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드니 빌뇌브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했다. 인간과 리플리컨트(replicant, 인조인간)가 혼재되어 있는 2049년, 리플리컨트를 쫓으며 임무를 수행하는 블레이드 러너의 활약상과 리플리컨트의 정체성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미래의 배경과 함께 그려져 무려 163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에도 여러모로 호평받았다.
이 영화는 앞서 1982년 리들리 스콧의 연출로 제작된 바 있다. 무려 35년 전 영화다. 당시 데커드 역을 연기했던 해리슨 포드의 40세 시절이 떠오른다. 데커드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음성만을 이용해 영상을 분석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런 모습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대다수 작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시퀀스다.
가령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자비스를 불러 자질구레한 일을 시킨다든지,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에서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인공지능(AI)과 목소리로 소통하기에 이르렀다. 굳이 키보드를 쳐가며 입력하지 않아도 인간과 AI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영화니까 가능했던 일’이 지금 우리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한 AI
한 가지 사례로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를 생각해보자. 잘 알다시피 지난해 11월 8일 있었던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여론조사, 언론사, 도박사 모두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상했지만 제닉AI(Genic AI)가 개발한 AI 모그는 SNS의 DB를 수집하고 분석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
제닉AI는 인도계 스타트업으로 신생 벤처기업이다. 모그라는 이름은 〈정글북〉이라는 동화 속 주인공 모글리(Mowgli)에서 따온 이름이다. 모그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SNS에서 약 2,000만 건에 달하는 댓글이나 사람들의 숨겨진 반응을 한꺼번에 찾아냈다.
모그의 예상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2004년에 개발되어 올해로 13살이 된 이 로봇은 부시 전 대통령 이후로 모두 4번이나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췄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여론조사는 한 방 먹었고 신뢰도 측면에서도 빈틈을 보였다. 모그의 개발자이자 제닉AI 창립자인 산지브 라이(Sanjiv Rai)는 이렇게 말했다.
“편견 없이 설계된 AI은 절대로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AI 영역의 새로운 혁명이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AI 알파고(AlphaGo) 사이에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최종 전적은 4승 1패. 알파고는 예상을 깨고 현존하는 최고의 AI로 등극했다. 프로 명예 단증까지 수여받은 알파고는 2017년 5월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과 한 번 더 승부를 펼쳐 전 세계가 주목했다.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 우리는 다시 한번 AI의 강력함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세돌과 격돌했던 알파고 버전은 알파고 리(Alphago lee), 중국의 커제 9단과 맞붙었던 알파고 버전은 알파고 마스터(Alphago Marster)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헬스케어 분야와 신약개발, 기후변화 예측, 무인 자율주행차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한다고 밝힌 뒤 다시 한번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독학을 통해 기존의 알파고를 압도하는 실력을 탑재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새로운 버전의 AI이다. 바둑의 룰만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을 뿐 그 이외의 사전 지식이 ‘0(zero)’이라는 이유로 제로가 붙었다. 알파고 마스터를 상대로 100번의 대결 중 단 11번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했고, 알파고 리와의 대국에서는 100번의 승부에서 모두 승리했다.
신기한 것은 오로지 바둑의 규칙만 인지할 뿐인데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과의 싸움으로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를 쌓는다는 점이다. 인간이 수차례의 실패와 오답을 지나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강화된 학습을 하는 것과 같은 능력을 수행한다. 바둑은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알파고 제로 같은 존재가 바둑이 아닌 다른 무언가와 접목하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측된다.
음성으로 경험하는 AI, 스피커의 본격 경쟁
AI는 4차 산업혁명에서도, 지금 업계에서도 가장 핫한 키워드다. 우리나라 대표 통신사인 SK텔레콤을 비롯해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국내외 IT기업 역시 AI 시장에 뛰어들어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박차를 가한다. 요즘 자주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목소리를 명령어로 인식해 알아서 실행해주는 서비스가 바로 음성인식 AI다.
AI 탑재 스피커의 경우 사람과 대화하면서 업무를 처리해주는 개인비서 역할을 한다. 토니 스타크가 자비스를 부르듯 애플의 ‘시리(Siri)’를 불러내 아이폰의 기능을 실행하도록 지시하는 행위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SK텔레콤부터 시작한 국내 시장의 AI 스피커는 AI 업계 선점을 위한 선전포고였고 다른 업체들 역시 이 시장에서 우위를 다투기 위해 경쟁적으로 AI 스피커를 제작했거나 개발 중이다.
