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겨울에 시작해 2017 봄을 이끈 촛불 혁명을 기록하다
지난 일요일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추억 돌아보기’로 김해에 있었던 촛불 집회 사진이 떠서 문득 지난 시간을 추억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촛불 집회에서 시작해 마침내 적폐 정권을 심판하며 ‘촛불 혁명’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정말 적잖은 시민이 오랜 시간 동안 거리로 나섰다.
나도 김해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여하여 한때는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기도 했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블로그와 오마이뉴스 매체에 올리면서 우리 시민의 모습 보여주는 데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더 많은 일을 했고, 마침내 시민이 승리하는 결과를 빚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적폐 권력을 두둔하는 세력들은 태극기를 이용해 애국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함께 이끈 바른정당 의원 중 절반 이상이 도로 새누리당이 되기 위해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고, 공공의 적이 사라진 우리 사회는 다시 권력 투쟁에 들어섰다.
오늘날 한국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 정치라는 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하는 시민들을 보면 ‘그래도, 바뀌기는 했다’라는 자부심을 마음 깊은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아마 당시 촛불 집회에 나섰던 사람들이라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이번에 『촛불 혁명, 2016년 겨울 그리고 2017년 봄, 빛으로 쓴 역사』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이 책은 촛불 혁명의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블로그를 통해 내가 참여한 김해 촛불 집회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본 관계자를 통해 받은 책이다. 내가 찍은 촛불 집회 사진 사용에 대해 흔쾌히 동의했다.
수도권과 대도시와 비교하면 비록 적을지는 몰라도, 김해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던 사진이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는다는 일이 무척 반가웠다. 촛불 집회에 나서는 데에 커다란 용기보다 단순히 작은 관심 하나가 필요했던 그 순간의 일을 나는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기록으로 옮긴다면 당연히 응하고 싶었다.
이번에 받은 책은 박노해 시인이 감수한 책으로, 촛불 집회에서 시작해 촛불 혁명으로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사진과 글로 함께 정리되어 있었다. 특별한 직책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각자 준비한 피켓과 촛불, 그리고 다양한 시국 연설의 모습이 담긴 글과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인상적인 사진 몇 장과 글을 짧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헌법 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을 통틀어 ‘권력’이라는 말은 오직 여기에만 나옵니다. 나머지는 다 ‘권한’입니다. 여기 모인 권력자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또 헌법에는 ‘대통령은 국가를 보위하고’라고 나와 있는데, 여기서 국가는 누구입니까? 국가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국가는 가방 메고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이고, 촛불을 들고 주권을 주장하는 시민입니다. 열심히 아이들 키우고, 학교 다니고, 군대 가고, 결혼하고, 세금 내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국가이고, 이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전문대밖에 안 나온 네가 뭘 아냐, 초등학생이 뭘 아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문대 나온 나도 압니다. 아이들은 더 잘 압니다.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많이 배운 게 아니고 잘못 배웠습니다.
전문가는 전문적인 것을 알지만 모든 이들은 모든 것을 압니다. 시민들의 수준은 여기까지 올라와 있는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라고 하는 분들이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분들보다 우리 삶이 더 나은 것 같고요. 우린 빨간 카페트 안 깔아줘도 잘 다니잖아요. 땅콩 까서 던지는 게 아니라 나도 먹고 너도 먹고 하는 재미로 살잖아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잘 되는 길은 같은 촛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쩍도 않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으로 돌아선 것은 대통령의 명이 아니라 촛불의 명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길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는 길도, 촛불이 가르쳐주고 밝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방송인 김제동 (본문 136p)”
책을 읽으면서 다시 차디찬 바람이 불었던 겨울에 촛불을 들었던 그때를 떠올렸다. 지금은 원래 일상으로 돌아온 대학 생활이 바빠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느라 바빠서 종종 유난히 추워도 마음은 따뜻했던 그때를 잊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여전히 가슴 언저리에 그때의 기억과 마음이 있었다.
JTBC 최순실 태블릿 사건 보도를 시작으로 2016 헌나 1 탄핵 가결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까지. 이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고,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도 밝지만 않다. 앞의 정부가 쌓아온 적폐와 갖은 문제가 커다란 벽이 되어 앞길을 가로막고 있으니까. 절대 쉬울 수가 없는 길이다.
지금도 박근혜 정부가 끌어온 사드 문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 시민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나는 지지를 철회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이렇게 여론이 술렁이는 틈을 타서 다시 합당에 나선 자유한국당은 갖가지 트집을 잡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결국, 한국 정치는 분쟁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화해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시민이 성장하고, 적폐 세력을 줄여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시민 정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어떤 시민으로 행동할 것인가?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우리에게 그렇게 묻는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