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거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작가 특유의 문체와 그림체가 보이기 마련이다. 작가의 개성과 창의력을 녹여낸 작품은 하나의 취향을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좇게 만든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요리에는 단순히 정해진 레시피를 따르는 것 이외에 만드는 이의 철학과 개성이 담겼다. 오늘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한식을 전혀 새롭게 선보이는 모던 한식 다이닝 5곳을 소개한다.
뉴 코리안 파인 다이닝, ‘정식당’
모던 한식 파인 다이닝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장본인이라 평가받는 임정식 셰프의 이름을 딴 청담동의 ‘정식당’.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메뉴는 육회, 가리비와 같은 가벼운 애피타이저, 성게비빔밥, 버섯 국밥과 같은 라이스, 금태, 민어를 이용한 생선요리, 투뿔 안심, 오리를 이용한 육류 요리, 디저트로 구성되어 있다.
‘투뿔 안심’은 아스파라거스가 아닌 더덕을 가니쉬로 사용하여 한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정식당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돌하르방’은 단단한 돌 질감을 연상시키는 초코 크럼블과 진한 녹차 무스, 폭신한 흑임자 스펀지가 어우러져 제주도의 느낌을 물씬 자아낸다. 런치와 디너가 거의 동일한 메뉴로 구성되는 데 반해 가격에는 차이가 있어 런치로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영업시간: 매일 점심 12:00~15:00(라스트 오더 14:00), 저녁 17.30~22:00 (라스트 오더 21:00), 신정, 구정, 추석 당일 휴무
- 가격: 4코스 점심 60,000원, 저녁 100,000원 / 5코스 점심 80,000원, 저녁 120,000원
- 후기(식신 닥터조): 식전 감자조림, 소고기 튀김부터 좋더니 문어와 고추장 소스도 맛있었다. 성게를 선호하시면 성게알 비빔밥을 추천. 전복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전복요리가 이날의 베스트였다. 구절편도 깔끔. 항정살 쌈의 두부 된장 좋았고, 투뿔등심은 양은 적지만 고기는 상당히 좋았다. 옥돔 요리에 비늘같이 만들어 놓은 것 바삭바삭. 정식당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돌하르방은 비주얼부터 맛까지 완벽. 음식의 맛과 비주얼뿐 아니라 서버들의 태도 등 괜히 뉴욕지점이 빠른 시간에 미슐랭 2스타를 받은 게 아닌 듯. 전체적으로 훌륭했다.
자랑스러운 서울의 맛, ‘스와니예’
3개월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변경하는 스와니예의 메뉴. 이곳에서는 요리가 하나의 ‘에피소드’로서 존재한다. 요리를 통한 사람 사이의 소통을 추구하는 스와니예의 철학을 토대로 ‘요리’라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현재 선보이는 열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고(古)조리서’로 우리나라 고조리서의 음식을 현대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참고 책자에는 각 메뉴별 고조리서의 원문, 번역본 그리고 스와니예에서 이 음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고자 했는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특히 인상적인 메뉴는 ‘반죽으로 감싸 구운 돼지고기(또는 한우 안심)’로, 양념을 밀가루로 풀처럼 만들어 고기에 발라가며 굽는 방식을 이용해 양념이 잘 밴 고기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 영업시간: 매일 점심 12:00~15:00(라스트 오더 13:30), 저녁 18:00~22:30(라스트 오더 20:00),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이브 당일 휴무
- 가격: 점심 65,000원, 저녁 135,000원
- 후기(식신 만두주떼요): 언제 찾아가도 만족스러운. 그리고 이제는 편안한 곳이 되어버린 스와니예! 오랜만에 찾아도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스태프분들 그리고 맛있는 요리 덕분에 항상 만족감을 느끼고 돌아오네요♥ 집에서도 가깝고 저의 핫플레이스입니다~
서울의 진정한 미식, ‘밍글스’
‘서로 다른 것들을 조화롭게 어우른다’는 뜻의 밍글스(mingles).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부터 새로운 맛을 이끌어내는 강민구 셰프의 요리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름이다. 코스요리는 제철 재료로 준비한 한 입 요리 ‘시즈널리티(Seasonality)’를 시작으로 생선요리, 메인 디쉬, 디저트, 다과 및 차 순으로 구성되며 테이스팅 코스는 더 다양한 메뉴를 포함한다.