1. SK텔레콤 누구(Nugu)
SK텔레콤은 음성인식 스피커인 누구를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원통형 디자인의 이 모델은 출시 7개월 만에 10만 대를 돌파했고 2차 모델 또한 세상 밖으로 신고식했다. 작고 귀여운 사이즈의 미니로도 출시했다.
누구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땐 다소 제한적인 서비스만 제공했다. 멜론을 통한 음악 감상이 가장 많이 쓰인 서비스였고 휴대폰과 연동해 이불 속에 감춰진 폰을 찾는다든가 기록해둔 일정을 읽어준다거나 하는 기능이 쓰였다.
여기에 11번가나 Btv, T맵 등 SK의 이름표가 붙은 계열사들의 다양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피자나 치킨 배달 등 생활 편의 기능도 추가했다. YTN이 제공하는 뉴스도 들을 수 있다.
2. KT 기가 지니(Giga Ginie)
SK텔레콤과 ‘통신사’로서 경쟁하고 있는 KT 역시 마찬가지로 출사표를 던졌다. SK텔레콤보다 다소 늦긴 했지만 올해 1월 AI 스피커와 인터넷 TV를 한꺼번에 결합한 셋톱박스 ‘기가 지니’를 출시했다. KT의 기가 지니는 지난 10월 판매량 30만 대를 넘어섰다.
KT 역시 올레 TV와 음악, 교통, 생활 정보를 제공하며 여기에 카메라까지 탑재해 홈 CCTV로 활용이 가능해졌다. 물론 홈캠 서비스는 별도로 가입을 해야 한다. 더불어 KT는 오디오 브랜드인 하만카돈(Harman Kardon)과 콜라보해 고품질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3. 구글 홈(Google Home)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 홈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모델이다. 2016년 5월 공개된 구글의 AI 시스템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탑재된 스피커로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음악, 일정, 메시지 전송, 와이파이, 조명 등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4. 애플 홈팟(Apple Homepod)
AI 서비스에는 애플 또한 빠질 수 영역일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AI 플랫폼인 시리를 탑재한 ‘홈팟’을 선보인 바 있다.
시리는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질문하면 답변하고 웹 검색을 수행하는 iOS용 소프트웨어로 개발된 AI다. 본래 AI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타트업 SRI 인터내셔널(SRI International)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였는데, 2010년 4월 애플이 인수하고 2011년 아이폰 4S가 등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시리의 가장 큰 장점은 언어 지원으로 무려 21개의 언어를 구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다국어 능력이 뛰어난 플랫폼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애플이 내놓은 홈팟의 실체는 이미 공개되었으나 실제 출시는 2017년 말 예정인 상태다.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 홈과는 달리 시리가 지원하는 음성인식 기술보다 오디오 시스템에 집중해 퀄리티 높은 품질을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애플의 A8 칩이 장착되고 우퍼가 탑재되어 있으며 영어, 중국어 등 약 6개 국어가 지원될 예정이다.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이 약 180달러와 129달러인 반면 애플의 홈팟은 349달러라고 하니 가격만으로 따지면 2배 수준이다. 스피커가 없는 집에서 애플의 스피커에 대한 구매욕이 있다면 충분히 ‘지를’만 한 가치가 있다고 하니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단, 제품 호환성에 대한 제한적인 요소가 있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5. 마이크로소프트 인보크(Microsoft Invoke)
KT의 기가 지니가 선택한 오디오 하만카돈은 최근 삼성전자가 인수한 오디오 업체다. 하만카돈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AI를 선택해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코타나(Cortana)는 2014년 4월 발표된 AI 개인비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름은 게임 시리즈 〈헤일로(Halo)〉에 등장한 인물에서 따왔다. 게임 속에서 은하계를 구해낸 영웅이자 헤일로의 히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만카돈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잡고 출시하게 될 AI 스피커의 명칭은 인보크(Invoke)다.
6. 아마존 에코(Amazon Echo)
아마존닷컴 역시 AI 스피커 경쟁 시장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AI 스피커 에코는 알렉사(Alexa)라고 불리는 두뇌를 탑재하고 있다. 태생과 기반 자체가 전자상거래에 있으니 알렉사 역시 온전히 전자상거래를 위한 AI 비서의 운명을 띄고 탄생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만 머무르기엔 너무도 아까운 존재였다.
