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 고객 확보가 주목적인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은 스타트업에게는 독입니다. 오히려 더 세밀하고 깊이 있게 고객 하나하나를 대하는 전사적 마케팅이 정답에 가까운 대안입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될, 우리의 가치에 공감해줄 고객 정의, 시장 구분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숨은 욕구를 짐작할까요? 스타트업에게 어울리는 마케팅에 대해 고민했던 내용을 몇 자 적어봅니다.
니치 마켓도 크다, 이제는 타이니 마켓이다
마케팅의 중요 개념 중 하나가 S-T-P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차선책을 택합니다. ⑴ 만들어내고 싶은 가치 혹은 제공물을 만들고, ⑵ 가장 잘 팔릴 시장 또는 채널을 찾고, ⑶ 무조건 들이대 식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본래 가치는 퇴색하고 심하면 비즈니스의 존재 가치까지도 위협받습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정작 미래 가치까지는 보장해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STP를 제대로 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시장을 특정 기준에 의해 구분(Segment)하고, 그중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타깃을 설정(Targeting)하고, 그 시장(고객)에서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뽐낼, 우리가 가장 잘하는 무언가를 통해 다양한 활동(Positioning, Branding, Communication)이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마케팅 서적에서는 이를 니치 마켓(Niche Market)에 접근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변한 시장 환경에서는 니치 마켓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더 작게 가야 합니다. 그것이 타이니 마켓(Tiny Market)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인지 가능한 사람은 대략 200여 명 남짓입니다. 그래서 모 글로벌 기업에서는 한 사업부에 200명이 넘을 때마다 분사한다고 합니다. 물론 과학적 접근에 의한 가정이며 충분히 신빙성이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고객과 기업 사이에도 유사하게 적용 가능합니다. 한 컨설턴트가 수십 개의 기업을 상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험설계사가 관리하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대신해서 관리 가능한 대리자들을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관리 가능한 만큼의 고객을 확보하고(고객 유치 또는 영향력의 범위) 우리를 떠나지 못하는 방식(고객 유지)으로 마케팅을 전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습니다. 우선 ⑴ 우리를 알리고, ⑵ 그중에 우리 고객을 솎아내고, ⑶ 그 고객에게 간과 쓸개를 다 빼주는 식으로 전개합니다. 그러다 보니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비즈니스 활동과 일맥상통하는 마케팅 및 브랜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방식으로 대기업은 그나마 버티지만 스타트업은 다릅니다. 그들에게는 적어도 그런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을 알리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가치를 알아줄 한 사람의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새그먼트(Segment)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거대 시장(Mega Market)에서 우리의 가치 또는 제공물(Offerings)과 가장 어울리는 고객을 찾는 것에 주력하는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는 STP에 의한 타이니 마켓 발굴과 그에 따른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타이니 마켓 발굴의 전제 조건과 접근법
타이니 마켓의 발굴을 위한 전제 조건은 마케팅적 또는 고객지향적 사고를 배경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고객 지향적 사고
- 모든 고객은 각자의 니즈가 있지만 각자의 특색이 있다.
- 모든 고객이 가진 니즈는 닮긴 했으나 미묘하게 다르다.
- 우리를 선택하는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 때문이다.
- 우리 제품을 선택했다고 해서 우리 고객이 된 것은 아니다.
- 우리는 늘 대체될 수도, 누군가를 대체할 수도 있다.
산업 접근의 태도
- 모든 산업은 연결되어 있다(Value Chain과 Industrial Chain).
- 산업 속 각각의 기업 또한 연결되어 있다.
- 새로운 산업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게 아니라 기존 산업으로부터의 파생이다.
- 동일한 고객을 향하는데 대립각부터 세우면 성장과 생존에서 멀어진다.
