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가 또다시 DC 하고 말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스티스 리그’를 봤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이걸 왜 기다렸는가’ 후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스텝롤부터 쿠키영상까지 보고야 말았다. 영화가 주는 교훈은 이렇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을 하지 않은 덕분에 이렇게 생긴 영화를 보며 수명을 흥청망청할 수 있구나.
요즘의 히어로 영화들은 끊임없이 경고를 날린다. 감당하기 힘든 적이 온다면 너희는 어떡할 것이냐고. 물론 여러 가지 선택이 있겠지만 적어도 저스티스 리그는 아닌 것 같다. 음료수 한 잔이면 간단할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 마시즘은 외계인이 와도 세상을 구할 강한 음료수를 소개한다.
그동안 호불호 음료수, 이색 음료수를 소개했지만 음료 수계의 자경단은 루트비어의 차지다. 이름은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린데. 루트(뿌리)로 만든 것은 맞고, 비어(맥주)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루트비어를 제법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모두 마시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물파스와 멘소래담을 짜서 마시면 이런 맛이겠거니 싶다.
루트비어는 고담시티… 아니 미국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음료가 분명하다. 미국인들은 굉장히 즐겁게 이 음료를 마시는데,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에게는 무자비한 맛의 폭격을 가한다. 선한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가진 다크나이트. 루트비어 덕분에 오늘도 미국은 평화롭다.
루트비어는 그래도 일반인과 같은 음료수에 불과하다. 적어도 음료계의 메타휴먼, 제비집 드링크 앞에서는 말이다. 동양의 캐비어라고 불리는 제비집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코코팜처럼 젤리가 들어있어 태국을 찾은 관광객들은 꼭 마셔보는 음료수다. 그거 제비 침인데. 퉤.
원더우먼에서 나오는 “넌 인간에게 과분해”라는 대사는 바로 이 음료수를 위한 것이다. 평생 집도 구하기 힘든 인간들이 오지에 숨어있는 제비집을 부수어 만든 음료이기 때문. 인간의 욕심에서 태어난 음료수는 오늘도 지구인과 외계인의 목구멍에 침을 뱉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엽기떡볶이 ‘치토스 프라민 핫 크런치’에 데낄라를 부었다면? 이 가공할만한 실험에서 마신 이들은 플래시와 같은 ‘스피드 포스’를 얻게 되었다. 치토스 데낄라를 입에 대는 순간 당신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갈 테니까.
가공할만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는 겁도 없이 치토스 데낄라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치토스 데낄라에게 퍼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심해의 도시. 아틀란티스에서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른 연어. 그것을 훈제하여 보드카를 섞은 음료수다. 바다에도 육지에도 정착하지 못한 아쿠아맨 같은 음료. 안주여야 하는데 음주가 되어버린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지금은 알래스카 내에서는 제법 정착하여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훈제연어 보드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우리는 언더더씨를 당할 수 있다.
평범한 담배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마시는 담배는 최첨단 기술의 힘으로 액체가 되어버렸고 음료수로 다시 태어났다. 담배의 근간인 니코틴은 없지만 식물의 뿌리와 허브로 니코틴의 맛을 기적적으로 살려냈다고 한다. 대체 왜.
생각해 보라.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간접흡연에 대한 경고가 많은 이 세상에서 마시는 담배보다 윤리적인 담배가 어디 있겠는가(실제로 출시된 네덜란드에서는 인기가 있었다. 잠깐 동안은). 하지만 마시는 담배만은 자신이 담배가 아닌 음료수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고.