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랜만에 스타필드 하남에 놀러 갔습니다. 오픈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몇 번 가고 사람이 많아서 안 갔었는데 그사이에 많이 바뀐 풍경이 있었습니다. 스타필드 내에 반려견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저에게는 반려견과 함께 쇼핑을 한다는 게 생소한데, 아예 산책 겸 스타필드로 반려견과 함께 나온 걸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기사를 찾아보니 스타필드는 처음 오픈할 때부터 반려견 입장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지난 9월 기준, 주말이면 하루에 반려견 500마리 정도가 스타필드에 방문했다고 하네요. 반려견 입장을 허용한 이유는 펫+패밀리족 일명 ‘펫팸족’의 지갑을 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용진 부회장님이 애견 성향도 한몫했겠죠.
비단 스타필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부 회사들도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데리고 오는 날을 만들거나 아예 사무실에서 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많은 거 같습니다. 개인 사업장에도 반려동물 찾는 것은 쉽습니다. 제가 본 것만 해도 카페나 네일숍, 속눈썹 연장 샵 등에 반려동물이 있었습니다.
소중한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거나, 혼자 집에 두면 안 좋으니 데리고 나오는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게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성숙한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일반 소비자 1인으로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반려동물이 공공장소에 함께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위생 문제, 둘째는 안전 문제. 어쩌면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1. 공공장소에 반려동물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생 문제
저는 아토피와 비염 때문에 평생 털 있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못 키울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냄새’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자기한테서 얼마나 담배 냄새가 많이 나는지 객관적으로 맡기 어렵듯이, 반려동물의 냄새 또한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무리 청결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특유의 냄새가 완전히 지워지기는 힘듭니다. 사람 역시 체취가 나는 것처럼요.
사실 이 냄새는 반려동물의 침이나 대소변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죠? 바로바로 치워주시는 주인분들도 많지만 특히 침 같은 경우에는 반려동물이 여기저기에 묻혔다 해도 잘 보이지 않아서 놓치기 쉬운 분비물 중 하나입니다.
반려견이 있는 네일숍에 갔을 때 강아지가 테이블 위로 올라와서 네일 기구를 핥는데 주인 사장님이 못 보셔서 그냥 두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강아지가 이갈이를 할 때라 이빨이 너무 간지러워서 이곳저곳 물어뜯는데도 입 닿은 부분을 바로 닦거나 조치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이런 것이 위생상태를 나쁘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침이나 대소변에서 나는 냄새뿐만 아니라 털도 있습니다. 스타필드에서는 반려견을 사람들이 앉는 쇼파 위에 앉히지 말라는 경고문을 봤습니다. 쇼파에 반려동물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재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 몸에 직접 닿거나 음식을 파는 사업장이라면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더더욱 철저하게 위생 관리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어떻게 위생관리를 하고 있는지 명시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겠죠.
스타필드에도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구역, 아닌 구역을 나눠두거나 배변 봉투를 비치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기 쉽게 안내해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2. 공공장소에 반려동물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다음으로는 안전 문제입니다. 얼마 전 최시원 – 불독 사고가 있었죠? 이 개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물었다고 하고, 사냥개 종은 위험할 수 있지만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반려동물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언제 그가 감추었던 본능을 드러낼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외출 준비를 하는 사이 7년 키운 개가 한 살배기 아기를 물어서 사망한 사고도 있었잖아요.
물론 평소에 철저하게 훈련을 시키고 공간 분리를 잘 해놓는 등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겠지만, 1%라도 위험한 건 위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형욱 개통령 선생님도 ‘반려견을 믿지만 아이와 단둘이 두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하셨다죠.
스타필드에서 가장 위험해 보였던 게 강아지들이 돌아다니는 것과 동시에 아기들도 그 주변에서 걸어 다니는 거였어요. 아기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금방 손을 뻗거나 만지려고 하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더라고요.
물론 강아지들은 목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가들이랑 강아지들의 눈높이가 같으니… 참 위험해 보였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손님 각자가 ‘알아서 조심하는’ 분위기였고요.
개인 사업장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건 오는 것은 점주의 마음이겠지만, 사전에 손님에게 고지나 안내를 해줄 필요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저희 가게에 강아지가 있는데 괜찮으세요?”라는 식으로요. 손님이 알레르기가 있거나 비염, 아토피가 있으면 방문을 할지, 말지에 대해 선택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애써 왔는데 헛걸음하기 보다는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저는 아토피와 비염 문제로 털 있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가까이 지낼 일도 별로 없고요. 따라서 저의 경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와는 별개로 반려동물이 우리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생명체라는 것에는 완전히 동의합니다. 반려동물은 연약하고 함부로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존재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이 넘은 이 시점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봤을 때 4~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니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는 사람, 키웠던 사람, 키울 예정인 사람, 키우고 싶지 않은 사람 모두와도 함께 잘 살기 위해 배려하고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나 긍정적인 사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금 당장 대단한 변화가 있을 순 없겠지만 이런 논의가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물과 사람이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다양하게 토론하고 하루라도 빨리 필요한 법규/사항을 준비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원문: 지영킹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