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를 봤다는 목격자나 발자국을 봤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수수께끼의 생물 가운데 하나가 예티 (Yeti)입니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목격되었다는 예티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거대한 설인의 모습인데, 현실적으로 이 정도 크기의 생물이 지금까지 숨어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전설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예티의 뼈나 털, 배설물 등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버팔로 대학의 샬럿 린드비스트(Charlotte Lindqvist)는 예티의 것이라고 주장되는 9개의 샘플을 모아 DNA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예티의 샘플 가운데 한 개는 개의 것이고 나머지는 곰에서 유래한 것이었습니다. 사진의 뼈는 티벳 갈색곰의 것이고 피부는 아시아 흑색곰의 것이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가장 타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추운 고산지대에서 사는 덩치 큰 생물로 사람처럼 두 발로 설 수 있다면 곰일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곰에서 예티의 전설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아는 여러 가지 상상 속의 동물 역시 대부분 기존에 있던 생물을 모티브로 신화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양의 용의 경우 대형 뱀을 신성시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고 서양의 용 역시 뱀과 도마뱀, 악어 등이 혼합되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상 속의 동물 이외에도 실제로 있는 동식물 역시 민속 설화나 신화에 자주 의인화되어 등장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련 없이 이런 설화와 신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예티 역시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지만, 만에 하나라도 실제로 존재했던 희귀 멸종 동물일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시 가장 가능성 높은 가설이 옳았긴 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