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침팬지 집단에서 심각한 호흡기 감염을 일으켜 여러 마리의 침팬지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의 질병이 인간에 전파되어 문제가 된 경우는 많았지만, 인간에서 침팬치에게로 질병이 전염된 것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침팬지의 개체수가 적고 사는 장소가 한정된 탓이지만, 역시 인수 공통 감염은 어느 방향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사례로 생각됩니다.
이 사건은 우간다에 있는 키발리 국립 공원 (Kibale National Park)에서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보호하고 있는 침팬지들이 2013년부터 알 수 없는 심각한 호흡기 감염으로 죽었는데, 베티라는 이름의 2살 짜리 어린 침팬지의 몸에서 라이노바이러스 C (rhinovirus C)가 원인균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라이노바이러스는 이름처럼 사람에서 콧물을 동반한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C는 A/B형보다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킵니다. 특히 라이노바이러스 C는 소아에게 더 심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베티를 죽게 한 라이노바이러스 C는 아마도 사람에서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종간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 새로운 종에 들어온 바이러스나 세균은 잘 정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면역 시스템이 충분히 방어하지 못하는 틈을 찾아 매우 심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원숭이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HIV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감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얼마 남지 않은 침팬지 개체 수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다시 재감염 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수 공통 감염에 있어 사람에서 동물로 넘어간 후 다시 변형되어 사람으로 넘어올 수 있으며 이런 상호 작용이 새로운 감염병의 생성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처럼 밀집해서 생활하는 경우 보통은 심각한 전염병이 돌아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백신의 개발과, 위생 수준의 개선, 그리고 방역과 현대 의학의 도움 덕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 유행에서 보듯이 감염성 질환 유행의 가능성이 0%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경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