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투자했지만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양압기’를 구매한 겁니다. 양압기가 뭔지 생소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코골이 심한 사람들의 호흡을 도와주는 ‘인공호흡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현무 씨가 출연한 방송 ‘나 혼자 산다’에 나와서 많이 알려졌죠.
양압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작년에 친구랑 기도원에 갔을 때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그 전에도 교회나 회사에서 MT를 가면 후배나 동료가 저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불평했어요. 코골이가 심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혼자 사는 데다 제가 큰 불편을 못 느꼈기 때문에 그냥 지냈죠. 한 가지 불편한 게 있었다면 매번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게 불편하긴 했습니다.
여하튼 친구랑 기도원가서 오랜만에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산에 가서 부르짖으며 기도도 하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기도원 측에서 알려준 남자 숙소에서 잠을 잤습니다. 근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랑 같이 잠을 잤던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전부 사라지고 저만 숙소에서 잠을 깼습니다. 뭔가 느낌이 싸해서 밖을 나가 봤는데 마침 친구가 들어오더군요.
그 친구 왈, 어제 저 때문에 사람들이 전부 잠을 못 자서 교회 본당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잤다고… 본당에 가봤더니 정말 사람들이 새우처럼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더군요. 본당은 매우 추워 보이던데… 제가 큰 민폐를 끼친 겁니다. 친구도 진지하게 코골이가 너무 심하니 병원이라도 꼭 가보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때부터 ‘코골이’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저같이 심한 코골이는 수면 무호흡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면 무호흡증의 부작용은 몸 안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당연히 피로가 안 풀리고 심근경색, 고혈압,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자고 나서 충분히 숙면을 못 취했다는 느낌은 사실 대학 때 이후 줄곧 달고 살았던 터라 정말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스로 얼마나 심한 코골이인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접 측정하고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스마트폰 앱 중에 ‘스노어 클락(Snore Clock)’ 이라는 앱이 있었습니다. 코골이가 발생하면 녹음하고 그래프로도 소리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앱으로 유사한 앱도 여러 개 있습니다. 앱을 설치하고 측정해봤습니다. 아래는 그 결과인데요.
잠을 자는 시간의 78%를 코를 곤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소리가 얼마나 크냐면 최대 데시벨이 89까지 나오더군요.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가 80~90데시벨입니다. 기도원 숙소에서 저랑 같이 잤던 분들은 지하철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역사에서 자는 기분이었겠죠… 나 같으면 때렸을 텐데 착한 분들…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도 봤습니다. 코골이 심한 친구가 수술했는데도 2년이 못 가 예전 같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수술적 치료’는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더군요. 하나는 호흡보조기인 양압기를 사용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마우스피스같이 생긴 구강 내 삽입 장치를 이용해서 코골이를 교정하는 방법입니다.
둘 다 근본적인 치료는 안 되지만 사실 코골이의 근본적 치료란 다이어트밖에 없습니다.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다시 넓히려면 지방을 줄이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데 아무리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도 내부 지방까지 완전히 줄인다는 건 쉬운 것이 아니죠.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더라도 실제적인 코골이 방지 방법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두 방법 다 100만 원이 넘어갑니다. 저는 결국 양압기를 선택했는데요. 구강 내 삽입장치는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서 기도를 넓히는데 적응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도 하고,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는 데다 비용은 비슷하게 비쌌기 때문에 더 효과가 확실하다는 양압기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장기대여지만 대여 기간이 끝나면 제 소유가 되니 그냥 장기할부라 생각하고 신청했죠.
처음엔 치렁치렁한 걸 세팅하고 코에다 인공호흡기 같은 걸 하고 잔다는 게 영 어색했지만, 그냥 참고 한번 자봤습니다. 그리고 전처럼 스노어 클락 앱으로 측정해봤습니다.
명확한 차이가 보이시죠?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수면의 질이 달랐고요. 자고 나서 정말 하나도 안 피곤하고 잘 잤다는 생각이 든 게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자는 중에 꼭 두세 번은 깨서 화장실을 가곤 했는데 놀랍게도 양압기를 하고 난 뒤에는 한 번도 깨지 않았습니다. 보통 새벽에 두세 번 이상 잠에 깨서 화장실 가는 것을 전립선이 약해진 야뇨증 질환으로 보는데 전립선 문제가 아니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소변이 자꾸 마려웠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연구 결과가 있더군요. 2011년 3월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 연구팀은 밤중에 요의를 느껴 잠에서 깨어나는 게 전립선 비대증이 아닌 패쇄성 수면 무호흡(OSA) 증상 탓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2009년 미국 수면건강 연구소의 에드워드 로메로 박사가 발표한 ‘코골이 환자의 84.8%가 야뇨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발표죠.
양압기 덕분에 잠도 제대로 잤을 뿐 아니라, 한 번도 안 깨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스노어 클락 외에 ‘슬립 사이클(Sleep Cycle)’이라는 앱도 사용합니다. 마침 생각이 나서 양압기를 하지 않고 잤을 때와 양압기를 하고 잤을 때의 숙면 상태 측정 그래프를 비교해봤습니다. 더욱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더군요.
이제 일주일에 최소 4-5일은 양압기를 하고 잡니다.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안 하고 잘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예외 없이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피곤하고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좀 거추장스럽고 세팅하는 게 귀찮더라도 한 번도 안 깨고 충분히 숙면을 취한 후 아침의 새소리와 함께 잠을 깬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에 좋은지 이제는 뼈저리게 느끼니까요.
코골이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건강에도 안 좋고 주변 가족에게도 극심한 민폐를 끼치니 심각하게 대책을 세우고 한번 양압기나 구강 내 삽입장치 같은 걸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요? 잠을 제대로 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고 좋은 거였구나 뒤늦게 깨닫고 주변의 후배나 지인을 만나면 코골이 심한지 꼭 물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제 양압기 전도사가 돼서 ‘복음’을 전하고 있네요. 저 때문에 양압기 구매한 분이 벌써 대여섯이네요. 물론 저는 양압기 업체에게 1원 한 푼 안 받습니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고 혹사당하는 이 사회에서 잠이라도 제대로 자야 하지 않을까요?
코골이가 얼마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만 찾아보면 자료가 많이 나오니 찾아보시고 꼭 고려해 보세요. 구강 내 삽입장치로는 ‘바이오 가드’나 ‘코어덴트’라는 회사 제품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특히 ‘코어덴트’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게 나왔더군요. 보통 100만 원은 훌쩍 넘는데 이 제품은 25만 원 선으로 낮췄네요.
제가 쓰는 양압기는 레스메드(ResMed)입니다. 양압기는 120~250만 원 정도의 고가 제품이니 직구 구매하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거든요. 그래도 비싸긴 하지만 아깝지 않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희소식이 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양압기 대여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대여료의 80-90%를 지원해줄 예정이랍니다. 대박이네요. 월 1만 원 안팎으로 양압기를 대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앞으로도 종종 제가 체험한 좋은 제품이나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겠습니다. 이런 글을 쓸 때 특성상 구체적인 제품이 등장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순수하게 체험한 이야기로만, 제품을 만든 업체와는 전혀 상업적 거래 없이 올릴 겁니다. 좋은 제품은 널리 알려야죠. 다들 숙면 취하시고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셨듯 잘 먹고 잘 자는 게 건강의 기본입니다.
원문: 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