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더 컷에 실린 ‘How to Be a Tiny Bit Better at Buying Gifts’를 번역한 글입니다.
몇 년 전 친구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중 마침내 제 마음에 쏙 드는 고양이 반지를 찾았습니다. 고양이 귀가 붙어 있는 은반지였는데, 고양이를 사랑하는 제 친구에게 완벽한 선물이겠다 싶었죠.
제 친구는 선물을 보자마자 “진짜 귀엽다!”를 연발하며 좋아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걔가 단 한 번도 그 반지를 끼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 친구를 보면서 제 선물이 귀엽긴 해도 실용성은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친구가 고양이를 키우고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 귀가 달린 반지를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친구는 아예 반지를 끼지조차 않는 거예요.
결국, 선물을 주면서 제가 느낀 자기만족이 받는 사람인 제 친구가 느낀 만족감보다 훨씬 더 컸던 것이죠. 미국 심리과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심리과학 최신동향지(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는 이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괜찮은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이런저런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주는 사람의 기준은 받는 사람의 기준과 다를 수 있다.
선물 고르기에 실패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잘못된 선물은 단순히 돈 낭비일 뿐 아니라 자칫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습니다. <심리과학 최신동향지>의 연구자들은 “형편없는 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분을 잡치게 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유인즉슨, 형편없는 선물을 받은 사람은 주는 사람이 자신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런 선물을 골랐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물을 받고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 이기적이고 예의 없이 보일 게 뻔하므로 대부분 사람은 형편없는 선물이라도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척하며 받는 거죠. 그러니 안타깝게도 주는 사람은 자신이 엄한 선물을 골랐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심리과학 최신동향지>는 우리가 선물을 고를 때 공통적으로 따르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선물을 주는 사람의 편에서 이 기준을 보는 것과 받는 사람의 편에서 보는 데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물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선물이 매력적이고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하게 들릴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받는 사람이 선물 상자를 열었을 때 감탄할 만한 선물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받는 사람으로서는 다른 무엇보다 그 선물이 유용하면 충분히 ‘즐거움을 준다’는 조건을 만족합니다. 다시 말해 주는 사람은 무언가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 하지만, 받는 사람은 그저 잘 쓸 수 있는 선물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죠. 받는 사람이 선물을 열어본 순간 깜짝 놀라고 좋아한다고 해서, 그 선물이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물을 열어보고 난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조금 더 멀리 보세요.
선물에는 본래 후한 마음씨가 담기기 마련입니다. 주는 사람에게 후한 마음씨란 보통 매우 공들인 선물, 혹은 비싼 선물을 뜻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과한 생각과 과한 소비의 덫에 빠지기 쉽죠. 받는 사람에게 있어 선물의 가치는 주는 사람의 생각이나 선물의 가격에 꼭 비례하지 않습니다.
<심리과학 최신동향지>는 “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선물이 얼마나 비싼지는 받는 사람이 실제로 선물을 유용하게 쓰고 좋아할지를 예상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위해 정말 비싼 선물을 사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죠.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른바 ‘서프라이즈’ 요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여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정말 받고 싶다고 했던 것, 기억나죠?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 뻔한 선물을 하는 건 재미 없으니까, 여동생이 좋아할 것 같은 다른 선물을 고르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아주 어리석은 결정이죠.
<심리과학 최신동향지>에 소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받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싶다고 직접 언급한 선물을 선호하는데, 그 선물이 자신의 취향과 가장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더 좋은 선물을 고르고 싶다면, 선물 자체가 주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여러분이 받는 사람의 입장일 때 어떤 선물을 선호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선물 고르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입니다. 감동적이고, 재밌고, 사려 깊은 선물을 고르려 애쓰지 말고,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 보세요.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