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인세 인상, 미국의 법인세 인하를 가지고 말들이 참 많다.
한국의 경우, 이번 법인세 인상으로 증액되는 세수의 규모는 매년 2조 3천억 원이며, 우리나라 GDP의 약 0.1%이다. ‘1조 원’이 큰돈 같아도, 실제로는 내년이면 1,8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GDP의 0.0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법인세 인상으로 더 내야 하는 법인세는 약 4,250억 원으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50조 원의 0.9% 정도이다.
이 정도의 금액으로 한국의 경기 흐름이나 삼성전자의 향후 경영 계획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세에 지장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일단 GDP 대비 법인세의 비중이 1.6%로 이미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3.2%) 그동안 세율만 높을 뿐 미국 기업들은 각종 ‘조세 회피’를 통해 실제 세금 납부를 줄여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법인세율이 내렸다고 해서 여기서 실제 세수(=실효 세율)가 더 낮아질 여지가 얼마나 있겠는가?
더구나, 미국은 이미 완전고용 상태이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경기 순환상 재정 확대 정책을 쓸 이유가 없다. 연준은 지금 금리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감세가 성장률 제고보다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감세가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를 늘리면서 ‘구축 효과’로 인해 민간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 역시 생각해 봐야 한다. 공화당 의원들이야 물론 경제 성장세 제고로 세수가 늘어서 재정 적자가 확대되지 않을 거라고 강변하고 있지만(그 유명한 래퍼 커브!), 이코노미스트들 중 이런 주장을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미국의 경우 Societe Generale의 House View다)
결국, 정치의 색안경을 벗고 본다면 한미 양국의 법인세율 변화가 경제 펀더멘털에 주는 실제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국만 보면 그냥 무시해도 될 수준.
사실 한국의 경우 이번 세제 개편에서 확정된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이 좀 더 광범위한 증세, 특히 엄청난 저항이 예상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전반적인 인상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내지 ‘사전 정지 작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르는 복지 재정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증세 아니면 적자재정(국가부채 증가) 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신문들은 둘 다 싫어한다.
그러면 무슨 길이 있는가? 화끈한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흠 없는 정답이다. 모두가 이렇게 말한다. 실천이 말처럼 쉽지 않아서 그렇지.
원문: 오석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