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껏 둘이 먹을 스테이크부터 프라임 등급의, 목초를 먹여 키우고 건조숙성을 하고, 최종적으로는 곡물로 찌워서 마블링이 잘 된 11.34kg짜리 커다란 세븐 립 랙 덩어리까지 소고기를 많이 조리해 봤다. 그 아름다운 고깃덩어리들은 내 아파트에 영원히 남은 달콤하고 사향 냄새 같은 바삭한 소고기 지방의 향취를 남겼고, 내 마음은 늘 그 소고기를 다시 맛보고 싶은 끝없는 욕망으로 물든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이런 냄새는 대체로 불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잠깐만, 프라임 등급이니, 마지막에 곡물로 살을 찌운다느니, 마블링이라고? 이런 용어들은 모두 무슨 뜻이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왜 이런 데 신경 써야 할까?
여러분이 소고기 로스트나 스테이크에 관해 가졌던 혹은 가질지도 모르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래에 있다.
로스트와 스테이크의 차이점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소고기 부위가 서로 다른가요?
아주 쉽게 말하면, 로스트roast는 큰 고깃덩어리이다. 일반적으로 두께가 최소 5cm가 되고 오븐에서 조리한 뒤 먹기 전에 자른다. 스테이크steak는 더 얇은 고기 조각이다. 두께가 5cm 이하이며 그 크기 그대로 조리하고 식탁에 올린다. 사실 이 둘은 크기 말고는 차이가 거의 없다.
로스트나 스테이크 둘 다 단시간 조리 방법으로 요리한다. 즉, 이 둘을 조리할 때, 목표는 고기를 어떤 특정한 최종 온도로 올려서 식탁 위에 올리는 것이다. 브레이징처럼 정해진 온도에서 결합조직이 분해될 수 있도록 충분히 오랫동안 익히는 느린 요리 방법과 반대이다. 이 때문에 로스트나 스테이크에 사용되는 부위는 소의 비교적 부드러운 부위를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 로스트나 스테이크에 사용되는 소고기 부위는 중복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 립아이나 델모니코 스테이크(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또는 쉘 스테이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뼈가 없는 소고기 허리부위를 사용하며 부드럽다)는 기본적으로 뼈가 한 개인 갈비 로스트이다.
- 안심 스테이크나 필레미뇽(뼈가 없는 쇠고기 부위로 안심이나 등심 부위를 가리키는 프랑스 조리 용어)은 안심 로스트나 샤토브리앙(조리를 지시한 프랑스 귀족 작가의 이름을 따온 최고급 안심 부위 요리)을 스테이크 크기로 잘라 놓은 것이다.
알아 두어야 할 4가지 고급 스테이크
Q. 좋은 스테이크를 사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위에서 말한 대로, 스테이크와 로스트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크기로 설명된다. 좋은 로스트는 몇 개의 스테이크로 자를 수 있다. 설로인(등심 부위), 플랭크(치마양지 또는 치마살 부위), 스커트skirt(토시살, 안창살, 업진살) 같이 좀 더 싼 부위와 소의 횡경막 부위나 플랫아이언(어깨살 부분, 부채살)과 같이 셰프들이 좋아하는 부위가 요즘은 갈수록 더 인기가 높아지면서, 구하기도 쉬워졌다. 그럼에도 스테이크 전문점의 제왕은 여전히 배측 최장근과 대요근에 있는 부위들이다.
- 배측 최장근은 한 쌍의 길고 부드러운 근육으로 거세우의 등뼈 양쪽, 갈비 바깥쪽으로, 목에서 엉덩이까지 뻗어 있다.
- 대요근은 이보다는 더 짧은 한 쌍의 근육으로 소의 등뼈를 따라 ⅔쯤에서 시작해서 배측 최장근 안쪽으로, 양쪽 갈비를 따라 붙어 있는 근육이다. 흔히 필레미뇽이나 안심으로 불리는 대요근은 거세우 부위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고기 부분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이 부위는 가장 비싼 부위이기도 하다(총 수요와 공급에 관련한 그런 것이 있지 않은가!).
이 두 근육에서 수많은 스테이크가 만들어진다.