아마존은 알렉사에 기술력을 더해 더욱 고도화시켰고 잇따른 튜닝을 거쳐 더욱 매력 있는 AI로 거듭났다. LG전자와 폭스바겐 등 각 업체가 알렉사의 놀라운 기능을 탐내기 시작했다. 이어 냉장고와 같은 가전이나 차량 등에 음성비서로 탑재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중국의 화웨이 역시 자사의 스마트폰인 메이트 9(Mate 9)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에코 출시 당시에는 스피커가 있는 거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 사적인 대화 내용까지 엿들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으나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보안 문제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 보고서로 인해 해갈된 사례도 있었다. 결국 에코는 미국 내에서 인기 있는 디바이스로 자리했고 전 세계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킨다. 미국 내 점유율만 해도 무려 70%를 넘는 독보적인 존재다.
알렉사는 2017년 세계 최대의 전자 쇼 CES에서 다른 업체가 생산한 제품에 탑재되어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자신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될 기특한 서비스로 거듭났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 캐피털 마켓의(RBC Capital Markets) 보고서는 올해부터 3년 뒤인 2020년까지 알렉사는 무려 10조 원 이상의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신제품인 2세대 에코를 출시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기존 에코 스피커보다 몸집을 줄이고 디자인을 개선한 뉴 에코(New Echo), 홈 허브 역할을 해주는 에코 플러스(Echo Plus),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에코 스팟(Echo Spot), 알렉사에 호환되는 게임에 사용되는 에코 버튼(Echo Button)이 바로 그 제품군이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낮은 시점에서 음성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AI의 두뇌는 반드시 고도화와 학습이 필요하다. 일부 업체들이 AI 스피커와 AI의 주축을 이루는 모듈 개발을 일부러 늦추는 케이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후발주자일수록 더욱 많은 것을 준비하고 경험해봐야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국내 포털의 AI
우리나라의 포털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AI 서비스를 위해 모듈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에 착수해 현재 진행형이다.
1. 네이버
지난 5월 출시된 클로바(Clova)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야 실행이 가능하다. ‘나 배고파’라고 말하면 근처 음식점을 지도와 함께 보여준다. 원하는 음악을 재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어 번역도 해준다. 외국어 번역은 인공신경망 기술이 녹아든 파파고(papgo)가 적용되고 있다. 파파고는 에스페란토어(Esperanto)로 앵무새를 뜻한다.
클로바는 ‘프로젝트 J’에서 출발한, 키워드 그대로 ‘프로젝트’였다. 네이버랩스와 라인 AI연구소의 공동작업에서 기원하는 프로젝트 J는 네이버의 음성인식 AI 플랫폼인 ‘아미카(Amica)’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같은 것이다. 아미카는 네이버가 개발 중인 현재 진행형 AI 대화 시스템으로 2016년 10월 24일 공개됐다. 인간의 신경망을 닮은 기계학습 기술 즉 딥러닝과 음성인식 기술이 종합된 시스템으로 목소리와 텍스트로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한다. 클로바는 네이버의 대표적인 AI 모듈로 거듭났다.
라인 주식회사에서 내놓은 AI 스피커 ‘웨이브(Wave)’에도 클로바가 탑재되었다. 출시 초반에는 일본에서만 예약 판매되었는데 한참 달궈진 한국 시장보다 그나마 덜한 일본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출시를 미뤘던 것은 그만큼 담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인데 이 또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이후 웨이브는 네이버 스토어를 통해 판매가 시작되었다. 네이버 뮤직과 연동되고 외국어 번역도 가능하며 실시간 검색도 해준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26일 클로바를 탑재한 ‘프렌즈’를 출격시켰다. 웨이브의 전형적인 외형과 달리 라인 프렌즈 캐릭터를 담아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400g도 되지 않는 가벼운 무게로 이동성까지 확보했다. 연내에는 디스플레이 화면을 탑재한 ‘페이스(Face, 가칭)’도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성에 화면까지 더했으니 어쩌면 더욱 활용도가 높아질 수도 있겠다.
