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팔찌’ · ‘농사펀드’ 작은 정성도 모이면 커집니다: 크라우드펀딩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있을 때 김현호 성공회 신부가 크라우드펀딩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를 찾았습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억해야 진실을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변화의 기적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김 신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 팔찌를 만들어 나누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이 뜻에 5만 여명이 동참했고 8차례 진행된 펀딩을 통해 90만 개의 팔찌가 제작됐어요. 후원금은 총 4억3000만 원이 모였습니다. 수익금은 팔찌로 제작돼 무료 나눔하거나 4.16 가족협의회에 전달됐습니다.
오마이컴퍼니는 현재 팔찌 10만 개 추가 제작을 목표로 오는 5월 말까지 9차 펀딩을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총 100만 개의 기억 팔찌 나눔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원 수 13만 명 … 80% 사회적경제 프로젝트
세월호 기억팔찌로 사회적 큰 반향을 몰고 온 오마이컴퍼니는 대중모금 즉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이름이 나있어요. 2012년 5월 홈페이지 공식 오픈과 함께 8개 프로젝트를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82여건을 진행했습니다. 회원 수는 13만 명에 이릅니다. 모금은 누적액 기준으로 총 27억 원을 돌파했어요. 모두가 성공을 한 건 아니지만 상상 속에 머물던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 적어도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펀딩은 누구나 제안 할 수 있지만 특별히 더 많이 이용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협동조합이 그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펀딩주체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는 그 이유가 수익률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의뢰하는 기업이나 개인 단체들이 특화된 것 같습니다.
“특별한 가치 지닌 기업이 자생하도록 돕는 플랫폼”
소셜벤처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을 사회적 미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마리몬드의 대표 상품으로는 꽃이 그려진 휴대폰 케이스가 있어요. 배우 박보검과 가수 수지 등 유명 스타들이 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꽃무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작한 압화 작품을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마리몬드는 창업 초기인 2013년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일본 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한 티셔츠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죠. 목표 금액보다 무려 3515%를 초과한 1억7500만 원을 모았습니다. 기간은 불과 한 달. 동참한 인원은 4512명이었습니다. 수익금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는 데 쓰였습니다.
마리몬드는 3차례에 걸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리워드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제품 출시의 바로미터로 삼았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창업 때보다 10배나 성장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도 더불어 쑥쑥 커갔습니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오마이컴퍼니는 특별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 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라고 하더군요.
가치는 기본, 수익까지 올리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대 개막
지난해 7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제도가 도입되면서 오마이컴퍼니는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 제도로 개인 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를 통해 중소 벤처 기업에 연간 최대 500만 원(업체당 200만 원)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오마이컴퍼니는 주거난 해소를 위한 ‘공공사회주택’ 건립을 위한 운영비 모금을 첫 프로젝트로 삼았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 ㈜ 녹색친구는 8일 만에 목표 금액의 103%인 5160만 원을 모았습니다. 투자자 17명은 채권 만기일인 6개월만에 5%의 수익을 올렸지요.
올해 1월에는 경기도내 기초수급자 800명에게 재활을 지원해 수급자를 벗어나게 하는 ‘해봄프로젝트’에 일반 시민 투자금 5000만 원을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예산 15억 5000만 원 전액을 민간이 먼저 투자하고 성과에 따라 경기도가 원금과 보상금을 돌려주는 SIB(Social Impact Bond, 사회성과연계채권) 방식입니다.
800명 중 237명 이상이 수급자에서 벗어나면 투자자는 40개월 투자해 최대 24%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성 대표는 “SIB는 주로 큰 재단이나 기관의 자금으로 운영되지만 크라우드펀딩으로 일부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고 의미를 평가했습니다.
펀딩 대회로 프로젝트 발굴.. 성공하면 추가 자금 지원 연계
오마이컴퍼니는 펀딩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개 공공기관 또는 재단과 손잡고 각종 크라우드펀딩대회를 진행했습니다. 대회를 통해 우수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했어요. 홍보에 쓰일 수 있는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펀딩에 성공하면 추가적인 자금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마련했습니다.
부산에 기반을 둔 배터리전문업체 사회적기업 ㈜ 미스터 박대리인터내셔널은 2016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크라우드펀딩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로부터 2000만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을 숱하게 들락거렸지만 신생 기업이라 번번이 퇴짜 맞았어요. 그런데 대상을 받고 나서 추천장을 들고 가니 대접이 달라지더군요.
박한샘 미스터 박대리인터내셔널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는 1억 원의 운영 자금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마이컴퍼니는 신용보증기금과 제휴를 맺고 당사가 추천한 기업들은 신보가 보증을 서 시중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 놓았습니다. 이 뿐 아니라 (재)한국사회투자와 사회연대은행, 북서울 신협에서도 펀딩 성공 업체들에게 대출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돈의 흐름을 바꿔놓자” 창업
성진경 대표는 ‘자본주의시장의 꽃’이란 증권 회사에서 10년 동안 애널리스트로 일한 이력이 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금융에 눈을 떴습니다.
돈의 흐름을 바꿔 놓고 싶었습니다. 돈이 되는 곳에만 돈이 몰리고 정작 돈이 필요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곳엔 돈이 모이지 않아요. 그 물줄기를 바꿔놓고 싶었습니다.
그는 2011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가 과정을 밟으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1기 육성사업 창업팀에 선정돼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사회적기업들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재무상태가 어렵고 정부 지원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업멤버이자 사이트 서비스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한송이 이사는 한 때 게임업계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무모하고 용감했지만 영리만 추구하는 회사 말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동참 이유를 밝혔습니다.
힘들 때도 많지만 창업 팀이 성장을 거듭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올 때 마음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소셜벤처 농사펀드를 꼽았습니다. 농사펀드는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매실펀드’ ‘쌀 펀드’ 등을 진행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지금의 회사를 차렸습니다. 농부가 펀딩으로 영농자금을 지원받고 수확하면 리워드로 농작물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정말 이 아이디어가 ‘가능할까’에서 ‘가능하구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도전의 발판이 됐다”고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응원’의 힘을 전파하기 위한 ‘소망펀드’
지난해 6억35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오마이컴퍼니는 올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합니다. 거창한 일들이 아니라 개인들의 소소한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이른바 ‘소망펀드’ 입니다.
성진경 대표는 두 달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돈’뿐이 아니라 ‘응원’이 얼마나 삶에 큰 힘이 되는지 몸소 깨닫고 펀드를 기획하게 됐다는군요. 실험적 프로젝트로 파킨슨병을 30년 간 앓아온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투병기를 출간하고 싶어하는 소망펀드를 현재 진행 중입니다.
“더 좋은 사회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돈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컴퍼니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글. 백선기 이로운넷에디터 / 사진제공. 오마이컴퍼니
원문: 이로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