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수학 과학을 좋아한다. 하지만 암기과목은 정말 못한다. 특히 단어를 줄줄 외워야 했던 영어는 필자의 정말 취약 과목이었다.
친구 중 필자가 미국을 갈 것으로 생각한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병역특례를 개발자로 일한 덕에 자연스럽게 필자의 커리어는 졸업 후에도 개발자로 가게 되었다. 어느 날 한국 IT에 싫증을 느끼고 미국행을 결심하였고, 이 모험을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준비하고 실천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순간 정말로 미국기업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자가 되어 있었다.
키포인트
- 좁은 땅에서 경쟁하지 말고, 미국이 아니어도 좋으니 외국으로 나와라. 이것이 본인을 위해 좋은 일이다.
- 미국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기회는 많다. 준비하고 찾아라. 미국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1-B만 있는 것은 아니다. J-1, L-1등의 다양한 비자가 있다.
미국 취업까지 어떤 준비를 했나?
영어 준비 팁
필자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영어 준비였다. 대학생 때 삼육어학원을 1년 정도 다닌 적이 있다. 종교적 문제가 없다면, 삼육어학원이 듣기와 말하기 교육에서는 탁월하다. 영어에는 반복 학습이 필요하고 문장이 혀에 익어야 자신도 모르게 그 문장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IT 관련 회사를 다니며 동시에 학원 시간에 맞추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 방법은 전화 영어다. 필자는 미국으로 가기로 다짐한 이후 제일 먼저 전화 영어를 시작하였는데, 내 경험상 전화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터뷰도 전화로 봐야 하고 미국에서도 전화로 해결하는 일이 많다. 특히나 사람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과 영화영어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꼭 추천한다. 필자는 저녁 늦은 시간(예를 들면 11:50 PM)으로 했었고, 이 전화 영어를 시작하면서, 거의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야근, 술자리, 버스, 택시 상관없이 다 전화를 받았고, 못하는 영어로 아무 데서나 떠들어 댔다.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영어는 꾸준한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사람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듣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보통 지루한 일이 아니다. 또한 연필을 들고 공부하던 버릇 때문에 듣기를 읽기처럼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나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계속 보는 것이었다. 애니메이션이 좀 익숙 해지면, 미국 드라마를 봤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 자막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80~90% 영어가 들리거든 그때 자막을 열어서 비교하는 것이 좋다.
비자 준비
미국에 올 수 있는 비자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취업 활동을 위한 비자로는 H1-B 비자가 대표적이다. H1-B 비자는 공학(Engineering 또는 Computer Science) 관련 4년제를 졸업했다면 지원 자격은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 병역특례와 비슷하게 회사에서 스폰서를 받아야 비자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H1-B는 1년 발행할 수 있는 할당량이 있다. 자격이 돼서 지원한다고 다 H1-B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매년 정해 놓은 개수만 비자를 발급한다. 필자 때는 H1-B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받을 확률이 ⅓ 미만이었다. H1-B 신청은 4/1일 날 접수를 하여서 약 6월쯤에 추첨 결과가 나오고, 10/1일부터 일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4월에 접수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1~2월에는 취업이 확정되고, 3월엔 변호사랑 이민 서류 준비 및 작성을 해야 한다. 이 일정을 맞추려면 현실적으로 이전해 10월부터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해서, 1~2월에 취업 확정이 되고 3월에 변호사와 서류 준비를 마무리한 뒤 6월에 당첨이 되면, 10월/1일부터 일할 수 있는 1년 사이클로 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1-B를 지원해주는 회사를 구하는 건 사실상 하늘에 별 따기처럼 보였다.
그 당시 필자가 이런 내용을 알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2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로는, 필자 경험상으론 어렵다고 믿는 것들은 하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지 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두 번째로는, 그 당시 『Secret』 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이 책이 설명하는 논리가 참 신기했다. 이 책을 보고 그리고 필자의 짧은 경험을 보고 느낀 점은 “의지가 강하면 길은 만들어진다”라는 것이었다.
H1-B 비자가 너무 어려워 보여 이를 알아보려 서울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그중 한 군데 업체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인터뷰를 보지 않고도 H1-B를 지원해 준다고 했다. 다만, 서류 접수 후 추첨이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비자가 보장되지는 않는 구조였다. 비용이 2천만 원이란다. 비자 받고 나면 미국에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다시 옮겨야 하는 구조였다. 말 그대로 비자를 팔아먹는 사기 단체처럼 보였다.
정말 한국에서 H1-B를 바로 발급받아 들어간 경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 여태껏 단 한 명도 못 봤다. 대부분은 미국에 유학을 와서 여기서 OPT로 1년간 지내면서 H1-B로 추후 진행이 되거나 한국 대기업에서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거기로 주재원 비자로 보내는 경우 아니면, 미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지인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와서 처음에는 현금으로 받으며 일하다가 여러 경로를 통해 비자를 해결하는 경우가 거의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한국에 있던 인도 친구에서 물었다. “H1-B를 받고 싶은데,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기업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데가 있을까?” 친구는 대답했다.
You never know. Just try it.