네이버의 AI는 뉴스 분야와 큐레이션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네이버 모바일에서 구동되는 뉴스 중 에어스(AiRS)는 AI 추천 엔진으로 사용자들의 관심 분야를 파악해 원하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공기(Air)와 같이 사용자들 곁에서 유용한 콘텐츠를 추천한다는 이유로 에어스가 되었지만 실제 AI 추천 시스템(AI Recommender System)의 약어다.
네이버의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인 디스코(DISCO) 역시 AiRS가 기반이 되어 구동된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선택함에 따라 보여주는 콘텐츠 정보가 달라진다. 콘텐츠뿐 아니라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용자도 찾아주며 서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SNS의 한 종류로 보면 좋을 것 같다.
2. 카카오
카카오는 AI 분야를 위해 카카오 브레인이라는 자회사까지 설립했다. 네이버의 네이버랩스와 유사하다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카카오 브레인에는 200억 원 수준의 자본이 투입되었다. 카카오를 키워낸 김범수 의장이 직접 컨트롤하는 수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AI 시장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모양이다. 카카오 AI는 국민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 포털 다음 등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카카오 AI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 카카오는 실시간 이용자 반응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Real-time User Behavior-based Interactive Content recommender System)인 루빅스를 제공했다. 말을 풀면 이렇게 길지만 간단하게 말해 이용자의 관심사를 지속 학습하고 가장 최적화된 콘텐츠를 노출시킨다는 의미다. 깊게 파묻힌 콘텐츠도 사용자의 반응에 따라 보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네이버의 AiRS와 유사한 형태나 네이버보다 앞서 적용했다. 루빅스는 다음 뉴스 및 카카오톡 채널에도 적용되어 서비스 중에 있다.
이후 카카오는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Kakao Mini)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기존 웨이브 1차 모델보다 작고 가벼우며 디자인 면에서는 캐릭터가 한몫하는 제품이다. 단 전원이 있어야만 작동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카카오 미니는 당초 3,000대라는 한정 물량으로만 예약 판매했는데 인기를 끌자 재차 양산에 들어갔고 11월 7일 오전 11시 추가 판매를 시작했지만 9분 만에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카카오는 다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 AI는 카카오 스피커를 ‘일부’라고 말한다. 일종의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인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만들어 아마존의 알렉사나 네이버의 클로바와 같이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에 접목해 더욱 많은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카카오 AI은 ‘카카오 아이(Kakao i)’라는 기술로 현대·기아차와 손을 잡았다.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 등 멀티미디어 처리 기술이 함축된 기술력으로 9월에 출시된 제네시스 G70에 적용되었다. 스티어링 휠, 즉 핸들에 탑재된 음성인식 버튼을 통해 길 안내나 주변 맛집, 정비소 등을 검색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는 외부 업체와 연동해 더욱 나은 서비스를 확보하고자 다각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는 삼성전자, 네이버는 LG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IoT(사물인터넷) 분야를 개척하고 하는데 일부 중소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 입장에서 외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AI의 가치를 높여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예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체들에겐 모험이다. AI 플랫폼이 경쟁 시대에 돌입했어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많은 만큼 예측할 수 없는 사업에 비용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AI와 국내 스타트업의 AI
중국의 IT 기업인 바이두(Baidu)는 자체적으로 AI 로봇인 샤오두(Xiaodu)를 개발했다. 샤오두는 AI을 탑재한 로봇으로 얼굴 식별과 이미지 검색, 음성 식별까지 가능한 중국 기술력의 산물이다. 올해 초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깜짝 등장해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은 구글의 알파고를 뛰어넘을 각오와 인력, 예산 모두 충분해 보인다. AI 분야에서 출원한 특허로만 보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xiaomi)는 AI 스피커 미(Mi)를 내놓았다. 대부분 기능을 탑재했으면서도 한국 돈으로 5만 원대에 불과하다. 더구나 샤오미의 제품군인 TV나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도 제어가 가능하다고 한다. 9월 26일 오전 10시 정식 판매를 시작한 미는 딱 23초 만에 모두 매진되었다. 샤오미의 브랜드 파워는 어마어마했다.
AI와 관련된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아파트 엘리베이터 한쪽에 마련된 모니터에서 주변 생활 정보와 함께 애플리케이션 광고가 흘러나왔다. 무려 AI을 활용한 토익 강습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해서 관심 있게 쳐다봤다.