위 내용은 금세 까먹기 쉽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비즈니스를 기존 시장(고객)에서 분리 혹은 격리하곤 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형태로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기술을 통한 시장 독점 정도가 아니면 기업 마음대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없습니다. 시장은 절대적으로 고객의 적극적 참여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한정된 물리적 시장 속 변하는 것은 오직 고객 니즈입니다. 오히려 물리적 시장은 감소세로 접어듭니다. 생산 가능 인구를 소비 가능 인구와 동일시하는 수준에서 지불 능력이 있는 중·장년층 대상으로 유사 기능의 높은 가격의 상품을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계속 새로운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고객의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브랜드 로열티나 레코그니션에 기대 고객 확보치를 추정하는 것은 이제 매우 무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철저한 고객의 관점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의 경쟁을 넘어 무엇에 의해 대체될지, 그 안에서 새로운 시장이 분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 정한 시장(고객) 중에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에 대한 구별과 유대를 넘어 특별한 관계로 나아가는 마케팅이 필요한 것입니다. 단순 공급자적 시각에서 단무지 정신을 발휘해 ‘우리는 특별해’라고 접근하면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거나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것과 같은 모습일 뿐입니다.
위의 관점을 가지고 아래와 같은 고객 발굴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1.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제공하려고 하는 가치 또는 제공물(offerings)를 필요로 하거나, 간절히 원할지 모르는 고객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우리 비즈니스를 팔려고 하지 말고 그의 머릿속 고객 욕망 지도(Desire Map)을 완성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전수 조사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여러 번 재구매했던 고객다운 고객이라면 머릿속에서 누구와의 경쟁을 통해 우리를 고려 대상으로 삼았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입장에서 정의한 경쟁 및 대체 구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 제공의 편의 혹은 기능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어 고객 관점에서 우리의 제공 가치(value proposition)의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누구와 경쟁이며, 고객의 머리 속 어느 범주에 있는지, 고객의 욕망 속 우리가 선택될지 모르는 이유(본질)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핵심 타깃 고객을 설정하고, 타이니 마켓에 한층 더 다가가야 합니다.
시장을 분할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⑴ 인구 지정학적 접근 이외에 고객이 중요시하는 시장 카테고리 속 ⑵ 가치(Pain Point)가 무엇이고, 기업이 제공하려는 ⑶ 현물(offerings)과 얼마나 매칭시켜줄지, 어떤 이유에서 우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지 면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때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 우리의 가치를 원하는가’입니다. ⑷ 제공 가치(Value Proposition)가 필요한 순간 또는 타이밍(접근성의 문제)을 제대로 맞춰야 진정으로 고객 맞춤화가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는 핵심 타깃에게 우리의 제공물의 가치에 대한 본질에 가깝게 가는 것과 같습니다.
2. 핵심 고객의 주요 욕망 간 경쟁을 부추기는 비즈니스 아이템 혹은 상황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객 욕망 속 직접적 경쟁을 의식해야겠지만, 그보다는 고객의 상황 또는 환경에 의한 변화로 나타나는 변심, 욕망의 우선순위 재배치를 더 두려워해야 할지 모릅니다. 단순히 거대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는 것은 예측 또는 예상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지만 고객 개개인의 변화에 의한 접근은 어렵습니다. 다분히 개인적 사정에 의해 소비패턴이 변하는 개인들에게 무차별적 푸시는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객 맞춤화를 부르짖지만 말고 실행해야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제품군을 가지고 이야기해보면 우선 ⑴ 고객의 금전적 상황에 따라서 동일한 기능 또는 요구에 다른 소비 패턴이 나타납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다면 자동차 또는 최근 출시된 트위지까지도 구매 고려 가능합니다. 반대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다면 저가형 전동 킥보드 등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이 가진 ⑵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똑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다른 선택이 가능합니다. 동일 제품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생계 수단, 누군가에게는 레저 용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제품이 특정 기능 및 용도에 상응하는 핵심 및 주변 베네핏을 제공해야 합니다. 누구를 핵심 타깃으로 하는가에 따라 담는 핵심 가치와 주변 가치가 달라져야 합니다.
또한 ⑶ 환경 및 관계, 문화 등에 따라 패턴의 차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변에 유사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많거나, 그들로부터 받는 긍정적 평가, 후기, 추천 등 고객별로 가진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영향을 받습니다. 이는 제품의 특징에 따라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영향력 속에 있으며 내 주변의 누가 특정 제품군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그래서 시장 속 입소문꾼(Big Mouth)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바보 같은 대고객 마케팅 전략 중 하나가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만들어진 마케팅 플랜입니다. 마케터의 감에 너무 의존해서도,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서도 안 됩니다. 그렇게 결정한 마케팅은 대부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3. 과연 지금의 전략이 진짜 고객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전략일까?
