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이었나? 블록체인으로 만든 첫 게임이 곧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은 ‘크립토 키티.’ 아. 이름도 귀엽고 이미지를 보아하니 뭔가 조잡하지만 포켓몬 카드처럼 모으는 재미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가입도 대충 해놨다가.. 오늘에서야 살펴보았다.
Players have spent the equivalent of $6.7 million and counting buying CryptoKitties, which can sell for as much as $114,481.59, according to third-party research from developer Niel de la Rouviere.
70억 원! (6.7 mil USD)
현재까지 이 게임 사용자들이 저 고양이들을 사기 위해 근 열흘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쓴 돈이다.
4만 1천 마리!
현재까지 이미 팔린 고양이 숫자다.
13.5%
전체 이더리움 네트워크 거래량의 근 14%를 차지하고 있다.
1억 2천만 원 (113,000 USD)
고양이 1번. 제니시스가 최근 거래된 가격이다.
* 참고로 이 자료는 2017년 12월 7일 자료이다.
* 출처: CNBC
위 내용을 작성하면서, 나도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해봤다. 아무리 봐도 경이로운 숫자다. 하기야 비트코인 최근 가격을 생각하면 그것도 미쳤다 싶지만, 이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고양이인데. 이제 겨우 생긴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도대체 크립토 키티는 무엇인가.
컨셉은 ‘포켓몬 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양이를 사고, 고양이들끼리 교배를 시켜서 새로운 새끼 냥이를 얻을 수 있다. 고양이들이 생김새도 다르고, 세대, 그리고 능력이 달라서 포켓몬 마냥 모으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으로 만든 최초의 게임이다. 일단 블록체인이니까, 그렇다.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고양이이며, 100% 당신이 소유할 수 있다. 복제될 수 없고 말이다. (여기까지는 일반 고양이와 다를 바가 없는데요..)
그리고 누가 가져갈 수 없고, 삭제되거나 파괴될 수 없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고양이가 아니라는 말씀!) 즉 블록체인의 속성을 이용해서 일종의 ‘게임’ 혹은 ‘소장품’ ‘카드 모으기’ 같은 형태로 만든 것이다. 우와! 정말 기발하지 않은가?
사실 아이디어와 컨셉만 살펴봤을 때 정말 귀엽고 참신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든다. 이더리움 기반의 dApp 중에 실제로 유저들에 의하여 활발하게 사용되는 케이스는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청사진, 비전을 제시하고 ‘개발 중’ ‘데모’ 만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크립토 키티는 별 것 아니지만 대중들이 (그러니까 이더를 보유한 일반인들) 한 번쯤 재미 삼아 참여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개념을 더욱 쉽고, 귀엽게 설명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고양이 가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웹사이트도 등장했다. 고양이들의 특색 (?)을 한눈에 보기 좋게 나열해준 웹사이트도 있다. 이쯤 되면 너무한데? 싶다. 이건 고양이 코인인 건가요……
해당 프로젝트를 디자인한 팀들도 아마 이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들은 그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이런 것도 가능하다~’ 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여기 유튜브에서 만드신 분들 영상을 보니 그냥 고양이를 좋아하는 선량한 덕후로 보인다. (아닌가??) 고양이가 투기판이 될 줄 아셨겠어?
어찌 되었든 이 고양이들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부하가 걸리면서 느려지는 일이 결국 일어나고…. (도대체 고양이가 뭐라고!) 고양이 거래가 너무 많아서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느려지고, 스마트 콘트랙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가스비 (gas)도 올라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gas는 무엇인가? 스마트 콘트랙을 실행하기 위해 내는 일종의 요금(?)이다. 트래픽이 많아지면서 거래를 실행하는데 들어가는 가스비도 비싸져 버린 것!! 덕분에 ‘이런 거래량도 못 받아치냐~’ ‘이더리움 네트워크 구리네~’ 등등의 구시렁구시렁 소리도 대거 늘어났다.
크립토 키티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디까지 도입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프로젝트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갈 곳 없이 고여있던 이더리움을 활발하게 개인 간 거래하는 dApp의 잠재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은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투기판으로 귀결된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매우 아쉽다. 이래서야,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대를 하겠는가. 온라인 고양이가 1억 원에 거래될 이유는 뭐인가 싶기도 하고…. 저 디지털 고양이가 연봉보다 비싸버리면 어쩌라는 건가 싶기도 하다.
단순히 투기로 끝나지 않는, 현실에서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멋진 dApp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원문: Lynn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