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는 이직을, 취준생들에게는 취업을 위한 올바른(?) 길을 코칭하다 보면 너무나 뻔한 ‘벽’에 부딪히기 쉽다. 바로 희망하는 커리어의 공통된 모습이다. 기왕이면 시작은 큰 기업에서, 그중에 주목받고 미래가 보장되는 일이기를 바란다. 문제는 모두가 그런 상황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 자리는 매우 한정적이고, 내 능력은 더욱 협소하고 작게만 느껴진다.
더 큰 문제는 그에 합당한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적합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마냥 바라고 있거나, 안 하고 있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설사 노력을 한다고 해도 당장 그 자리에 가기 위한 테크닉과 스킬 또는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커리어를 위한 전부라고 생각한다.
커리어에 대한 착각과 편견
① 현재 속한 조직이 내 실력이다
많은 직장인이 좋은 커리어를 갖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좋은 커리어’가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들이 익히 아는 직장을 다니면 소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회사에 다니고 있으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하건, 얼마의 연봉을 받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든 간에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 간판이 나를 대변해주는 시대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래왔다. 판검사들만 전관예우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면, 적어도 그 하청업체 또는 관련 업체 등에 유사한 직책으로 가곤 했다. 그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자리도 점차 누군가가 쥐고 놓지 않게 되었고, 몇몇의 영향력이 센 이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갔다.
그러나 점차 그러한 룰이 깨져가고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이 나의 실력을 대변해주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철저히 실력에 의해 평가받고, 실력에 걸맞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어떤 자리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② 내가 거쳐 간 조직과 직무가 내 커리어이다
간혹 남들이 알만한 조직에서만 근무하는 사람을 마주친다. 그리고 그에게는 어떤 기대를 갖게 된다. 저런 곳에서 일했으니,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겠지 하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①과 맥락을 같이한다. 마치 사회적 기준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면, 남들에 비해 무언가 큰일을 하거나 대단한 일을 할 것 같은 착각과 같은 것이다.
이름있는 조직을 나왔고, 그곳에서 괜찮은 퍼포먼스를 내왔다고 해도 옮겨갈 곳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만드리라는 것에는 누구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불확실성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새로운 곳에서 어떤 문제에 봉착했고, 얼마나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는가에 맞추어 커리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하는 커리어 평가가 과거의 공적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기대라고 하면 실망하기 쉽다.
③ 커리어의 중요 요소는 ‘안정과 안전’이다
이직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옮겨갈 직장의 (경제적) 안정성이다. ⑴ 최소한 망하지 않을지 또는 ⑵ 어느 정도의 성장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망하는 회사에 가려고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꼭 봐야 하는 기준 중에 하나이다. 그와 함께 보는 것이 ‘내 자리의 안전성’이다. 만약, 조직의 비즈니스 방향의 변화에 따라 내 자리 또한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함께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채용하는 당사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정과 안전의 커리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만약 누군가를 채용해야 하고, 그 일이 매우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면 A(상당히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성장한 사람)와 B(탄탄대로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길을 걸어온 사람) 중에 우리는 어떤 사람을 고를 수 있을까?! 어떤 류의 일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모험도 해본 사람이 잘할 수 있다면 당연히 A유형의 사람이 될 것이다.
④ 커리어는 혼자 만드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맞는 말이다. 다만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무조건 그렇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회사 일은 절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가에 따라서, 혹은 나의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깊이와 경계가 결정되게 된다. 직장 또는 그곳에서 하게 될 일을 운명적으로 맞이하거나, 선택하는 것도 있지만 적어도 주도권을 내가 쥐고, 구체적인 부분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나와 함께 일하게 되는 동료 선후배 임원진들과 커리어를 함께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나도 그들도 상호작용을 통해 원하는 성과물을 만들고, 이를 나의 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커리어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조직과 동료들을 통해 성장과 지속가능한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다. 결코 혼자서는 오래, 멀리 가기가 힘들다. 지금 주변에 있는 이들과 얼마나 함께할 수 있는가 고민이 필요하다.
커리어의 진짜 정의
앞서 이야기한 네 가지의 단면은 커리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다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향적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자신의 경험에 의해 판단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고, 세대를 거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과거의 커리어는 앞서 이야기한 편견과 착각만으로 충분했다. 오래도록 직장생활이 가능했고, 정년 퇴임이 보장되었고, 그들을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은 달라졌다. 그들이 그만큼의 실력을 지녔는가에 대해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오랜 근속연수는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실력으로 이를 버텨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극히 일부만이 부러움과 존경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이들이 진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겉보다는 속을 더 깊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가진 적성과 재능의 합, 이를 통해 만들어내거나, 앞으로도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까지 함께 염두에 둔 어떤 ‘가치’ 말이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누군가를 평가할 때 ‘실적’ 중심의 평가를 했으며, 얼마나 조직(윗사람)에 충성을 다했는가가 중요한 척도였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분명 세상은 변하고 있고, 점차 실적 중심에서 실력 중심으로, 조직 또는 직무마다 이루고자 하는 ‘성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조직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특정 태도와 기술의 Quality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또 다른 면이 필요하다. 오래 버티기보다는 즐기는 모습을 기대하고, 언제나 이전보다 높은 성장 가능성을 꾸준하게 증명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단순 버티기는 이제 답이 아니다. 나의 존재감을 죽지 않도록, 시대가 변하고,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내세우고자 하는 아이덴티티가 변할수록 그에 걸맞는 나만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 즉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고, 조직 속 개인에게 기대하는 바도 매우 변화하고 있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부품 같은 존재에서 어디든 잘 맞출 수 있고, 그중에 무언가 특별한 구석을 가지고 있도록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로 하는 커리어의 기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원문: Eden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