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음악 듣기 무료 이용권’ 행사를 한다. 스트리밍을 1개월 동안 무료로 이용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 정기구독을 하여 월마다 5,000~6,000원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음악 사이트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크게는 아니지만 공지를 해 놓고 있으며, 사람들은 “어차피 음악을 1달 동안 들어야 하는데 마침 잘 됐다!”하면서 이벤트에 참여한다.
여러분도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이 전략은 지극히 전통적이지만 굉장히 탁월한 ‘현상유지편향’에서 오는 넛지를 활용한 전략이다. 물론 단순히 체험만 한다고 해서 고객이 구매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들은 교묘한 넛지들을 이용하여 이벤트 참여자들이 실질적인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도했다.
오늘은 ‘스트리밍 1개월 무료이용권’ 에 숨겨진 진짜 상술들을 파헤칠 예정이다.
뜨거운 음악 스트리밍 시장
스트리밍이란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전송하여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일이다. 다운로드보다 기기의 용량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이용자에겐 과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항목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자신이 ‘가성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1개월에 1,000곡을 듣는데, 음악 스트리밍 이용권의 가격이 대략 7,000원(1개월)이라고 할 때, 한 곡의 다운로드 가격은 700원인데 스트리밍을 통해 들으면 1곡당 7원을 낸다고 생각하여 가성비가 매우 높다고 인식한다. 물론 실제로는 7원에 데이터요금, 그리고 휴대폰을 작동시키기 위한 전기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봤을 땐 사실상 1곡당 2~300원 정도로 가격이 뛴다.
따라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경쟁이 치열하다. 신문이 유행했을 때, 구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얻으려는 신문사들의 경쟁과 비슷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왜냐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개 1개만 신청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졌다. 한국에는 멜론, 지니뮤직, 네이버뮤직 등이 플랫폼을 구축하여 경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 테슬라, 소니 등이 스마트폰 및 컴퓨터와의 빠른 연동을 추구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 다양한 이벤트가 등장한다. 이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고객 끌어들이기: 처음 쓰는 사람들, 바꾸려는 사람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떤 고객을 선택해야 훨씬 확실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언급할 수 있을까?
처음에 그들은 연령대를 통해 접근했다. 10대에서 30대 사이는 음악을 많이 듣고 그 이상 세대는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다는 이분법적인 접근을 했지만, 그 전략은 대실패였다. 그 이유는 대상 중에서 음악 서비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패 후, 두 번째 시도에서는 나이 대신 음악 재생 빈도를 통해 재생 빈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첫 번째 전략보다 더 큰 실패를 안겨 준다. 그 전략으로 집중하게 되면 혜택을 얻는 사람들은 매니아층이지, 일반 대중이 아니다. 매니아층에게는 둘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초라한 대우를 해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더 거친 뒤 그들은 최소 두 가지의 고객층을 정의하게 된다.
하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새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음악을 유튜브로 듣거나 무료로 듣는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에 대해 그리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냥 원래 쓰던 거 쓰지”하면서 유튜브로 계속 음악을 듣거나 심지어는 불법다운로드까지 하면서 서비스의 이용을 거부하는 이들. 그들을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만들어야했다.
두 번째는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가격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지 다 알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의 업로드가 다른 곳에 비해 늦는다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다거나, 플랫폼 자체의 업데이트가 없을 때에는 그들은 다른 대체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하지만 가격이 전부 비슷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기존 서비스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기업은 이 두 가지 고객층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략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래야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1개월 무료체험’이라는 기가 막힌 전략을 내놓게 된다.
첫 달 무료체험의 이유: 원래 쓰던 것을 쓰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매우 보수적이다. 즉 혁신이라는 과정을 외치지만 막상 생활 속 패턴을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힘들다. 기업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등을 돌리겠다는 메세지와 같았다. 이쪽 시장은 경쟁도 치열했고 찰나의 실수는 회사를 나락으로 몰아넣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종의 ‘희생’ 이 필요했다.
기업들이 펼친 전략은 우리가 생각보다 게으르다는 습성을 이용해 ‘구매 시 1개월 동안’ 고객들에게 과금을 하는 권리를 포기해 버렸다. 얼핏 보면 이것은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매우 교묘하고 철저한 넛지고 상술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것은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제품에 대해 만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다. 본질은 사람들이 이벤트 참여에 동의했을 때 사람들이 세부 사항에 대해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정기이용권을 구매했어. 하지만 다음 달이 되면 스트리밍 사이트는 제값의 돈을 인출해 갈 거야.”
이런 사실을 매일매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래서 구매하는 순간의 부담감만 지우고 나면 이후의 소비를 유지하는 데에는 사람들이 큰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사람들은 또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어차피 살 거면 한 달 싸게 사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고객들은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여기가 싸고 서비스도 좋겠지?”
그렇게 고객들은 1개월 무료이용권을 덥석 물어버린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이 이용권 구매가 정기이용권 구매, 즉 월마다 과금이 나가는 시스템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그들이 정기이용권만을 할인하는 이유는 인간이 원래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현상유지편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의 행동을 언젠가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정말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자신이 현재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를 굳이 바꾸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료이용권이라는 넛지는 1개월을 포기하고 실질적으로는 1년에서 2년짜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무료이용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면, 아래 하단을 잘 읽어보아라. 그리고 ‘무료’라는 말을 듣고 결제 버튼을 누르지 말아라.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굳이 필요 없다면 사지 않는 것이 답이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