Q. 왜 이 근육에서 나온 고기를 스테이크로 먹어야 하나요?
스테이크의 부드러움은 거세우가 평생 동안 쓰는 근육의 활동량과 반비례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사용하는 근육인 배측 최장근(보통 등심이나 백스트랩으로 불린다.)과 대요근은 아주 부드러워서 이상적인 스테이크용 후보가 된다. 배측 최장근은 대요근에 비해 지방이 넉넉하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는데 이 지방은 중앙의 고기 층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으며 더욱 중요한 점은 근육 자체 내에 마블링으로 알려진 거미줄 같은 그물망 형태로 들어 있다.
Q. 마블링이 왜 중요한가요?
마블링은 주로 근섬유에 기름칠을 하기 때문이다. 상온이나 냉장 온도에서 지방은 고체이지만 조리를 하면 지방이 녹아서 우리가 고기를 씹을 때 근섬유가 서로 더욱 쉽게 미끄러지게 한다. 그래서 고기가 더욱 부드럽고 육즙이 더 많게 된다.
또한 붉은색 살코기의 맛 대부분은 지방에서 나오기 때문에 마블링이 중요하다. 지방이 없는 소 살코기와 양고기를 시식해 보게 했더니 시식가들은 정확히 고기를 구별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방과 함께 시식을 하자 쉽게 고기를 구별해 냈다. 소고기에 지방이 있어야 더 소고기 맛이 난다.
등급
Q. 프라임 등급의 소고기는 많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든데 정말 그렇게 찾을 만한 가치가 있나요?
좋은 질문이다. 나는 초이스 등급 소고기와 프라임 등급을 함께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봤다. 두 등급의 고기를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온도로 요리를 했다. 참석한 여덟 명의 시식자들 모두 압도적으로 그리고 만장일치로 프라임 등급 소고기를 좋아했다. 초이스 등급도 꽤 맛있긴 했지만 말이다.
프라임 등급은 일반적으로 초이스보다 g당 25% 정도 더 비싸다. 이 가격 차는 여러 사람이 먹을 분량으로 준비한다면 눈덩이처럼 커져, 부담이 된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스테이크를 그렇게 자주 만들지는 않으며 나는 이런 날을 위해 저축을 한다.
Q. 최근 회자되고 있는 ‘고베 소고기’는 어떤가요?
고베 소고기는 고급 소고기이며 마블링이 아주 잘 되어 있고 프로 농구 선수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잠깐, 이건 삭제하세요, 거꾸로랍니다.
진짜 고베 소고기는 타지마 종의 와규에서 난다. 이 종은 원래는 산이 많은 일본 효고현에서 논을 갈 때 이용하던 소였다. 소고기가 일본에서 점점 인기가 많아졌고 사람들이 이 소의 육질이 마블링이 아주 많고 맛이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특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교배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정말로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마블링이 있는 소고기가 되었으며 미국 농무부의 프라임 등급 소고기를 훨씬 능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베 소고기는 일본에서도 구하기가 어렵고 현재는 수입법에 따라 미국에서 진짜 고베 소고기를 구하기는 불가능하다(혹은 구할 수 있다 해도 불법이다.). 훨씬 더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고베 식’ 소고기로 대부분은 와규와 앵거스Angus를 교배해서 미국 내에서 키운 고기이다. 미국 내에서 키운 ‘고베’ 소고기는 일본에서 키운 앵거스 혈통의 인공 산품이며 미국식으로 풀을 먹이다 마지막에 사료를 먹이는 고베 소고기보다 지방이 적고 색이 진하고 향이 더 강하다. 품질 좋은 미국산 고베식 소고기는 보통 시장에서 가장 비싸다.
그런데, 누군가 ‘고베 버거’를 파는 사람이 있거든 제발 참을 것. 고베 소고기는 마블링과 부드러움, 절묘한 맛을 아주 중요시한다. 버거는 이미 갈았기 때문에 지방이 엄청 많고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독특한 맛은 햄버거에서 바라던 맛이 아니지 않은가! 그야말로 상술이다. 그리고 네, 그렇습니다.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는 소고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코비를 따서 소고기 이름을 지은 게 아니고.).
색과 크기
Q. 소고기를 살 때 가끔은 고기가 보라색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짙은 붉은색인데 왜 그런가요? 둘 중에 어떤 걸 골라야 하나요?
고기의 색이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근육의 색소들 중 하나인 미오글로빈의 변화와 산소에의 노출과 관계가 있다. 자르고 나서 당장은 고기는 미오글로빈의 색인 진한 보랏빛이다. 곧 산소가 미오글로빈 속에 있는 철과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해서 밝은 선홍색인 옥시미오글로빈으로 바꾼다. 산소가 풍부한 환경(집 같은)에서 생고기를 자를 때 고기의 색이 어둡다가 빨갛게 ‘피어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번엔 진공 상태의 공간에서 똑같은 실험을 해 보라. 차이가 보이는가?
