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씩은 긴 URL 주소를 단축시키기 위해 단축 URL 서비스를 사용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어딘가에 공유를 해야 하는데 긴 문자열로 구성된 링크가 거슬리거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포스팅을 할 때에도 글자 수를 줄이고 심플한 형태로 보여지기 위해 많은 분들이 단축 URL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도 꽤 자주 단축 URL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단축 URL 서비스들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서비스 특성상 분명 기존의 URL을 대체하여 연결해주는 리다이렉트(Redirect)가 필요합니다. 해당 도메인을 거쳐 가는 서버 트래픽 비용부터 시작해서 한 번 생성된 단축 URL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도메인 유지비까지, 그 많은 비용을 감당하면서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단축 URL 서비스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살펴봤습니다.
단축 URL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단축 URL을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Bitly.com’입니다. 2008년에 서비스를 시작해 내년이면 어느 덧 10년이 된 서비스인데요. 매달 3억 개의 단축 URL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350억 개의 bitly.com 단축 URL이 생성되었습니다. 또한 매달 100억 번의 bitly 도메인 클릭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수치들 덕분에, 2017년 7월에는, 성장성과 비즈니스 잠재력을 인정받아 $63 Million, 한화로 630억이라는 거금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의 경우는 포털사들이 2011년 경쟁적으로 단축 URL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기존 PC에서 모바일로 신속하게 서비스 집중도가 옮겨가면서 모바일 시대에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링크 포맷을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나온 네이버의 단축 URL 포맷은 me2.do였고 다음은 durl.me였죠. 양사 모두 자사의 콘텐츠 공유 링크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링크를 단축시키는 Shortner 기능도 제공했습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양사 모두 사용자가 단축 URL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은 페이드 아웃시켰습니다.
단축 URL 서비스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URL, 그리고 링크라는 것에 해서 우선 본질적으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링크는 각 사이트의 고유한 주소입니다. 사이트마다 당연히 다른 주소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링크를 소유한 도메인 오너 역시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WWW(World Wide Web)’라는 넓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넓은 세상을 기준으로 한 ‘랭킹’은 지금까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클릭한 사이트는?’ 또는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가장 많이 접속해 있는 사이트는?’과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죠. http://www 이후부터는 링크 주소가 모두 달라지기에 기준점을 세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축 URL을 사용하는 순간 기준점이 세워지게 됩니다. Bitly.com에서 URL을 단축시키게 되면 http://bit.ly/~~ 주소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 말인즉슨 bit.ly 도메인의 서브 도메인으로 이 사이트가 등록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bit.ly 도메인을 가진 오너, 즉 bitly는 해당 사이트의 통계를 100%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단축 URL을 클릭하고 들어온 사용자의 데이터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웹 로그 분석 서비스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와 같은 통계자료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죠.
Bitly를 이용해 현재까지 만들어진 단축 URL은 무려 350억 개에 달합니다. 이 말인 즉, 350억 개 링크에 대한 로그 데이터가 Bitly에 쌓이고 있다는 것이죠. 단축 URL 서비스들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편리하게 URL을 줄이고 널리 사용하게큼 하는 목적은 여기에 있습니다. 해당 링크에 대한 로그 데이터, 사용자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단축 URL 서비스들이 현재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전 세계에 있는 웹 로그 데이터를 모으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투자자들의 투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용 링크 상품을 만들다
goo.gl 링크를 보면 이 링크는 구글 서비스와 관련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naver.me 링크를 보면, 이 링크는 네이버 서비스와 관련이 있구나, 라는 생각 역시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링크 주소 자체가 특정 서비스를 가르키는 직접적인 단어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지만 ‘경험상’ 체득된 학습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저 링크에 들어가봤더니 구글 또는 네이버 서비스로 연결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링크를 눌렀을 때 ‘어떤 모습’이 등장할지 미리 그려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bitly는 이 점을 이용해 기업용 브랜드 링크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링크만 보고도 어떤 브랜드와 관련된 링크인지를 알 수 있게 하고 해당 도메인으로 들어오는 통계 자료를 리포트 형식으로 보여주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는 버라이즌(Verizon)이라는 통신사가 있는데요. 이 통신사의 단축 URL을 ‘vz.to’로 세팅하고 서브 페이지들을 vz.to로 묶는 것입니다.