마지막으로 꼭 확인해봐야 할 것이 마케팅 전개의 관점입니다. 가치, 방법, 단계, 과정 등 모든 것이 고객 중심적으로 구축되어야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자신의 일이 되는 순간 근시안적 판단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의 제품 및 서비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하는지,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채널 등도 우리의 핵심 타깃에게 맞추어졌는지, 브랜딩도 그에 어울리게 구성되었는지 등 실무적 입장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많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질문 더미에 갇혀서 어떤 질문을 우선시해야 하고 먼저 대답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그럴 때 제가 꼭 자문자답하거나 가장 가까운 고객 및 우리 제품을 여러 번 구매한 고객에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같은 돈을 주고 유사한 구매 경험을 통해 동일한 제품을 구매할 것입니까?”
여기서의 나는 그 제품을 직접 만들기도 했으며, 한 번 이상 구매해봤으며, 구매 또는 사용하면서 느꼈을 불편함을 상쇄시킬 만큼의 특별함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그 특별함에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것이고, 그 모습의 공통적 메시지가 결국 우리 제품의 고객 입장에서의 취약점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기능, 디자인, 가격, 채널, 구매 편의 등의 다양한 요소에 대한 단편적 평가를 묻는 것은 매우 우매한 방법입니다. 이를 모두 고려해 어떤 요인이 고객에게 최우선적 가치를 갖게 했느냐는 질문의 답을 얻어야 합니다. 물론 최고의 답은 “우리의 제공 가치를 구매하고 사용하며 얻은 긍정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좋은 마케팅은 없습니다. 다만, 좋은 제품의 정의가 변화해 기능을 넘어 감성으로, 고객이 스스로도 잘 모르는 본능적 욕구까지도 자극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워진 세상입니다.
위 과정을 통해 얻는 통찰은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고객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넘어야 할 실무 또는 경영적 장벽은 너무도 많습니다. 마케팅 성과를 단편적 실적 종합의 관점으로 보지 않거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비즈니스를 길게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확보 또는 고객 가치 창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형태의 전략적·실무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실적과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면에서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합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고객에 있습니다. 우리의 고객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최대한 많은 고객 경험을 하고 고객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대표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고객을 접하고 그들을 위한 가치를 만드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풀타임 또는 파트파임 마케터입니다.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우자
비즈니스 전략 쪽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팔리는 구조를 만든다’입니다. 이는 고객 유치와 유지 두 활동 중 지향하는 고객의 현재 상태 및 시장 상황, 주변 환경 등에 따라서 유연한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고객이 우리를 찾게 만드는 것, 이상적으로는 영업(Sales)이 거의 없는 상태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고객 도달 또는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치중해 가격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고객의 기대 수준의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아 제품 자체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들 플랫폼적 성격으로 단숨에 뛰어오르려는 움직임을 많이 보입니다. ‘일단 유명해지자, 유명해지면 X을 싸도 돈이 된다’는 그냥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도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당장의 유명세로 이번 달 혹은 올해의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는 있어도 그게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더 세밀한 접근, 오히려 동네의 오래된 단골들이 많이 찾는 식당 같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골들의 입맛 및 취향에 따라서 세심한 배려를 했더니 커다란 프랜차이즈들과 경쟁한다는 한 치킨집 사장님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우리를 찾는 이들이 어떤 니즈에 의해 우리를 찾는지, 그 니즈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서 우리가 일차적으로 도달할 시장은 정해진 것입니다. 이를 더 합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찾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시행착오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팔리는 구조는 처음부터 크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 마음대로 시장을 구분할 수 없기도 하며, 설령 나누고 모객한다고 해도 잠시 들어온 그들이 충성도 있는 고객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효과 없는 마케팅 또는 마케팅 비용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마케팅, 비즈니스 하기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원문: Eden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