로 올려 잡고 달성하면 고용률도 20%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장애인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사장님
코어피앤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는커녕 일감조차 얻지 못하는 경산시 관내 지체장애인들에게 3년째 일감을 몰아주고 있습니다. 이윤을 위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기업들과는 비교되게 말이죠.
2015년부터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와 손잡고 해마다 약 1500만 원 상당의 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이욱현 경산시지회 지체장애인지원센터장은 “회원 850명 가운데 취업에 성공하는 분들은 1%도 채 안 되는 실정이다”며 “일감을 제공해주는 코어피앤씨는 단비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자격증이 있어도 전문 직종을 얻기 힘듭니다. 특히 경산지역은 50인 이상의 규모를 갖춘 장애인 의무 고용 대상 기업이 적어 취업이 더 힘든 상황입니다.”
코어피앤씨는 지난 7월 지체장애인협회와 MOU를 맺고 앞으로 5년 동안 일감을 제공해주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공장의 사무실 한 곳을 내주었습니다. 이 같은 선의에 협회도 작업장 문턱 없애기와 장애인 전용 화장실 공사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지요.
서로가 조금씩 힘을 보태니 훌륭한 작업 모델이 완성된 겁니다. 9월부터 코어피앤씨에는 장애인 근로자 5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큰 돈벌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용돈벌이죠. 하지만 함께 만나 커피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일하다 보면 제가 장애를 입고 산다는 느낌이 덜해요. 한때는 우울증도 겪었지만 지금은 즐겁고 마음이 편합니다.” – 신옥희씨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
김 대표가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나름 사연이 있습니다. 그 역시 한때 신용불량자였거든요. 1998년 IMF의 광풍은 지역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기업을 하루아침에 주저앉혔습니다. 회생 절차를 밟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눈물 나게도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지요. 그때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 는 소중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그는 신용불량자 5명에게 일할 기회를 줬고 이 중 3명이 자립에 성공해 퇴사했습니다. 나머지 2명도 2년 후면 신용불량자 신분을 벗어 날 수 있을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때 신용불량자였다 해서 일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말이 안 되잖아요.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벗어나야죠.”
소기업의 살길은 ‘협업’
친환경 항균 수세미 탄생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착한 기업과의 상생입니다. 수세미에 입힌 세제는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다래월드’ 제품입니다.
“다래월드가 저처럼 여성 기업인이고 친환경 세제를 만들 뿐 아니라 좋은 일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기왕이면 제품도 좋고 착한 일 하는 기업과 협업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30여 년 사업에 잔뼈가 굵은 김 대표는 작은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협업(콜라보레이션)이 생명임을 강조합니다.
“대기업은 인력도 우수하고 장비를 갖출 자금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 같은 소기업들은 그 모든 게 비용입니다. 내가 가진 것과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새로운 걸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70대 대표의 목표는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이를 통해 직원들이 힘과 용기를 얻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 회생의 힘을 얻었듯이 ‘함께 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원문: 이로운넷 /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 사진: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