선홍색은 신선함과 가장 연관이 많기는 하지만 보라색 고기도 그만큼 신선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색을 신선함의 척도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진공 밀폐해 둔 고기에서 이 짙은 색을 발견하기가 쉽다.
마지막으로 고기에 있는 효소는 미오글로빈과 옥시글로빈이 전자를 잃게 하고 메트미오글로빈이라 불리는 색소를 만든다. 이 색소는 얼룩덜룩한 갈색, 회색, 초록색이다. 꼭 상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기를 한동안 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Q. 고기의 붉은색이 피 때문이 아니라는 뜻인가요?
맞다. 슈퍼마켓에서 여러분이 구입하는 소고기에는 피가 거의 없는데 도축하자마자 바로 피를 모두 쏟아버리기 때문이다. 피에는 옥시미오글로빈과 아주 유사한 헤모글로빈이라 불리는 색소가있다. 그래서 다음에 여러분 친구가 소고기를 ‘피가 보일 정도로 살짝 익혀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면 여러분이 이렇게 교정해 주라.
“근육에 든 미오글로빈 색소가 분해되지 못할 정도로 덜 익혀 달라는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고개를 숙여라. 피가 나오는 붉은 소고기를 먹는 사람은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기가 쉽다.
Q. 풀을 먹여 키우면 곡물로 키운 고기보다 정말로 건강에 좋을까요?
많은 연구 결과가 이 말이 사실임을 확인해 준다. 소화 체계가 풀을 분해하도록 진화한 반추동물인 소에게는 틀림없이 건강에 더 이롭다. 그렇지만, 곡물을 먹여 살을 찌운 소들도 도축되기 전 몇 달 정도만 곡물을 먹는다. 그래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나는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뉴욕대에서 영양과 대중 건강을 가르치고 있는 매리언 네슬 교수에 따르면 목초를 먹여 키운 소는 안면에 위치한 위험한 박테리아는 물론 대장균의 수치도 낮다고 말했다. 결국 항생제도 덜 필요하고 사람이 먹기에 대체로 더 안전하다고 했다. 또한 이런 소는 공액 리놀레산 수치가 아주 높으며 (건강에 좋은 물질인) 오메가 3 지방산 수치도 대부분 더 높다.
안심 스테이크 구입
Q. 안심 스테이크에서 마블링과 숙성은 큰 요소가 아니라는 게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안심은 가장 기름기가 적은 부위로 프라임 등급에서조차도 지방이 많지 않다. 안심은 맛보다는 부드러움으로 유명하다. 사실 안심을 살 때, 초이스 등급 이상은 사지 않는다. 안심은 적당히 숙성시키는 일 또한 거의 불가능한데, 이유는 아주 간단하게 안심을 감싸줄 충분한 지방이 없어서 건조 숙성을 하면 산패하거나 말라비틀어지기 때문이다.
‘숙성된’이라고 표시된 안심은 거의 일반 숙성(습식 숙성)이 확실하다. 즉, 밀착된 팩에 넣어 숙성시키는데 더 부드러워지긴 하지만 맛은 좋아지지 않는다.
안심 스테이크를 살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미리 손질해 놓은 스테이크를 살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예외 없이 너무 얇아서 제대로 요리하기가 어렵다. 아니면 더 심하게는 모양과 크기가 고르지도 않다. 좀 더 나은 방법은 정육점 주인에게 센터컷 로스트(샤또브리앙이라고도 부르는 소고기 안심 부위)를 900g~1kg 정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부위는 지방이 적으며 지방의 끝부분을 손질해서 제거한 안심 부위이다.
집에 가져 와서 직접 일정한 두께의 스테이크로 자르면 된다. 이 양이면 미국 사람 네 명, 유럽 사람은 여섯 명이 먹을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팬시어링 스테이크
요즈음 미국의 슈퍼마켓에선 닭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잘 팔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소고기를 좋아하는 국민이다. 속은 육즙이 흐르는 분홍빛이고 겉은 깊고 진하고 바삭하게 갈색을 띤 크러스트가 있는, 마블링이 완벽한 미디엄 레어 소고기만큼 단순하면서도 관능적이고 원초적인 수준으로 우리를 강타할 것이 뭐가 또 있겠는가?
