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시장과 상업 부동산의 침체를 부른다며 ‘아마존 묵시록’을 외치고 다닐 정도다. 그런데 정작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국을 배송권으로 둔 지 오래된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외로 그 반향이 적다. 유통기업들이나 위기감을 느끼고 신경을 쓰며 대응하는 정도에 그친다. 특히 상업 부동산들의 다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온라인 쇼핑(이커머스)이 일반화될수록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 구매를 하는 비중을 줄인다.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는 물건이라면 온라인 구매를 하는 것이 그만큼 매장운영비용이 빠지기에 더 저렴하고 바로 집 문 앞으로 배송까지 이루어지기에 편하다. 국내의 택배비라고 해봤자 지하철 왕복 운임 수준에 불과하단 것을 생각하면 전통적 유통업에 치명적인 위협이라 할 수 있다.
유통업의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상업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소위 목 좋은 입지를 점유하는 곳들이 바로 이런 유통업 혹은 유통업의 특성을 갖춘 업종이기 때문이다. 상업 부동산의 ‘목’이라는 것은 유동인구가 확보되고 몰리는 입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유동인구에서 매출로의 연결고리가 갈수록 취약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전통적인 상업 부동산의 가치평가 기준인 입지, 유동인구 베이스의 평가는 지금도 꽤 맞지 않는 기준이라 보이며 앞으로 더 어긋날 것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유동인구는 정확한 데이터도 없이 대부분 대략적인 머리속 감으로 활용하는 데이터 아닌가?
교통 등을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입지적 우위를 가진 강남 등과 같은 곳이 아니라면 다른 애매한 지역들은 과거보다 입지와 유동인구 중심의 가치를 천천히 상실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상업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 입지/유동인구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중심의 시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많은 대형 건설사들이나 유통사들이 복합쇼핑몰을 세우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어떤 비즈니스로 공간을 채우느냐에 따라서 전체의 가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단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양한 비즈니스로 복합쇼핑몰이란 공간을 채우며 온라인으로 쉽게 대체가 되지 않는 경험 중심적인 비즈니스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다.
고성장의 시대가 끝난 지 꽤 오래되었다. 비즈니스의 지형이 달라지는 만큼 상업 부동산의 지형도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이에 대한 인지가 없이 여전히 고성장 시대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예외적인 지역 몇몇을 제외하고 입지의 가치는 예전과 같지 않으며 갈수록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라도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누군가에겐 위기가 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변화란 그런 것이더라.
원문: 김바비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