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했습니다. 눈도 와서 미끄럽고 추워서 손도 주머니에 넣어 걷기도 불편한데, 꼭 겨울이면 이곳저곳에서 보도블록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연말에 보도블록 공사가 증가했던 이유는 부실 시공이나 동파 등으로 보도블록이 파손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해가 바뀌기 전에 남아 있는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이든 겨울철 보도블록 시공이나 보도 공사는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서울시에서는 연말 보도블록 공사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보도블록 10계명, 동절기 보도공사 금지
2012년 서울시는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합니다. 서울시민이 하루 평균 70분을 보내는 보도를 안전하게 통행하고 서울을 보행자의 도시로 만들려는 조치였습니다.
서울시는 특히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1단계 핵심 실천 계획으로 ‘보도블록 공사 및 사후관리’의 문제점 개선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보도공사 실명제’와 ‘원스크라이 아웃제’를 통해 부실 공사를 사전에 막겠다고 나섰습니다. 특히 ‘보도공사 Closing 11’을 통해 동절기 보도블록 공사 관행을 없애고, 부실시공을 방지하는 조치도 시행됐습니다. ‘보도공사 Closing 11’ 시행으로 서울시에서는 겨울철 보도블록 공사가 거의 사라지게 된 셈입니다.
보도블록 행정과 품질, 빠르게 개선됐다
2014년 발간한 서울연구원의 ‘보도블록 10계명 시민만족도 조사 및 향후 추진방향’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의 보도블록 행정과 품질은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도공사를 누가 했는지 밝히는 ‘실명제 판’도 2013년 1월에는 한 개도 없었지만, 2014년 7월에는 689개나 됐습니다. 시공 부실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104건이었습니다.
‘보도공사 Closing 11’에 따라 2013년 동절기 보도공사는 9건으로 줄어들었고, 2015년 이후에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위치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불편 신고에 대한 처리율은 80%를 넘었고, 보도상 불법 주정차 단속도 2013년과 비교해 20.7% 증가했습니다.
연말에만 보도블록을 교체하던 예전과 달리 ‘보도블록 10계명’ 시행 이후 수시로 보도를 정비하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서울 시민이 걷는 보도가 과거보다는 분명히 나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12월만 되면 보도공사 스톱, 당신의 생각은?
지난 12월 7일 동아일보에는 <12월 되면 보도 공사 스톱.. 주민 불편 어쩌라고>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클로징 11’ 때문에 공사 기간이 길어져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문에 나온 ‘천호대로 확장공사’의 공사 기간이 연장된 것은 자치구와 지역주민의 요청사항으로 ‘지하차도 상부 경관개선 사업’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보도공사 Closing 11’ 때문에 공사가 지연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도공사는 경계석 수급 어려움으로 공사가 지연되었고, 동절기 품질관리 및 보행자 안전을 위해 2017년 11월 완공에서 2018년 4월로 연기된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겨울철 보도공사는 제한하고 있지만 긴급 굴착공사(천재지변, 재해·재난사고 등) 또는 주민 생활에 직결된 소규모 굴착공사(길이가 10m 이하이고 너비가 3m 이하)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공사가 해를 넘기는 점에서 분명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이라도 보도 공사를 진행해 빨리 완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있고, 동파나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될 공사를 하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시민도 있을 것입니다.
서울시는 겨울이 오기 전에 끝낼 수 있는 공사가 늦어지는지 철저히 점검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은 부실시공 방지와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원문: The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