계절에 따라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지만 고정적으로 내어놓는 시그니처 디저트 ‘장 트리오’는 우리나라의 3가지 장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이다. 된장 크렘블레, 간장 피칸, 고추장 곡물,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스키 폼이 묘하게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단짠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질적인 재료들의 결합이지만 각자의 맛을 고수한 채 ‘따로, 또 어울리는’ 오묘하고 복잡한 맛을 선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 영업시간: 월-토 점심 12:00~15:00(라스트 오더 13:30), 월-금 저녁 18:00~22:30(라스트 오더 20:30), 토 저녁 18:00~22:00(라스트 오더 20:00), 일요일 휴무
- 가격: 점심 60,000원/85,000원, 저녁 145,000원
- 후기(식신 미식탐험가): 한식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발효음식인 장류를 과감하게 서구 음식에 적용했다. 그런데 그 맛이 특이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내며 미각의 풍미를 자극한다. 서울 사람이라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하는 집이다.
한식의 아름다운 향연, ‘권숙수’
권우중 셰프의 성과 전문 조리사를 뜻하는 옛말인 ‘숙수’를 결합해 이름 지은 한식 레스토랑 ‘권숙수’. 한국 최고의 고급 한식 레스토랑을 추구하는 권숙수에서는 권우중 셰프가 몇 년간 전국을 다니면서 축적한 식재료 네트워크를 통해 섬진강 참게, 동해안 도화새우, 봉화 은어, 하얀 민들레, 가평 들깨 기름 등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재료들로 요리를 선보인다.
육수 냉동고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냉동고가 없을 정도로 매일 산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또한 요리에 사용되는 모든 장은 물론 식초와 젓갈 하나까지 직접 담가 상에 오르기까지의 정성이 대단하다. 권숙수의 모든 코스 요리는 술과 작은 안주를 곁들인 주안상으로 시작되는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요리인 데다 식재료의 특성을 잘 느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 영업시간: 점심 12:00~15:00 (라스트 오더 13:30), 저녁 18:00~22:30 (라스트 오더 20:00), 일요일 및 명절 연휴 휴무
- 가격: 점심 66,000원, 저녁 135,000원
- 후기(식신 야매요리녀): 한국 음식의 재료와 서양식 재료의 적절한 조화.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 요리했기에 “완벽한 퓨전”이었음. 밥을 먹는 방식이나 분위기는 한국 문화를 녹여내니, 색다른 재미도 느껴짐.
품격 있는 한식의 멋, ‘DOSA by 백승욱’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싱가포르 등에서 활약 중인 아키라 백(백승욱) 셰프가 모국에서 한식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문을 연 ‘도사 by 백승욱’. 신선한 한국의 재철 재료에 아키라 백 셰프만의 창의적인 요리 세계를 접목시켜 ‘이노베이티브 퀴진’을 선보인다. 코스는 제공되는 요리의 가짓수에 따라 점심과 저녁 모두 A, B로 나누어져 있다.
메인 디쉬 중 ‘보쌈’이라는 이름의 이베리코는 엔다이브 김치와 숙성 쌈장을 곁들여 주는데 부드러운 이베리코와 엔다이브의 아삭한 식감이 대조적이면서도 잘 어울려 인기가 좋다. 특히 참나무의 훈연 향이 잘 배어있는 이베리코의 맛과 텍스처가 인상적. 디저트는 달콤한 바닐라 무스로 흰자를, 상큼한 망고로 노른자를 표현한 ‘감동란’이 인기로 대추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이 매력적이다.
- 영업시간: 점심 12:00~15:00(라스트 오더 13:00), 저녁 18:00~22:00(라스트 오더 20:30), 일요일 휴무
- 가격: 점심 50,000원/70,000원, 저녁 80,000원/130,000원
- 후기(식신 RIvER): 정말 여러가지 코리안 퀴진이 새로운 시도였던 것 같음. 미국식 베이스를 가지고 있어서 때로는 잘 조화되지 않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함.
원문: 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