‘산타 토익(Santa for TOEIC)’이라 불리는 이 앱은 교육 분야 스타트업인 뤼이드(Riiid)에서 제공한다. 토익 문제를 풀이하는 응시생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딥러닝 알고리즘과 토익 강사와 콘텐츠 연구소를 통한 최신 경향 문제를 토익 콘텐츠로 담아내 문제만 지속적으로 풀면 토익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뤼이드는 머신러닝 기반 맞춤형 문제 출제 알고리즘을 특허로 출원하기도 했다.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는 뤼이드의 데이터 기술을 통해 교육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되어 여러 차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뤼이드의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 플랫폼 기술은 ‘산타(Santa!)’이고 이 기술은 산타 토익에 탑재되었으며 2016년 베타 서비스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위에서 언급한 어댑티브 러닝 기술은 사람이 모든 데이터에 특징을 만들고 취향 분석 후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술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개개인별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틀린 문제를 오답 노트로 모아서 완벽하게 숙지하도록 만들어낸 기술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더구나 나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AI가 확보하고 있으니 A 문제를 틀렸다면 A 문제와 유사한 B 문제도 틀릴 것으로 예상, 학습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이 기술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포함된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AI 기술을 말할 때면 늘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등장하곤 한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컴퓨터의 업무 처리 기술이 아니라 엄청나게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 사용자의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까지 한다. 패턴 인식 기능에서는 스스로 오류를 잡아내고 수정하면서 정확도를 높여간다.
딥러닝(Deep Learning)은 인간의 두뇌처럼 수많은 데이터 속에 일정한 패턴을 발견,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한 것이다. 보통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컴퓨터가 사물을 분별하도록 기계 학습을 시킨다. 이 기술은 사람이 굳이 판단할 수 있는 척도를 구현하지 않아도 컴퓨터 스스로 인지하고 예측하고 판단한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운다’로 함축할 수 있겠다.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스마트 렌즈 기술이 바로 딥러닝이 활용된 케이스다. 스마트 렌즈는 이미지 분석 기술로서 네이버에서 자체 개발한 스코픽(Scopic)이 적용되었다.
AI와 메신저를 결합한 챗봇(Chatbot)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과거 우리는 ‘심심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PC와 대화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심심이는 현재 챗봇의 초기 모델과 같다. 말을 걸면 자동으로 응답하니 사람과 대화하듯 채팅이 가능했다. 정해진 답변을 일종의 룰에 따라 내보내는 것으로 사람이 특정 메시지를 입력하면 심심이 같은 챗봇은 서버에서 알맞은 답변을 찾아 자동으로 응답한다.
최근에는 챗봇 기능을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도 탑재해 각 기업이 프로모션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롯데제과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빼로라는 이름의 챗봇을 선보였다. IBM의 AI 대화 처리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 친화적 대화 전개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마케팅 용도라는 것이 금방 드러나 아쉬웠다. 이 밖에 네이버는 ‘라온(LAON)’이라는 이름의 챗봇으로 경쟁에 뛰어들었고 MS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2015년 샤오이스(Xiaoice)라는 챗봇과 2016년 ‘테이’를 연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맺는말
AI은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고 최근 산업 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최근 들어 AI 스피커 경쟁 구도에 다양한 업체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스피커는 시작에 불과하다. AI 분야는 점차 사람들과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당장 어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TTS(Text to speech) 방식의 음성은 다기능을 위한 임시방편으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이 학습하면서 진화하듯 기계 역시 음성 학습을 해야 TTS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것이다.
AI 기술이 사람을 대신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어제 있었던 야구경기에 대한 기사도 쓰고 암 환자를 위해 어떠한 치료가 가능한지 추천까지 해준다. 우리가 소파에 앉아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편리한 것들을 제공한다. 다른 측면에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과하게 말하면 인간이니까 할 수 있었던 영역에 AI나 로봇이 ‘침범’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해볼 수 있겠다.
4차 산업혁명에서 우려했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인간이 만들어낸 AI을 인간이 이길 수 없다는 아이러니함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고유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쓸데없는 걱정이라 할 만큼 완벽한 기우에 불과하겠지만 AI가 안착하는 그 언젠가 영화 〈터미네이터〉나 〈엑스 마키나〉 같은 디스토피아는 없길 바란다. 그저 우리의 삶에 무궁무진한 편리함을 부여해주는 친구 같은 AI가 되어주길 바라며.
원문: Pen 잡은 루이스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