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 오염 중에서 사망률 증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대기오염(Air pollution)이다. 주로 공기 중에 존재하는 각종 미세 먼지와 화학물질은 인간의 호흡기와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관련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률 증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의심받는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 정도의 인구가 매년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지 추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대기오염은 다른 급, 만성 질환의 유발인자 가운데 하나이지 단독 요인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데이터는 환경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의학적, 과학적으로 필요한 연구 과제다.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대기오염, 얼마나 많은 사망자를 낳을까?
여러 기관의 다국적 연구자가 《환경 리서치 레터(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합동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연간 200만 명 정도가 대기오염으로 인해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략 47만 명 정도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오존 증가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자외선을 막아주는 성층권의 오존층과 혼동하기 쉽지만 지표에서의 오존 증가는 인체에 해롭다.
또 연간 210만 명 정도가 인간 활동에 의한 미세 오염물질(fine particulate matter) 흡인으로 인해 폐암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에 걸려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의 공저자인 제이슨 웨스트는 “우리의 추정은 실외 대기오염이 건강에 가장 위험한 인자라는 점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사망은 대기오염이 매우 심한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이 지역의 신흥 공업국에서는 화석 연료 사용이 급증하고 급속히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환경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집중적인 석탄과 화석연료 사용, 그리고 본래 존재하는 황사 등이 합쳐져 엄청난 스모그와 대기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대기오염에 의한 전 세계적인 사망자 수를 추정해 볼 때 최소한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이와 연관해서 사망한다고 주장했다. 이 결과는 2002년 연간 240만 명 이상이 대기오염과 관련해서 사망한다는 WHO 보고와 비슷한 수치이지만 역시 해석하는 데는 다소 주의를 요한다.
실제로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꽤 다양하기 때문에 이 중에서 대기오염에 의한 것만 분리해 낸다는 것은 사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COPD의 경우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땔감 등 실내 바이오매스 연료 연소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실내 대기오염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일부 연구는 자동차와 연관된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 증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WHO의 2004년 보고에서 자동차에 의한 도시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20만 명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생각보다 중국이 높지 않게 나타난 이유는 국가별 사망자 수가 아니라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수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대기오염에도 간접적 영향 미쳐
COPD와 대기오염과의 인과 관계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는 완전히 결론 난 부분은 아니다. 불확실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적지 않은 연구가 심각한 대기오염이 수명 단축이 연관이 있다는 역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연구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본 것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기후 변화가 이와 같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등은 지표의 기온, 습도, 바람의 흐름 등에 영향을 미쳐 대기오염에도 간접적 영향을 행사한다. 연구에 의하면 기후 변화에 의해 추가로 사망하는 숫자는 오존 농도 변화와 연관해서 연간 1,500명, PM2.5 와 연관해서는 2,2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전체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 추정치에 비해서는 아직 작은 비율이다. 이 결과를 믿는다면 지구 온난화 자체는 아직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아직 불확실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연구는 인류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자원 투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결정하기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즉 많은 사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부터 먼저 규제해야 한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만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