Verizon 통신사 주소 → vz.to
-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페이지 → vz.to/premiumCH
- 회원 리워드 프로그램 → vz.to/VZReward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우선 버라이즌 통신사 홈페이지를 찾을 때 vz.to만 입력해서 들어가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링크만 보고도 이 링크는 어느 브랜드이고, 이 페이지로 가면 무엇이 있는지 예측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직관적인 링크 주소 탓에 기억해뒀다가 추후 직접 입력해서 다이렉트로 들어갈 수 있기도 합니다.
최대의 장점은 통계입니다. bitly에 따르면 기업이 보통 보유하고 있는 마케팅 채널은 8개라고 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등이죠. 다만 마케팅 채널들이 모두 다른 회사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이 8개 채널을 묶어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툴이 없었는데요, bitly는 역으로 ‘하나의 링크’를 기준으로 8개 채널을 묶어서 통계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회사는 하나의 링크로 8개의 마케팅 채널에 링크를 소개하면 어떤 마케팅 채널에서 우리 웹사이트로 전환이 됐는지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악성링크와의 전쟁
단축 URL과 악성링크 이슈는 항상 함께 해왔습니다. 단축 URL은 축약된 버전의 URL이다 보니 링크에 대한 정보가 사실상 거의 없었는데요, SMS나 SNS를 통해 보내진 단축 URL을 누른 뒤 악성코드에 감염되거나 음란물 사이트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여러 정부 당국에서 ‘단축 URL을 함부로 누르지 말라’라는 공식 가이드를 낼 정도로 단축 URL과 악성 링크는 악연이었습니다.
이에 단축 URL 사업자들은 큰 위기를 겪게 되었고, 현재 사용자가 특정 링크를 임의로 단축시키는 Shortner 기능을 여러 회사(네이버, 다음)들이 제외시킨 것도 이 이슈와 관련이 깊습니다. 악성 링크를 me2.do로 줄인 뒤 공유가 되면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고, 네이버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Bitly는 그래서 악성 링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악성 링크를 자동으로 걸러주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악성 링크를 bitly에서 단축시키고자 할 때 미리 bitly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본 뒤 악성링크 또는 악성코드가 있는지 살펴보는 거죠. 이후 이상한 징후가 보여지는 웹사이트의 경우는 단축 URL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동화 시스템입니다. 또한 이미 만들어진 단축 URL의 경우도 봇이 자동으로 웹사이트들을 둘러보면서 악성 링크를 걸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과는?
단축 URL 서비스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아직 뚜렷하게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자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글로벌 1위 단축 URL 서비스인 bitly 정도가 2015년에 흑자로 전환했고, 매년 40~50% 정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구체적인 매출 규모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bitly의 CEO Mark Josepson은 2013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는데요.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비즈니스에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실제적이고 종합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
단축 URL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뾰족한 BM(Business Model)이 보이지 않았던 탓입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가지게 된 그들은 ‘단축 URL=bitly’라는 공통적 인식을 만들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용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1,000명 이상의 유료 회원을 유치했죠. bitly에 따르면 Fortune 500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미국 최대기업 500개) 중 절반 이상이 bitly에서 유료 상품을 이용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연간 평균 1,20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요, 이 사용료가 bitly의 주 수익원입니다.
또한 2017년에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해서 여러 곳에 해외 지사를 설립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영문 링크로만 단축 URL을 제공하지만 범위를 넓혀 여러 언어로 단축 URL을 만들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어권 국가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을 겨냥해 새로운 유료회원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마치며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단축 URL 서비스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이들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업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된 뒤 더 깊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bitly는 ‘The power of the link’를 회사 슬로건으로 사용할 정도로 링크가 가지는 ‘의미’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링크는, 웹상에서 사업자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기에 그 지점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클릭 되고 사이트는 어딜까?’와 같은 궁금증도 단축 URL 서비스가 어쩌면 해결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디지털 라이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 단축 URL 서비스들이 멋진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어 수익화에도 좋은 성과가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