아마도, 베이컨과 섹스(이 순서대로). 이게 전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밤마다 스테이크 전문점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은 당신이 집에서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부엌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은 두 가지만 알아 두면 된다. 좋은 스테이크를 사는 법과 그걸 요리하는 법 말이다. 구입할 때는, 이미 모든 기본을 다뤘으니 찾고 있는 것에 대해 빠르게 다시 한 번 살펴보자.
- 마블링이 잘 된 고기. 일반 등급의 고기를 살 때에는, 프라임 등급이나 적어도 초이스 등급의 고기를 고른다. 유기농이나 목초를 먹여 키운 고기를 좋아하면 근간지방이 많은 걸 고른다.
- 신선한 고기. 깨끗하게 손질된 고기. 손님 앞에 있는 진열대가 지저분하다면 고기를 자르는 그 뒤쪽은 어떨지 상상해 보라.
- 숙성된 스테이크, 여유가 된다면.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먹지 않는 한, 적어도 3.8cm 두께가 되는 두꺼운 스테이크를 사는 게 좋다. 그래야 속이 지나치게 많이 익지 않으면서 겉면에 멋지게 시어링할 시간이 된다. 두껍게 자른 큰 덩어리의 스테이크를 사서 완벽하게 조리한 고기를 두 사람에게 차려 내는 게 너무 많이 익힌 얇은 스테이크 두 개를 차려내는 것보다 낫다.
축하합니다! 이제 멋진 스테이크를 사오셨군요. 전쟁에서 이미 80%는 이긴 셈입니다. 이제 남은 일은 엉망이 되지 않게만 하면 됩니다. 다음은 스테이크를 만드는 일과 관련한 일반적인 질문들과 답이다.
Q. 스테이크에 소금 간은 언제 하면 되나요?
요리책을 한 대여섯 권 읽은 사람이나 유명 셰프 대여섯 명의 말을 든다면 언제 고기에 소금을 뿌려야 하는지 다들 다르게 대답하는 걸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를 팬에 넣기 바로 전에 소금을 뿌리는 게 최고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고기에는 전혀 소금을 치지 않고 대신 팬에다 소금을 치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놓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며칠 전에 미리 소금을 뿌려 둬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가 맞을까?
이를 실험하기 위해, 나는 뼈 있는 립아이 스테이크용 고기 6개를 두껍게 잘라 달라고 했다(이런 주문을 받을 때 정육점 주인의 눈가에 맺히는 미소를 좋아한다.). 이렇게 사온 스테이크를 한 번에 하나씩 뜨거운 프라이팬에 시어링하기 전에 10분씩 간격을 두고 소금을 뿌렸다. 마지막 스테이크는 소금을 뿌리자마자 바로 팬에 넣었고 첫 번째 스테이크는 소금을 뿌리고 50분을 두게 되었다. 모든 스테이크를 상온에 50분간 두어 요리가 시작될 때, 시작 온도가 다 똑같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굽기 바로 전에 소금을 뿌린 스테이크와 40~50분 전에 소금을 뿌린 스테이크가 중간에 소금을 뿌린 스테이크보다 훨씬 좋았다. 스테이크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바로 아래와 같은 일이 스테이크에 일어난다.
- 소금을 뿌리고 나면 당장은 소금이 고기 표면에 녹지 않고 그냥 붙어 있기만 한다. 스테이크에 있는 육즙은 여전히 근섬유 속에 들어 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깔끔하게 그리고 바짝 시어링을 할 수 있다.
- 소금을 뿌린지 3~4분 이내에는 삼투압 과정을 거치면서 소고기 안에 있는 수분을 배출한다. 이 액체는 고기의 표면에 방울로 맺힌다. 이 시점에 시어링을 하면 이 액체를 증발시키느라 아까운 열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팬의 온도는 떨어지고 시어링이 잘 되지 않으며 크러스트가 생기고 맛이 더해지는 마이야르 브라우닝 반응이 억제된다.