이력서 준비 및 취업
이력서를 준비하는데 앞서 업무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꼭 따는 것이 좋다. 영어도 원어민이 아닌 데다 비자도 후원을 받아야 하고 이주 비용을 대야 하는 회사 차원에서는 서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않으면 인터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당시 데이터베이스 관리자로 가고 싶었기 때문에 Microsoft Database 관련 자격증을 모두 땄다. 총 15과목 정도를 본 것 같다. 자격증 취득은 생각보다 쉽다. 보통 문제은행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특정 자격증을 제외하곤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딸 수 있다. 물론 자격증은 서류상의 보완이지, 본인의 실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게 1년을 꼬박 준비하고 자격증이 준비되자마자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력서 양식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다. 필자는 인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를 작성했고, 샘플을 구해 작성했다. 미국의 이력서 양식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다. 이 중 몇 가지 상식은 알고 가자.
- 이력서는 보통 2장. 최대 3장을 넘기지 않는다.
- 개인정보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졸업 학교, 현재 거주 지역 정도만 넣는다.
- 나이, 성별, 인종은 이력서에 티가 나도록 적으면 안 된다. 보통 사진도 넣지 않는다. 이런 정보에 의해 불합리한 고용기회를 주는 것을 방지하고자 HR에선 이런 정보가 직접 노출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다. 이런 부분은 괜찮다. 단지 ‘나이 : 30살’ 이런 식으로 적지 말라는 것이다.
작성된 이력서를 당시 Dice.com(한국의 잡코리아 같은 사이트)이라는 곳에서 DBA, H1-B Support로 검색되는 회사는 모두 이력서를 넣은 것 같다. 그때가 10~12월 정도였다. 그중 몇 군데와 전화 인터뷰를 봤고 당연히 미국 시각이니 아침 5~6시나 저녁 늦게 봤다. 그중 두 군데에서 오퍼를 받았다! 한군데는 5만 불, 다른 곳은 6만 불이었다. 너무 감격스러웠고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미국 생활은 어떤가?
미국 직장생활에는 만족하고 있지만, 미국 삶에 대해 만족하는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 미국 삶이라고 말하기보단 타지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유인즉슨 문화가 너무 다르고 가족/친척/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와 자녀들이 있지만, 부모님, 장모님, 형제들은 모두 한국에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교육하는 면에서도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데 한계가 있고, 친척들끼리 소통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이건 직접 겪어 보지 못하면 그 외로움을 알긴 어려울 것 같다. 대충 보면, 이민 1세대는 정착에 초점을 맞추어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여유도 시간적인 여유도 적은 편이다. 이민 2세대들은, 즉, 필자의 자녀들은 이런 여유는 좀 가지게 되지만, 문화적/정신적인 부분에서 조금 혼동을 느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나는 한국 사람인가 미국사람인가?”, “어떤 문화에 맞춰 내 삶을 정해야 하는가?”
이것은 생각보다 결정을 크게 좌우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 2세대들이 결혼을 하면서 발생한다. 결혼할 때 한국 사람을 만나자니 너무 한국 문화에 가깝고, 미국 사람을 만나자니 내가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고 하는 문제다. 대부분 제가 알고 있던 이민 2세대들은 본인들처럼 이민 2세대 한국 배우자를 만나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최종적으로 이민 3세대가 되면, 이런 부분은 좀 명료해진다. 한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보니 미국인인데 한국 문화를 조금 아는 정도로 자라는 것 같다. 주위에 친척들이나 사촌들도 생기고 말이다. 결국, 3세대 정도가 되어야 이민 생활이 완성되는 것 같다.
필자는 삶의 만족도 부분에서는 한국을 아주 그리워하는 편이다. 필자가 미국에 정착한 이유는 직장 만족도와 아이들 학교 교육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취업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조언?
여러분이 한국말만 할 줄 안다면 취업 및 여러 가지 미래의 기회는 5천만 개의 한국인의 삶 중 하나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언어 즉, 영어·스페인어·중국어 중 한 가지만 익힌다면 이 숫자는 10억 개의 기회로 늘어날 것이다. 꼭 미국이 아니어도 좋다. 하지만 이왕 도전할 거라면 미국으로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필자가 비록 미국 삶에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최고보다는 최선을 선택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은 땅덩이가 너무 좁다. 수출할 만한 자원도 없고, 외국어 교육도 너무 잘못되어 있다. 하지만 교육수준은 높다. 그래서 모두들 힘쓰는 일보다는 사무직을 원하고, 고급 인력들이 넘치고, 내수 경기는 이를 지탱하지 못한다고 본다. 필자의 생각과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대 이런 여건이 한국의 내수 경기를 악순환을 시키는 것 같다. 고급 인력들이 임금을 적게 받고, 야근은 많아지고, 비리는 늘어나면서 줄타기·인맥·연줄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다.
취직은 점차 더 힘들어진다는 게 요즘 한국 경기를 반영하는 것 같다. 여러분이 나올 수 있을 때 나오는 것이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서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여러분과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돈 많이 벌어서 은퇴하고 한국 가서 펑펑 쓰자. 은퇴 후 한국 가서 해외 비즈니스로 기업을 운영해 볼 수도 있다.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대한민국이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