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자기 전 한편씩 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원제는 《대군사사마의지군사연맹(大軍師司馬懿之軍師聯盟)》, 국내 개봉명은 《대군사 사마의: 미완의 책사》입니다. 600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중국 드라마죠.
먼저 이 드라마에 대한 소감은 놀랍다는 것입니다. 매우 놀라워요. 그중에 이 드라마의 진행 방식이 가장 놀랍습니다. 위나라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이며, 철저히 사마의 위주로 진행합니다. 여기까지만 말한다면 위나라 배경의 삼국지 미디어 믹스는 최근에 여럿 있지 않으냐 이야기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는 거기서 끝이 아녜요.
이 드라마는 한 차례 더 파격적인 결정을 합니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장면이 거의 없어요. 액션 장면도 거의 없어 보여요.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전투를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놀라운 결정입니다. 가장 전투가 매력적이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 드라마는 오히려 가장 정치적인 드라마의 길을 걷기로 하였습니다.
이 드라마의 모든 캐릭터는 철저히 정치적입니다. 예를 들어 계륵의 고사로 유명한 양수에 대해 조조가 평가하는 부분도 정치적으로 전개됩니다. 조조는 “나에게 수많은 책사가 있는데 그의 개인적인 능력이 무엇이 중요하느냐”며 그의 가치를 낮추어 말합니다. 더 나아가 조조는 양수의 기용을 반 조조파를 교란하는 용도로 풀이합니다.
조조가 사마의를 기용하기로 했을 때에도 다른 드라마의 진행과 결이 다릅니다. 사마의와 사마방은 조조가 사마의를 기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오히려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는 가문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달리는 마차에 깔리기로 합니다.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모여서 치밀하고도 밀도 있는 무서운 드라마를 만듭니다.
또 이 드라마는 낭만적이지도 않습니다. 이 드라마는 도원결의 후 평생 죽을 때까지 의리를 지키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삼국시대의 낭만은 더 찾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순욱은 반 조조파가 결성하는 것을 알고도 조조에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조도 순욱을 완전히 믿지는 않습니다. 순욱의 지재를 아끼면서도, 동시에 그를 기용하는 것 역시 정치적인 계산과 함께합니다.
물론 조조도 한 명의 사람이기에 어떤 면에서는 인간적인 면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20년간 같이 한 순욱과 끝내 결별하게 될 때 조조는 어떤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섭섭함도 느끼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의 신하를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 이상으로 대하지는 않습니다. 그 냉혹하고 냉철함이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렬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의 예고편입니다. VOD 서비스 등을 알아봤는데, TVING에서 만나는 게 제일 나은 것 같더라고요. 관심 있으신 분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