- 소금을 뿌리고 10~15분 정도 되면 고기의 육즙에 녹은 소금물이 소고기 근육 조직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기가 수분을 더 흡수하게 되고 소금물이 천천히 고기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 소금을 뿌린 지 40분이 지나면 표면의 수분 대부분이 다시 고기 속으로 재흡수된다. 소량의 증발도 일어나면서 고기의 맛이 아주 조금 농축이 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수분이 다시 흡수되고 나면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40분이 지나면서 소금이 고기 속으로 천천히 더 깊이 들어가서 근육 조직에까지 이르게 되어 소금을 뿌리고 바로 굽는다면 표면에만 있었을 소금기가 속까지 완전히 배어 든다.
내가 먹었던 최고의 스테이크는 양쪽 면에 소금을 뿌리고 덮지 않은 채 냉장고 선반에 밤새 두었던 것이다. 약간 말라 버린 듯 했지만 그건 표면만 조금 그랬다. 밤새 놓아 두면서 마르는 양(약 5% 수분 손실)은 구우면서 사라지는 수분의 양(20% 이상 혹은 시어링을 많이 한 가장자리에는 심지어 더 많은 양이 손실됨)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 정도이다. 조리가 끝나고 보니, 소금을 치고 밤새 둔 스테이크는 바로 소금을 뿌려 구운 스테이크보다 실제로는 수분이 2%나 더 많았는데 이는 소금이 근육 조직을 느슨하게 해서 소고기가 물을 더 많이 함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래 소금에 절인 스테이크 속에서 소금이 고기 속으로 침투하면서 고기는 색이 짙어진다. 녹은 단백질이 녹기 전과 비교해 약간 다르게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 :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적어도 조리 40분 전부터 혹은 고기에 소금을 뿌리고 밤새 재워 둔다. 40분이 안 된다면 조리 바로 전에 소금을 뿌리는 게 좋다. 소금을 뿌리고 3~40분 사이에 스테이크를 굽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다.
Q. 시어링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정말로 ‘육즙을 가두나요’?
19세기 중반부터 최근까지 조각육을 시어링하면 즉, 겉면을 빠르게 익히기 위해 아주 높은 온도에 고기를 노출시키면 고기 표면에 있는 구멍을 지지게 되고 그렇게 구멍을 봉해 수분 손실을 줄인다고 믿어 왔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믿고 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말하는데 그 이론은 틀렸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아래와 같이 해 본다.
- 동일한 스테이크 두 개의 무게를 잰다.
- 스테이크 하나를 아주 뜨거운 프라이팬에 넣고 시어링을 첫번째로 한다. 그리고 135℃의 오븐으로 옮겨 스테이크 속의 온도가 52℃가 되도록 완전히 익힌다. 오븐에서 스테이크를 꺼내 10분 동안 가만히 둔다(이 시간 동안 내부 온도는 약 2℃가 올라 54℃가 된 뒤 다시 떨어진다.). 이 스테이크의 무게를 재고 손실된 무게의 양(지방과 수분 손실로 해석된다.)을 기록한다.
- 이제 두 번째 스테이크를 오븐에 넣고 속의 온도가 46℃가 될 때까지 둔 다음 스테이크를 타는 듯이 뜨거운 프라이팬에 넣고 가끔 뒤집어 주면서 표면이 멋지게 브라우닝이 되고 속의 온도가 52℃가 될 때까지 굽는다. 첫 번째 스테이크와 똑같이 가만히 둔 뒤 무게를 재고 무게 손실량을 적는다.
두 스테이크는 시어링과 로스팅에 노출되었고 정확히 똑같은 최종 온도로 조리되었다. 유일한 차이라면 작업이 이뤄진 순서만 달랐다. 이제, ‘시어링이 육즙을 가둔다’는 이론이 사실이라면 시어링 후 로스팅한 스테이크가 로스팅을 먼저 한 후 시어링한 스테이크보다 육즙이 더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어떨까? 실제로는 두 스테이크 모두 거의 비슷한 양의 육즙을 잃어버렸으며 이런 실험을 되풀이 해 보면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에 로스팅한 뒤 시어링한 스테이크가 실제로는 좀 더 촉촉한 것을 알게 된다.
이유는 오븐에 있다. 차가운 스테이크를 뜨거운 프라이팬에 바로 시어링하는 게 따뜻해진 스테이크를 프라이팬에 넣는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프라이팬의 뜨거운 열은 브라우닝된 맛을 만들어 내기에는 좋지만 역시 근육 단백질을 심하게 수축시켜 육즙을 짜내게 한다. 더 촉촉한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온에 덜 노출되도록 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원문: 셰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